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쿠팡이 장악한 온라인 식료품 시장, 편리함의 대가는 무엇인가
[KtN 박준식기자]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장을 보고, 몇 시간 내에 식료품을 집 앞에서 받아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줄을 서며 계산하던 모습은 점점 과거의 장면이 되어가고 있다. 온라인 장보기가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쿠팡은 이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오픈서베이의 2025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보고서는 현재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 쿠팡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최저가보다 배송 속도와 편리함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분석했다.
한때 대형마트의 할인 경쟁을 주목하던 소비자들은 이제 ‘얼마나 빠르게 배송되는지’를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모든 편리함의 대가는 무엇인가?
쿠팡의 독주, 유통 시장의 판을 바꾸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쿠팡이츠마트를 앞세워 온라인 식료품 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다. 와우 멤버십을 통해 소비자를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두고, 새벽배송·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제 많은 소비자에게 온라인 장보기는 습관이 됐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제품을 주문하고, 당일 혹은 다음 날 아침이면 신선한 식재료가 도착한다. 하지만, 시장이 쿠팡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몇 가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첫째, 대형마트와 소규모 유통업체들이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마트를 찾지 않는다면,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 이는 다시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 시스템 투자 여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시장은 소수의 온라인 유통 기업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들고 있다. 배달의민족 B마트, 마켓컬리, GS프레시몰 등이 경쟁하고 있지만, 쿠팡의 물류 인프라와 가격 경쟁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시장의 경쟁이 약화되면, 결국 소비자들은 특정 플랫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내몰리게 된다.
셋째, 장기적으로 가격 정책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이 되면, 초기의 저렴한 가격 정책이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지금은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이 제공하는 혜택이 크지만, 향후 시장 경쟁이 약화되면 가격 인상이나 서비스 축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편리함 뒤에 감춰진 독점의 위험
유통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는 점점 더 한정된 선택지 속에서 쇼핑을 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쿠팡을 이용하면서 가장 편리한 경험을 하고 있지만, 과연 이 편리함이 지속될 것인가?
아마존은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을 장악한 후, 서서히 수수료와 멤버십 비용을 올리고 있다. 처음에는 ‘무료 배송’이라는 혜택을 제공했지만, 이제 프라임 멤버십 가입이 필수가 됐다. 독점적 플랫폼이 가격을 올릴 때 소비자는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 온라인 식료품 시장도 같은 길을 걷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경쟁자가 줄어들면 기업은 가격 정책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지금은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떤 소비를 선택해야 하는가
온라인 장보기의 편리함은 소비자들에게 분명한 혜택을 제공한다. 하지만, 편리함만을 쫓다가 우리는 선택권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대형마트는 온라인 시장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하며, 소비자들도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유통 채널을 활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역시 온라인 유통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감시하고, 중소 유통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독점 방지 규제를 강화하며 플랫폼 기업들의 가격 정책과 시장 지배력을 감독하고 있다. 한국도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편리함은 선택의 결과이지만, 때로는 선택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쿠팡 중심으로 재편된 온라인 식료품 시장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소비자는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될지 우리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