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A] 경계가 사라진 세계 – ‘The Sea in the Sky 14’

바다와 하늘,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초월한 감각의 기록

2025-03-31     박준식 기자
허은선. 작품명: The Sea in the Sky 14제작 연도: 2019년규격: 65 × 92cm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3,900  [갤러리 A]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하늘과 바다가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 경계에서 어떤 감각을 경험할 수 있을까?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14는 고정된 형상의 틀을 벗어나, 존재와 비존재의 흐름 속에서 감각이 머무는 공간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화면을 가득 채운 짙은 블루는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처럼 펼쳐지며, 색의 농도 변화와 확산된 질감이 시간의 흐름을 암시한다. 특히 화면 상단에서 점차 희미해지는 색채의 전이는 물리적인 공간이 아닌 감각적인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하며, 경계가 소멸되는 순간의 찰나를 포착한다.

세상의 모든 경계는 인식이 만들어낸 것이다. 바다는 하늘로, 하늘은 다시 바다로 이어지며, 그곳에 실재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요소가 아니라 감각과 기억, 흔적과 시간의 층위 속에서 재구성된 존재다. 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흔히 고정된 것이라 믿어왔던 경계의 허상과 유동성을 탐색하고, 보이지 않는 감각적 진실을 드러낸다.

작품 개요

작품명: The Sea in the Sky 14

제작 연도: 2019년

규격: 65 × 92cm

재료: 캔버스에 금박 혼합 기법 (Technique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3,900

 

흔적의 흐름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작품을 통해 존재의 불확실성, 감각의 이동, 그리고 인식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탐구해왔다. The Sea in the Sky 시리즈는 그중에서도 하늘과 바다가 맞닿는 경계를 재해석하며,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전복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은 형상이 소멸하는 공간이다. 흔히 하늘과 바다는 명확한 경계를 가진 두 개의 세계로 인식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둘의 경계는 일정하지 않으며, 시시각각 변한다. 물리적으로는 수평선이 그 역할을 하지만, 허 작가는 이 작품에서 그마저도 해체하여, 하늘과 바다가 공존하는 새로운 차원의 공간을 제시한다.

하늘이 내려앉고, 바다가 위로 상승하는 공간

형상이 아닌 색의 흐름으로 정의되는 감각의 층위

물리적 실재보다 감각적 경험이 우선하는 세계

이 모든 요소는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닌, 우리의 인식이 만들어내는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색감과 질감, 구도 – 존재와 부재의 흔적을 따라가다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감각적인 경험을 유도하는 회화적 접근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왔다.

▶색감:

화면을 가득 채운 블루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이는 감각이 머무는 공간이며, 동시에 흐름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짙은 블루에서 옅은 블루로 변화하는 색조의 움직임은 시간의 흔적을 의미하며, 시각적 경험을 통해 감각적 인식을 확장하도록 유도한다.

▶질감:

화면 전체에 퍼진 미세한 텍스처는 단순한 물감의 효과가 아니라, 감각이 남긴 흔적을 의미한다. 이는 물리적 존재의 흔적일 수도, 혹은 감각적 기억이 남긴 시간의 층위일 수도 있다.

▶구도:

화면의 중심에서 퍼지는 텍스처의 확산과 색의 농도 변화는, 감각이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흐르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고정된 시각적 구성을 넘어, 움직임과 흐름 속에서 존재하는 감각적 공간을 만들어낸다.

 

허 작가는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감각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동시에, 존재의 경계를 다시 질문한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실재하는 동시에 부재한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중적인 상태 속에서 존재하는 감각을 포착하며, 그 경계에서 생성되는 흐름을 회화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이다.

The Sea in the Sky 14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바다는 하늘이 될 수 있고, 하늘은 다시 바다가 될 수 있다.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짙고 깊은 블루는 감각이 축적된 공간이며, 흐려지는 색의 변화는 감각이 확산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표면에 남은 흔적들은 존재의 부재가 만들어낸 흔적이기도 하며, 감각과 경험이 남긴 시간의 조각이기도 하다.

 

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경계의 실체를 해체하고 감각과 경험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을 제시한다.

갤러리A 전시 – 존재의 흔적을 넘어서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The Sea in the Sky 14는 이러한 맥락에서 경계의 의미를 다시 질문하며, 감각의 공간을 새롭게 정의하는 작품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푸른 색조의 흐름과 확산하는 질감은, 자연이 가진 유동성과 감각의 흔적을 연결하는 요소가 된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익숙한 세계의 구조를 다시금 재해석할 기회를 제공한다.

형체가 아닌 흐름으로 존재를 정의하는 접근 방식은, 전시의 주제와 맞물려 보이지 않는 감각적 실재를 탐구하는 실험으로 기능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조형적 연구가 아니라, 세계와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관객과의 대화 –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서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인식하는 세계의 경계를 다시 질문하게 된다.

푸른 색의 흐름 속에서 확산하는 흔적들은, 마치 감각이 지나간 후 남은 흔적과도 같다. 우리는 물리적인 공간 속에서 살아가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은 감각과 경험이 만들어낸 흐름의 일부일 뿐이다.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14는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공간과 감각, 존재와 흐름이 교차하는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인식을 다시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 속에서, 우리는 익숙했던 것들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