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프리카 현대미술, 세계 미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2025-02-09     임민정 기자
에스터 말랑구는 1991년 BMW 아트카 프로젝트에 참여한 최초의 아프리카 여성 예술가로, 전통 은데벨레 미술을 세계에 알린 인물이다./사진=BMW,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아프리카 현대미술은 오랫동안 서구 중심의 미술 시장에서 변방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주요 미술관과 경매장이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조명하면서 시장의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2025년 퐁피두 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인 Paris Noir 전시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술 시장에서 가치 형성은 단순한 예술적 평가가 아니라 시장 구조, 컬렉터층의 형성, 국제적 인식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저평가된 것은 단순한 시장의 무관심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축적된 서구 중심의 미술 담론과 시장 구조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변화는 이러한 기존 질서를 흔들고 있으며,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독립적이고 지속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현재, 아프리카 현대미술 시장은 최근 몇 년간의 과열 이후 신중한 모드로 전환되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성 아프리카 작가들의 작품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 사진= Oluwole Omofemi, Daydream (2019), $23,185$ (est. $18,200 – $24,300, Sotheby’s, Modern & Contemporary African Art, 10/19/2023,  K trendy NEWS DB ⓒ케이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장 가치와 가격 형성의 이중성

아프리카 현대미술 시장에서는 극명한 가격 격차가 존재한다. 나이지리아 현대미술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베네딕트 엔원우(Benedict Enwonwu)는 2024년 기준 경매 실적 240만 달러를 기록하며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2018년 요루바 공주 이페 아데투투 아데밀루이(Ife Adetutu Ademiluyi)를 그린 초상화 Cold가 160만 달러에 낙찰되면서 국제 미술 시장에서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재조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반면, 에스터 말랑구(Esther Mahlangu)의 작품은 여전히 1,000~5,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말랑구는 연간 100점 이상의 작품이 거래되는 활발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지만, 가격 상승의 속도는 더디다. 이런 현상은 작품의 질적 차이 때문이라기보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여전히 미술 시장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가격의 불균형은 단순한 시장 원리로 설명할 수 없다. 서구 미술 시장은 특정 작가를 중심으로 가치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으며, 아프리카 현대미술 또한 이러한 시스템 내에서 일부 작가만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파리드 벨카히아(Farid Belkahia)의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24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Rainbow Tree(1989)가 25만 9천 달러에 낙찰되면서 새로운 시장 가치를 형성했지만, 그 외의 모로코 현대미술 작가들은 여전히 1만~5만 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가격 형성이 단기적인 투기적 흐름이 아니라 점진적인 성장과 지속적인 시장 형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미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인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는 서양 미술사를 '아프리카화'하며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다./사진=yinkashonibare.com/,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제 미술 시장에서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차지하는 위치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시장 인프라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현재 아프리카 현대미술의 주요 거래는 여전히 런던과 뉴욕 같은 서구 경매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내부에서 자생적인 미술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2023년 발표된 *아프리카 웰스 리포트(Africa Wealth Report)*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아프리카 백만장자의 수는 4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아프리카 내부에서 미술 컬렉터층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으며, 지역 미술 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둘째, 미술사적 정체성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서구 미술 시장은 오랫동안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서구 모더니즘과의 관계 속에서만 평가해왔다. 그러나 아프리카 현대미술은 자체적인 미학적·역사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문적 연구와 주요 미술 기관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2025년 퐁피두 센터의 Paris Noir 전시가 그러한 흐름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컬렉터층의 확장과 시장의 국제화가 중요하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세계 시장에서 제 가치를 찾기 위해서는 유럽과 미국의 컬렉터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내에서도 적극적인 컬렉터층이 형성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매장들이 아프리카 현대미술을 독립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며, 이를 기반으로 보다 지속적인 시장 확장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프타운 국제 컨벤션 센터에서 개막한 제11회 인베스텍 케이프타운 아트 페어가 남아프리카의 현지 예술 장면을 국제적으로 조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사진=The scene at the 2024 edition of Investec Cape Town Art Fair.,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만들어갈 미래

아프리카 현대미술은 더 이상 주변부의 예술이 아니다. 국제 미술 시장에서의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 구조의 변화와 함께 보다 공정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장 형성과 안정적인 평가 구조의 정착이다. 런던과 뉴욕 중심의 시장 구조를 넘어,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강력한 미술 시장이 형성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미술사적 가치를 지닌 예술로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2025년 퐁피두 센터에서 열릴 Paris Noir 전시는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국제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자리다.

과연 아프리카 현대미술은 오랫동안 서구 중심의 미술 시장에서 저평가된 위치를 벗어나, 세계 미술 시장에서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변화의 조짐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과 컬렉터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흐름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아프리카 현대미술이 만들어갈 미래는, 단순한 시장의 흐름을 넘어 예술의 가치가 어떻게 평가되고, 미술사가 어떻게 다시 쓰이는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