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변방의 소리로 울리는 예술의 새로운 파동

생태, 비인간, 여성의 목소리로 그려낸 동시대 예술의 다층적 의미

2024-09-06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며, 변방의 소리들을 중심에 두고 예술의 울림을 재해석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은 기존의 예술적 담론에서 소외되었던 생태, 비인간적 존재, 그리고 여성의 목소리를 예술적 중심으로 끌어내며, 현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통찰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전통 판소리의 '판'과 '소리'를 차용한 이번 전시는 인간과 자연, 기계, 여성 등 다양한 존재들이 공존하는 공간을 탐구하며, 새로운 미적 담론을 형성하고 있다.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의 큐레이팅 아래, 예술은 단순히 시각적 즐거움의 영역을 넘어서 지구적 위기와 환경, 인간의 공존을 고민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전시는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며, 인간과 비인간, 자연과 기술, 그리고 사회적 주변부의 목소리를 다루는 것이 오늘날 예술의 필수적 과제임을 시사한다.

생태와 비인간적 존재의 목소리: 새로운 미학적 접근

현대 예술에서 생태와 비인간적 존재를 다루는 작업은 더 이상 새로운 주제가 아니다. 하지만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이를 한층 더 심화시켜, 비인간적 존재들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고 그들이 마주한 환경적 위기를 예술로 재구성한다.

프랑스 출신의 조세파 응잠(Josèfa Ntjam)의 비디오 설치 작품 〈미세아쿠아 비테〉는 생물 발광 유기체를 주제로, 공상과학적 상상력과 과학적 현실을 결합해 비인간적 존재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는 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생태계의 작은 존재들이 가진 생명력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면서,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연과 공존하는 새로운 미적 사고를 요구한다.

또한, 야콥 쿠즈크 스틴센(Jakob Kudsk Steensen)의 〈베를-베를〉은 도심 개발에서 소외된 늪지를 주인공으로 삼아, 환경과 도시화의 관계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한다. 이러한 작업은 생태적 감수성을 자극하며,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나 자원이 아닌 우리 삶의 중요한 주체임을 강조한다. 비엔날레의 이러한 생태적 주제들은 오늘날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에 직면한 예술가들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여성 예술가들의 저항과 울림: 예술적 변방에서 중심으로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브라질 출신의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의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는 버려진 사무실을 형상화한 대형 설치 작품으로, 현대 사회의 일상적 구조와 그 속에서 소외된 공간을 은유한다. 이는 사회적 규범에 억압되었던 여성의 목소리를 표출하는 동시에, 일상 속에서 감추어진 권력의 작동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미국 출신의 나 미라(Na Mira)는 홀로그램 유리와 2채널 비디오로 구성된 〈수궁가〉를 통해, 미군기지라는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식민지 역사와 개인적 트라우마를 탐구한다. 이 작품은 여성의 역사적 경험과 집단 기억을 교차시키며, 그동안 침묵되었던 목소리들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재구성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처럼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들은 사회적 주변부로 여겨졌던 여성의 경험을 중심으로 끌어내며, 예술이 단순히 미적 표현을 넘어서 사회적 저항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계와 인간의 공존: 새로운 차원의 울림

기계와 인간,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적 담론에 등장해 왔다.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이 주제가 새로운 차원에서 다루어진다. 이예인의 〈사이-상태 시스템〉은 인간과 기술이 결합된 사이보그적 형태를 띤 조각 연작으로, 인간의 신체와 기술적 구조가 결합되어 있는 현대 사회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낸다. 이 작품은 기술 발전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 사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요구한다.

이와 함께, 사디아 미르자의 〈빙산 충돌〉은 남극의 빙하 움직임을 기록한 소리와 영상을 통해 자연과 기계, 인간의 상호작용을 탐구한다. 기술을 통해 기록된 자연의 변화는 단순한 데이터에 그치지 않고, 기후 위기 속에서 인간이 자연과 어떻게 소통할 수 있을지를 예술적으로 모색한다. 이는 기계와 기술이 예술과 만나면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술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새로운 울림의 확장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기존 예술 담론의 변방에 있던 다양한 목소리들을 중심으로 끌어내며, 예술이 사회적 문제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생태와 비인간적 존재, 여성과 기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은 현대 예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며, 예술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선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비엔날레는 우리가 마주한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는 예술이 단순히 미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이러한 예술적 흐름을 통해 동시대 예술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