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드] 문체부의 방관, 영화 산업 침몰 위기

부과금 폐지, 소비자 부담 완화는 허상

2025-01-14     임우경 기자
정부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영화 관람료를 낮추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개정안은 영화관 입장권 가액 부과금(이하 부과금)의 폐지를 골자로 한다. 정부는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영화 관람료를 낮추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정작 관람료는 그대로고, 부과금 폐지는 대형 극장사의 수익만 늘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화발전기금의 핵심 재원이었던 부과금은 독립영화와 저예산 영화 제작 지원, 지역 영화관 활성화에 사용되며 한국 영화 산업의 기반을 다져왔다. 하지만 부과금이 사라지면서 그 빈자리는 곧바로 산업 전반의 불균형으로 이어졌다.

관람료 인하 없는 부과금 폐지의 역효과

정부는 부과금 폐지가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 주장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주말 관람료 1만 5천 원의 3%에 해당하는 450원 인하는 소비자에게 체감될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팬데믹 동안 25% 이상 인상된 관람료는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부과금 폐지가 대형 극장사의 수익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극장사와 제작사·배급사 간의 수익 분배 구조는 더욱 왜곡되었고, 한국 영화 산업은 심각한 재정적 불균형에 처하게 됐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신임 영진위원은 객관적 시각의 인사들” 사진=2025 01.11  국회 법사위,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의 직무유기

부과금 폐지로 발생한 부작용은 예견된 결과였다. 극장사들이 이미 관람료 인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문체부는 이를 무시한 채 법 개정을 강행했다. 이후 발생한 재정 공백과 수익 구조 악화에 대한 대응책은 전무한 상태다.

문체부는 부과금 폐지가 가져올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가졌음에도,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는 영화 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 부처의 책임을 방기한 사례로 평가된다.

영화발전기금 사라진 자리에 놓인 위기

영화발전기금의 부재는 특히 독립영화와 중소 제작사에 큰 타격을 입혔다. 독립영화 제작 지원 감소는 산업의 다양성을 약화시키고, 지역 영화관 활성화 프로젝트의 중단은 지역 문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형 극장사는 부과금 폐지로 연간 수백억 원의 수익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제작사와 배급사로 돌아가는 객단가는 감소했다. 이러한 불균형은 영화 제작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의 한상준 위원장이 비상근 위원들에 대한 징계를 강행한 가운데, 영화계의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대안 없는 정부, 흔들리는 영화 산업

정부는 부과금 폐지로 인한 공백을 세금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영화 산업은 지속적인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영화발전기금을 대체할 재원을 조성하고, 공정한 수익 분배 구조를 재정립하는 것이 산업 회복의 핵심이다. 관람료 인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극장사의 수익 독점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영화계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영화 산업 침몰 막기 위한 마지막 기회

부과금 폐지와 그로 인한 후속 조치 부재는 한국 영화 산업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와 문체부는 즉각적으로 영화발전기금을 재조성하고, 영화 제작과 배급의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영화 관람료의 공정 분배를 통해 산업 전반의 균형을 되찾는 노력 없이는 한국 영화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문체부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한국 영화의 미래를 위한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영화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 영화의 세계적 위상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