[칼럼] 좋은 작품이란 무엇일까?
예술가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시각의 영역을 넓혀준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할수록 삶이 풍부해진다
[KtN 이화수아티스트] 작가가 아닌 큐레이터로서 갤러리에 있을 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작품 추천 좀 해주세요` 이다. 많이 듣는 말이지만 매번 들을 때마다 난처한 질문이기도 하다. 마치 수없이 많은 정답 중에 한 두 가지의 정답만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욱이 이 질문을 한 사람의 사전 정보가 아무것도 없을 때는 매우 난감하다. 그럴 땐 짧은 순간 동안 질문의 의도가 투자 목적인지, 인테리어 소품 정도의 그림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진짜 몰라서 순수하게 물어보는지 머리를 재빠르게 굴려 파악해야 한다.
의도를 어느 정도 파악했다면 그에 맞춰 갤러리에서 주로 판매가 많이 되는 작품이나 현재 전시 중인 작품들을 몇 가지 소개해준다. 그러다 보면 추천해줄 만한 작가를 만들어내는 건, 갤러리에서 소위 미는 작가 혹은 매체를 통해 조금 더 알려진 작가이고 매체를 잘 활용하여 유명세를 치르는 작가가 뜨는 게 너무나도 당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알려진 작품이 좋은 작품이냐 했을 때 예스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우리가 많이들 아는 피카소, 고흐,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처럼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이 좋은 작품인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유명한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는 절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취향이 너무나도 다양한 만큼 내게 좋은 작품이 네게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또한 큐레이터 한 명이 가지고 있는 작가 데이터가 지극히 한정적일뿐더러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작가의 작업은 무궁무진하다. 좋은 작품은 자신에게 감동을 주고 움직이는 그림, 마음의 감응이 일어나는 작품인데 그런 작품은 직접 많이 보는 수밖에 없다.
미술을 잘 모른다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마치 와인을 모른다고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변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와인에 대해 하나도 아는 게 없다. 와인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말하길 포도를 어디서 어떻게 재배하느냐에 따라, 온도와 숙성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나의 무딘 미각으로는 어느 와인을 마셔봐도 와인은 똑같은 와인 맛인데 와인을 잘아는 그들의 세계는 나와 다른 것 같다. 아마 미술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비슷한 모양의 용기에 담겨있는 와인들이 내 눈에 비슷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캔버스 위에 물감이 도포된 그림도 그냥 비슷한 그림이 아닌가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와인도 그림도 멀리서 봤을 땐 다 거기서 거기 같지만 사실 그 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와인을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몰랐던 미각의 세계가 열리듯 그림도 공부하고 알면 알수록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각의 세계가 열린다. 예술가들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시각의 영역을 넓혀준다. 그리고 다양성을 인정할수록 삶이 풍부해진다.
이화수_영감이 떠오르는 순간_20x30x20cm_Mix media_2020
우리가 알고자 하는 건 한 가지 정답만이 아닌, 반드시 이것이여야만 하는 것이 아닌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상의 다양함과 풍부함을 맛보는 것이다. 맛을 판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맛을 경험해야 하듯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그림을 볼 때 항상 어떤 의미인지 해석해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은데,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면서 이미지로 보는 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텍스트를 통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 배워왔다. 그림은 글과는 다르다. 인간이 말로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뭔가 있긴 있는데 말로 하기엔 어렵고 모호한 부분을 담은 것이 그림이고, 예술이란 단어 자체가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따라서 그림을 말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그림이 전하고자 하는 많은 이야기와 느낌에서 멀어지곤 한다. 그렇기에 그림을 감상할 때는 감상자의 자유로운 상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며 그 이후 작품 의도를 비교하면서 감상한다면 폭넓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림 안에서 자신의 이야기가 열렸을 때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며 마음의 감응이 일어나는 그런 작품을 만나길 바란다.
이화수_마음의 중심을 지키는 일_60x60x80cm_미니 선풍기, 탁구공_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