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레이 가와쿠보, 감정의 조형화를 시도하다

2025 S/S 패션 트렌드 분석: 꼼 데 가르송, 패션을 통해 ‘분노’를 조형하다

2025-03-30     임우경 기자
Comme des Garçons (꼼 데 가르송).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패션이 단순히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사상을 조형화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온 꼼 데 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레이 가와쿠보(Rei Kawakubo)는 2025년 봄/여름 컬렉션을 통해 ‘분노(Anger)’를 주제로 한 강렬한 실험을 펼쳤다.

가와쿠보의 패션은 늘 전통적인 실루엣과 구조를 거부하며, 입는다는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패션을 사회적 정서와 감정의 표출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택했으며, 공기를 머금은 듯한 구조적 실루엣, 포장지 같은 강렬한 룩, 그리고 플라스틱과 같은 표면 마감을 통한 초현실적 분위기 연출을 중심으로 디자인을 구성했다.

이는 단순한 형태적 실험이 아니라, 현대 사회에서 개인과 집단이 느끼는 억압된 감정과 분노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시도였다. 패션이 더 이상 기능적인 소비재가 아니라, 사회적 감정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컬렉션이라 평가할 수 있다.

공기를 머금은 실루엣: 부풀어 오른 형태가 상징하는 것

꼼 데 가르송의 컬렉션에서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공기를 가득 머금은 듯한 실루엣이었다.

✔ 부풀어진 볼륨과 구조적 형태

– 옷의 구조는 몸을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몸을 감싸며 외부로 확장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원형, 직사각형, 다각형 등 기하학적 패턴을 기반으로 한 과장된 형태가 주를 이루었으며, 이는 단순한 조형적 실험이 아니라 내면의 감정이 겉으로 표출되는 과정을 시각화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무거운 실루엣 속 공기의 존재

– 옷이 부풀어 오르면서도 가벼운 공기감을 유지하는 것은 ‘억눌린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을 표현하는 은유적 장치로 작용했다. 이는 기존의 패션 실루엣이 강조하는 신체의 윤곽과 균형을 거부하며, 몸이 옷에 의해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옷이 감정과 개념을 대변하는 새로운 조형적 존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착용’이 아닌 ‘조형’으로서의 패션

– 가와쿠보가 이번 컬렉션에서 제안한 실루엣은 더 이상 ‘입는’ 패션이 아니라, ‘조각적 오브제’로서의 패션을 탐구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이는 패션이 단순히 스타일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예술적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실험적 시도였다.

 

Comme des Garçons (꼼 데 가르송).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강렬한 포장지 룩: 억압과 보호, 그리고 해체의 의미

이번 컬렉션에서는 강한 광택감과 접힌 듯한 구조를 강조한 룩이 등장하며, 포장지(Wrapping Paper)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다수 포함되었다.

✔ 포장지의 상징성: 억압과 보호의 이중성

– 포장지는 사물을 감싸 보호하지만, 동시에 내부를 숨기고 가리는 역할을 한다. 이는 사회적 억압과 자기 보호 본능이 공존하는 현대인의 심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가와쿠보는 이를 극단적인 시각적 요소로 표현했다.

✔ 접힌 주름과 구조적 해체

– 옷 곳곳에 불규칙한 접힘(Folds)과 비정형적 구조를 적용하며, 정형화된 실루엣을 파괴하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 이는 완벽한 형태를 유지하려는 기존의 패션 구조와 반대되는 개념이며, 불완전함을 통해 강렬한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전달하는 전략적 장치였다.

✔ 광택감 있는 마감과 플라스틱 소재의 활용

✔ 광택감 있는 마감과 플라스틱 소재의 활용
– 일부 룩에서는 플라스틱과 같은 인공적인 광택감을 활용하며, 차가운 질감과 이질적인 표면을 강조했다. 이는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유기적인 감정을 인위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패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접근이었다.

 

Comme des Garçons (꼼 데 가르송). 사진=예림출판사(Yelim Publishing),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초현실적 분위기와 분노의 시각화: 꼼 데 가르송이 던지는 메시지

이번 컬렉션에서 가와쿠보는 단순히 ‘분노’를 감성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구조적으로 변형하고, 시각적으로 과장하는 방식으로 표현했다.

✔ 초현실주의적 접근과 감정의 형상화

– 옷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감정을 조각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개념이 강하게 반영되었다. 초현실적인 실루엣과 이질적인 텍스처의 조합은, 현대 사회에서 억압된 감정이 표출되는 방식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으로 해석될 수 있다.

✔ 기능성과 착용성에 대한 도전

– 꼼 데 가르송의 디자인은 실용성을 우선하는 일반적인 패션 시스템과는 다른 궤도를 그린다. 하지만 이러한 극단적인 조형적 접근이 패션의 영역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 분노의 미학화와 패션의 새로운 역할

– 분노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으로 인식되지만, 가와쿠보는 이를 패션을 통해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가치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는 단순한 감정적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패션을 활용하는 방법론으로도 볼 수 있다.

 

실험과 예술, 그리고 패션의 경계를 다시 묻다

✔ 패션이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확장

– 이번 컬렉션은 패션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정서를 반영하는 조형적 매체로 기능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 착용성과 실험성 사이의 균형 문제

– 꼼 데 가르송의 실험적 접근이 패션의 예술적 가치를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스타일이 실제 소비 시장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 현대 패션이 나아갈 방향성에 대한 도전적 질문

– 이번 컬렉션은 패션이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사상을 담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꼼 데 가르송이 제시한 새로운 감각적 서사

이번 2025 S/S 컬렉션을 통해 꼼 데 가르송은 패션이 감정과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강력한 매체임을 다시금 증명했다.

✔ 공기를 머금은 구조적 실루엣으로 감정의 표출을 시각화
✔ 포장지 같은 룩을 통해 억압과 보호의 이중적 의미를 탐구
✔ 플라스틱 같은 마감을 통해 초현실적 분위기를 연출하며 감정의 물질화를 시도

꼼 데 가르송은 이번 컬렉션을 통해 패션이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사유적인 오브제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입증하며 패션의 경계를 확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