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A] 침묵 속에서 춤추는 흔적 – ‘Dancing with Silence 4’

폭발과 정적 사이, 흔적으로 남은 시간

2025-03-28     박준식 기자
허은선 작가. 작품명: Dancing with Silence 4제작 연도: 2019년규격: 200 × 240cm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2억8천.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강렬한 푸른 흔적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마치 공간을 가르고 지나간 흔적 같기도 하고, 혹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남겨진 움직임의 증거처럼 보인다. 허 작가의 Dancing with Silence 4는 소리 없는 공간 속에서 감각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그리고 남겨진 흔적이 어떻게 의미를 형성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푸른 색은 단순한 색채가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의 응축이자, 시간을 지나며 남겨진 흔적이다. 화면 속 물감이 흐르며 만들어낸 패턴은 우연과 필연이 결합된 듯 보이며, 무작위로 흩어진 듯한 작은 금박 조각들은 이 흐름 속에서 미세한 빛을 발한다. 이 모든 요소는 마치 움직임이 멈추고, 그 자리에 남겨진 흔적들이 침묵 속에서 춤을 추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허 작가는 "침묵이 가장 강렬한 움직임을 품고 있다"고 말한다. Dancing with Silence 시리즈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소리 없는 순간 속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움직임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다.

작품 개요

작품명: Dancing with Silence 4

제작 연도: 2019년

규격: 200 × 240cm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2억8천

 

소리 없는 움직임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형태를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형태가 사라지고 남겨진 흔적 자체를 기록하는 것에 주목한다. Dancing with Silence 시리즈는 그 연장선에서 존재의 생성과 소멸, 질서와 무질서가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작업이다.

Dancing with Silence 4에서 화면의 좌측 상단에서 시작된 강렬한 푸른 색은 마치 폭발처럼 화면을 뚫고 지나가며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그러나 이 퍼짐은 단순한 물리적 흐름이 아니라, 시간이 응축된 흔적이자, 존재가 남긴 마지막 흔적처럼 보인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작은 금박 조각들은 고요히 자리하고 있다. 그것들은 물감의 흐름 속에서 떠다니는 부유물처럼 보이기도 하고, 혹은 침묵 속에서 여전히 빛을 발하는 존재의 조각들처럼 보인다. 허 작가는 이 금박들을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존재의 흔적이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음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용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물리적 흔적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움직임, 그리고 침묵이 만들어낸 흔적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사유하게 만드는 장치다.

색감과 질감, 구도 – 흔적이 만들어낸 공간의 깊이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회화적 접근법을 선보인다.

▶색감:

화면을 지배하는 깊고 강렬한 블루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움직임과 감각을 담아내는 공간이다. 이 색은 정지된 듯 보이지만, 흐르고 퍼지며 공간 속에서 생동감을 만들어낸다.

▶질감: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퍼지게 만들었으며, 일부 영역에서는 중력에 의해 흘러내리는 듯한 효과가 나타난다. 이로 인해 화면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시간이 응축된 하나의 기록물처럼 보인다.

▶구도:

화면을 가로지르는 푸른 선과 퍼지는 흔적들은 대각선적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전체적으로 강한 에너지를 내포하고 있다. 반면, 우측 상단에 남겨진 금박 조각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정적인 균형을 유지하며 화면에 안정감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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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요소들은 단순한 조형적 탐구가 아니라, 시간과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회화적 실험임을 보여준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우리는 움직임이 멈춘 후에야 그 흔적을 인식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형태는 단순한 조형적 요소가 아니라, 움직임과 흔적이 남긴 시각적 기록이다.

Dancing with Silence 4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극대화된다. 푸른 색채는 화면 속에서 자유롭게 흐르지만, 그 흐름은 정적인 침묵과 공존하며 상호작용한다. 이로 인해 작품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시간성을 내포한 회화적 기록으로 기능한다.

금박을 활용한 방식 또한 이러한 개념을 확장한다. 금박은 정적인 물질이지만, 빛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하는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허무는 장치로 작동하며, 허 작가의 철학적 탐구를 반영하는 중요한 요소다.

갤러리A 전시에서의 의미 – 침묵 속 흔적을 드러내다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Dancing with Silence 4는 전시 전체의 흐름 속에서 침묵 속 흔적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푸른 색채의 응축과 확산은 전시 전체의 흐름과 맞물리며, 창조와 소멸, 존재와 부재의 개념을 확장한다.

금박의 사용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허물며, 자연적 질서와 인간의 개입이 조화를 이루는 방식을 보여준다.

공간을 채우는 동시에 남겨진 여백은, 전시가 던지는 근본적인 질문 – "우리는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는가?" – 를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허 작가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 속에서 시간과 움직임을 유도하며, 관객이 스스로 존재에 대해 질문하도록 이끄는 철학적 탐구의 일부다.

관객과의 대화 – 존재와 부재를 마주하는 순간

이 작품을 감상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따라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푸른 물감이 아래로 흘러내리는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 속에서 남기는 흔적과도 닮아 있다. 그것은 물리적인 중력을 연상시키면서도, 마치 정신적인 깨달음이 흘러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허 작가의 Dancing with Silence 4는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되고 확장되는 흐름이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본질을 담아낸 시각적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