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새로운 시대의 개막: 션 맥기르, 맥퀸의 유산을 계승할 수 있을까?

2025 S/S 패션 트렌드 분석: 알렉산더 맥퀸, ‘밴시’의 울음과 감각적 해체의 미학

2025-03-07     임우경 기자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알렉산더 맥퀸은 패션계에서 가장 강렬한 서사를 구축한 브랜드다. 창립자 알렉산더 맥퀸의 도발적 감성, 극단적 아름다움, 그리고 연극적 연출은 패션을 단순한 의복 디자인이 아닌 강력한 내러티브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사라 버튼이 그 유산을 이어받아 오뜨꾸뛰르적 감성과 강렬한 여성성을 유지해왔다면, 2025 S/S 시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는 또 다른 방향성을 탐색하는 모습을 보였다.

맥기르의 첫 번째 컬렉션은 단순한 스타일링이 아니라, 브랜드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다시 정립하려는 시도였다. 아일랜드 전설 ‘밴시(Banshee)’에서 영감을 받아, 헝클어진 아름다움과 감정적 격동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밴시는 전통적으로 죽음을 알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하지만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깊은 정서적 울림과 연결된다. 슬픔, 분노, 상실,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강렬한 감정이 이번 컬렉션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했다.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헝클어진 아름다움과 감각적 해체

맥기르는 의도적인 불완전함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균형을 탐구했다. 옷은 찢긴 듯한 모양을 갖추었고, 러프한 질감이 강조되었으며, 불규칙한 드레이핑과 커팅이 적용되었다. 전통적인 테일러링 기법이 해체되면서, 유려한 라인이 아닌 거칠고 단절된 형태가 전면에 등장했다.

특히, 핸드메이드로 구현된 밴시 모티프의 자수와 손으로 찢어진 듯한 디테일은 정교함과 본능적 감성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미적 장치가 아니라, 패션이 감정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맥퀸 브랜드는 본래 조형적인 테일러링과 정밀한 구조적 요소를 핵심으로 삼아 왔다. 하지만 이번 컬렉션에서는 그 정교함을 일부러 흐트러뜨리고, 불안정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이를 통해 단순한 의복을 넘어, 패션이 신체와 공간, 그리고 감정까지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맥퀸이 지닌 극적인 감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다

맥기르는 극적인 요소를 강조하면서도, 단순히 알렉산더 맥퀸의 상징성을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구성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긴 소매와 유동적인 실루엣, 거친 텍스처는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실루엣 자체를 더욱 과감하게 변형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전 맥퀸 컬렉션이 ‘정제된 강렬함’을 유지했다면, 맥기르는 ‘즉흥적 감성’을 추가하며 차별점을 두었다.

밴시라는 존재가 단순한 공포의 상징이 아니라, 감정적 해방을 의미하는 것처럼, 그의 컬렉션도 패션을 통해 억눌려 있던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기존의 맥퀸 스타일과의 차별성이다. 사라 버튼이 유지했던 강렬한 여성성은 다소 약화되었으며, 대신 거칠고 즉흥적인 감각이 강조되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의 변화가 아니라, 맥기르가 맥퀸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맥기르가 직면한 도전: 맥퀸의 정신과 시장성의 균형

맥기르의 컬렉션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맥퀸 브랜드의 상업성과의 접점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문제다.

맥퀸은 항상 극적인 요소를 강조해왔지만, 그 안에서도 기성복 시장에서의 입지를 유지해야 했다. 사라 버튼이 성공적으로 구축했던 강렬한 디자인과 상업적 균형이 이번 시즌에는 다소 흐려진 느낌이 있다.

과연 이번 컬렉션이 실제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판매 전략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디자이너가 구축한 세계관이 반드시 상업적 성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맥기르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패션의 예술성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아낼 것인가라는 점이다.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의 감성과 미래: 맥기르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패션이 어떻게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패션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흐름과 산업적 필요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맥기르가 제시한 강렬한 감성은 패션이 단순한 기능적 역할을 넘어, 신체와 감정, 그리고 공간을 새롭게 조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지속적인 브랜드 성장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강렬한 비주얼 언어를 현실적인 착용성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패션이 단순한 의복을 넘어 감각과 내러티브의 확장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맥퀸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느냐에 따라 브랜드의 미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렬한 감성과 혁신적 접근이 패션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이번 컬렉션. 그러나 맥기르가 맥퀸의 전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을지, 혹은 브랜드의 유산을 계승하는 데 그칠지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공개될 컬렉션을 통해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