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트렌드] "낚시성 제목의 덫, 언론 신뢰를 갉아먹다"

‘결혼 선언’과 ‘쓰러진 배우’… 클릭 경쟁이 만든 신뢰의 붕괴와 독자의 실망

2024-12-29     박준식 기자
낚시성 제목은 단순한 기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스포츠동아는 "이영자 결혼 선언, 신랑 정체가 깜짝…"이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제목만 보면 방송인 이영자가 결혼 소식을 공식 발표한 듯 보인다. 하지만 기사를 클릭해본 독자들은 이영자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던진 농담을 과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방송 중 이영자는 출연자들을 격려하며 "조영수 작곡가에게 시집을 가겠다"고 농담했을 뿐이다. 이를 "결혼 선언"으로 포장한 제목은 클릭 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독자들에게 신뢰를 주기보다 허탈감을 안긴 사례다.

쓰러진 배우? 알고 보니 연기 장면

스포츠서울의 사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순재, 드라마 촬영장에서 갑자기 쓰러져…"라는 제목은 배우 이순재가 건강상의 문제로 촬영 중 쓰러졌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실제 내용은 드라마 속 장면에서 쓰러지는 연기를 했다는 이야기다.

자극적이고 과장된 제목은 독자의 우려와 관심을 유도했지만, 기사 내용이 기대와 전혀 다르면 독자들에게 실망감과 피로감을 남긴다. "낚였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언론의 신뢰는 점점 더 하락한다.

낚시성 제목의 구조적 문제

낚시성 제목은 단순한 기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

▶클릭 중심의 수익 구조
디지털 시대의 언론은 클릭 수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하는 관행이 자리 잡았고, 이는 언론사의 생존 전략으로까지 여겨지고 있다.

▶치열한 경쟁
포털 사이트에서 상위 노출을 위해 언론사들이 제목 경쟁을 벌이며, 자극적인 표현이 더욱 빈번해졌다. 클릭을 우선시하는 환경에서 품격 있는 보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윤리적 기준의 부재
언론사 내부에서 제목 작성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검토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 결과, 독자를 현혹시키는 제목이 반복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독자와 사회에 미친 영향

낚시성 제목이 단순히 독자의 실망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한다.

▶독자의 신뢰 하락

독자는 클릭 후 내용이 기대와 다를 경우, 해당 언론사에 대해 신뢰를 잃는다. 이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독자는 해당 언론을 외면하거나 모든 언론을 불신하는 경향을 보인다.

▶여론 왜곡

낚시성 제목은 사건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자극적인 정보로 대중의 관심을 특정 방향으로 몰아가는 문제를 낳는다. 이는 공정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적 피로감

자극적인 제목과 실망스러운 기사 내용은 독자들에게 정보 피로감을 유발한다. 이는 독자가 언론 소비 자체를 꺼리게 만들며, 정보 격차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낚시성 제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와 윤리적 기준 강화가 필수적이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언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낚시성 제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변화와 윤리적 기준 강화가 필수적이다.

▶정확하고 품격 있는 제목 작성
제목은 기사의 핵심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독자를 오도하거나 과장된 표현을 사용하는 대신, 신뢰를 기반으로 한 제목 작성이 필요하다.

▶내부 검토 시스템 도입
언론사 내부에서 제목 작성과 기사 내용을 검토할 수 있는 자율 규제 기구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선정적인 제목을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

▶독자 중심의 콘텐츠 제작
조회수를 쫓기보다, 독자들에게 가치 있고 품격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뉴욕타임스와 가디언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구독자를 유지하는 모델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신뢰가 생명이다

낚시성 제목은 단기적으로는 클릭 수를 늘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자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충수가 된다. 언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 사회의 신뢰와 공공성을 지키는 책임을 진다.

지금은 언론이 스스로를 돌아보고,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다. 클릭을 위한 자극적 제목이 아니라, 독자가 신뢰할 수 있는 품격 있는 보도가 언론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