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트렌드] 이재용의 무죄인가, 삼성의 무죄인가?

이재용 무죄, ‘총수 개인’의 면죄부인가 ‘삼성’의 면죄부인가 재벌 총수의 법적 책임과 기업의 조직적 책임, 사법부는 어디까지 인정했나

2025-02-04     박준식 기자
삼성 불법합병 및 분식회계 사건의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2025 02.03  KBS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삼성 불법합병 및 분식회계 사건의 항소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김선희·이인수)는 2월 3일 열린 선고 공판에서 이 회장의 형사 책임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이재용 개인이 형사 책임을 면했다는 점에서 ‘총수 개인에 대한 면죄부’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삼성이 조직적으로 진행한 불법합병과 분식회계의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되었는가에 있다. 이번 판결이 결국 ‘삼성이라는 기업의 무죄’로 해석될 여지를 남기면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자본시장 신뢰 확보라는 시대적 과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과 재벌들 부산행 떡볶이, 대중의 댓글은 더욱 비판적이다. "이게 나라냐. 기업 회장 끌고 다니며 민심이나 달래다니"라는 반응이 있었고, "오천억 넘게 날리고 부산 내려가서 고작 떡볶이 먹으려고 재벌들 떼거지로 불러 사진 찍으면 부산 경제가 살아나나"라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사진=mbc유투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법원은 ‘총수의 직접 개입 증거 부족’ 논리를 내세웠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내세운 핵심 논리는 이재용 회장이 직접적으로 불법합병과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국 재벌 시스템의 특성을 고려하면, 총수가 직접 서면으로 지시하지 않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총수의 의중을 반영하는 의사 결정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존재했으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연관이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2015년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강요받은 정황이 확인되었고, 그 결과 국민연금은 6,75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국제투자분쟁(ISDS)에서도 한국 정부는 합병 과정의 문제로 인해 2,300억 원의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총수 개인의 직접 개입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결국 삼성이 조직적으로 추진한 합병과 회계 조작이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기업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총수 개인의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기업 차원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한국 재벌 사법 리스크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기업이 조직적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총수 개인의 법적 책임 여부와 별개로 기업 차원의 법적 책임이 인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는 엔론(Enron) 회계부정 사건으로 인해 CEO와 CFO가 형사 처벌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회사 자체가 해체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은 배기가스 조작 사건 이후 기업 차원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경영진도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총수의 직접 개입이 입증되지 않으면 기업 자체의 위법 행위도 면죄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투자자 보호와 자본시장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투자 기조가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이 ‘재벌 총수 개인의 면죄부’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이 여전히 ‘총수 중심의 불공정 시장’이라는 신호를 국제사회에 보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KtN 박준식기자] 프랑스 리옹에서 개최된 ‘2024 국제기능올림픽’은 기술 인재의 중요성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다시금 조명한 자리였다. 삼성전자의 이재용 회장은 이 대회의 폐회식에 참석하며 기술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미래 산업을 선도할 젊은 기술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삼성전자, K trendy NEW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법원의 ‘총수 프리패스’,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이번 판결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적 행위가 사실상 면죄부를 받는다면, 한국 재벌들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총수 개인이 형사처벌을 피하면서 기업 조직 차원의 법적 책임도 약화될 경우,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떨어지고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부당한 행위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주고, 장기적으로 한국 자본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법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 문제도 함께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국정농단 사건과도 직접 연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사법부가 특정 경제 권력을 비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K trendy NEWS = 박준식 기자 ] 경제살리기 일환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 사면이 폭넓게 이뤄졌다. 광복절 특사 발표…이명박 김경수 제외·이재용 신동빈 등 복권 사진= 2022.08.012. MBC 뉴스화면캡쳐 편집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사법 정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번 판결이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준법 감시제도 도입, 내부고발자 보호제도 확대 등의 개혁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이 경영진의 위법 행위로 처벌을 받을 경우, 이사회와 주주들이 적극 개입하여 내부 개혁을 주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업의 법적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법원이 경제 권력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법원이 기업 총수에게 반복적으로 면죄부를 줄 경우, 법치주의가 경제 권력 앞에서 무력화될 위험이 크다. 향후 대법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판결하느냐가 한국 사법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세계 최대 통신사인 미국 버라이즌의 한스 베스트베리 CEO와 만났다./사진=삼성전자,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용 무죄’가 아니라 ‘삼성 무죄’를 선고한 법원

이번 판결은 단순히 이재용 개인의 법적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이 조직적으로 벌인 불법 행위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결정이었다.

기업 지배구조 개혁과 사법 정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커졌으며,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하락할 위험이 높아졌다. 법원이 경제 권력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할 경우, 향후 유사한 사건에서도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이 남긴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법원이 심판한 것은 ‘이재용의 무죄’인가, 아니면 ‘삼성의 무죄’인가? 그 답을 시장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