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Bora Aksu 2025 S/S 컬렉션: 감성적 회고와 섬세한 장인의 미학
로맨틱 패션의 진화와 현대적 해석 패션의 감성적 내러티브, 추모의 공간에서 피어난 우아함
[KtN 임우경기자] 2025 S/S 런던 패션위크에서 가장 감성적으로 깊이 있는 컬렉션을 선보인 디자이너 중 하나는 보라 악수(Bora Aksu)였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의상의 나열이 아니라, 개인적인 서사를 패션 언어로 풀어낸 하나의 회고적 작품이었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추모하기 위해 런던 코벤트 가든의 세인트 폴 교회 정원에서 열린 이번 쇼는 패션이 단순한 트렌드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패션이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라 악수의 이번 컬렉션은 디자이너 개인의 기억과 애정을 패브릭과 실루엣에 녹여낸 상징적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대량 생산과 디지털 시대의 효율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보라 악수(Bora Aksu)의 작품은 오히려 패션의 본질적 가치—핸드메이드의 정교함과 인간적인 감성—를 상기시키는 데 주력했다.
▌플로럴 아플리케와 러플, 장인 정신의 재해석
보라 악수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두드러진 요소는 Bora Aksu의 시그니처 디테일인 ‘플로럴 아플리케(Floral Appliqué)’와 러플(Ruffle)의 풍성한 활용이었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어머니와의 개인적인 기억을 투영한 정교한 크로셰와 레이스가 강조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장식적 요소가 아닌 감성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디자인 장치로 활용되었다.
Bora Aksu는 어머니가 직접 제작했던 초기 컬렉션의 크로셰 작업에서 영감을 받아, 핸드메이드적인 요소를 더욱 강화했다. 니트 트윈 세트, 보헤미안 스커트, 자카드 스웨터 조끼 등의 룩은 1970년대 터키의 전통적인 직조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었다. 특히 자수 장식과 러플의 활용 방식이 기존의 낭만적인 스타일을 넘어 보다 입체적이고 구조적인 형태로 발전한 점이 눈에 띄었다.
▌'바디와 실루엣'에 대한 새로운 접근, 구조적 패션과의 균형
이번 시즌 보라 악수의 컬렉션은 단순한 로맨틱 패션에 머물지 않고, 실루엣과 구조적인 요소를 강화하며 보다 진보된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다.
▶몸의 곡선을 따르는 드레이핑 기법:
실크 시폰 드레스와 무중력 튤 드레스는 유려한 곡선과 플로우를 극대화하며, 로맨틱한 패션이 갖는 유동성을 더욱 강조했다.
▶강렬한 패턴과 조형적인 형태:
달리아(Dahlia) 패턴을 기반으로 한 프린트는 과거의 여성적인 요소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사례였다. 플로럴 아플리케와 결합된 조형적 실루엣은 단순한 장식이 아닌, 패션이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를 반영했다.
▶빈티지와 컨템포러리의 조화:
빈티지 레이스 블레이저와 펜슬 스커트는 클래식한 패션 코드와 현대적 실루엣을 결합하며, 한층 더 웨어러블한 접근 방식을 시도했다.
보라 악수는 기존의 로맨틱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실용성을 접목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는 패션이 과거의 감성을 소환하면서도 동시대적인 흐름을 반영할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다.
▌2025년 패션 트렌드 속 보라 악수의 방향성
2025 S/S 시즌의 패션 트렌드는 크게 ① 감성적 내러티브 ② 지속 가능성 ③ 장인 정신의 복귀로 요약할 수 있다. 보라 악수의 컬렉션은 이러한 흐름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으며, 특히 아래 두 가지 트렌드와의 상관성이 두드러진다.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와 감성적 패션
2024년부터 지속된 ‘조용한 럭셔리’ 트렌드는 이번 시즌에도 강력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라 악수의 컬렉션은 로고와 과시적인 요소 대신, 디테일과 소재의 질감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하며 조용한 럭셔리와 맞닿아 있다.
단순한 미니멀리즘이 아닌, 감성적 접근을 결합한 스타일이 새로운 고급 패션의 기준이 되고 있다.
▶핸드메이드와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대량 생산에서 벗어나 개별적인 스토리를 담은 옷이 주목받고 있으며, 보라 악수의 컬렉션은 이에 대한 대표적인 사례다.
크로셰, 니트, 레이스 등의 장인 정신이 반영된 요소들은 친환경적인 패션 흐름과도 일맥상통한다.
▌낭만적 패션의 한계와 발전 가능성
보라 악수의 2025 S/S 컬렉션은 감성적 패션이 어떻게 현대적인 언어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 로맨틱 패션의 익숙함
Bora Aksu의 디자인은 매 시즌 일정한 테마를 유지하는 만큼, 신선한 변화가 제한적일 수 있다. 이번 컬렉션 역시 기존의 러플, 크로셰, 레이스 등의 요소를 강화하는 방식이었으며, 혁신적인 변주가 다소 부족했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 웨어러블한 요소의 부족
이번 시즌 일부 룩은 장인 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지나치게 아카이브적인 접근을 취했다. 보다 실용적인 요소를 강화한다면 더 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 감성적 접근의 상업적 가치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감성적인 접근을 강조하는 것은 분명한 강점이지만, 상업적인 확장성을 고려한다면 감성적인 코드 외에도 보다 실험적인 스타일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라 악수, 감성적 패션의 정수를 보여주다
보라 악수의 2025 S/S 컬렉션은 장인 정신과 감성적 접근이 결합된 이상적인 사례였다. 섬세한 디테일과 핸드메이드적인 요소들은 패션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예술과 서사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향후 패션 트렌드는 ‘감성적인 이야기’와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며, 보라 악수는 이러한 변화의 최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로맨틱 패션이 갖는 익숙함을 넘어, 보다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면 그의 브랜드는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