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기획] 2024년 경매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주요 트렌드

고가 시장 침체 속 ‘저가 작품’ 시장 확대… 새로운 미술 시장 지형 형성 회화 시장: 저가 작품 판매 증가 vs 고가 작품 침체 판화 시장의 지속적 성장, 온라인 경매 활성화 조각 및 드로잉 시장의 변화와 주요 경매 기록

2025-03-12     임민정 기자
Jean-Michel Basquiat, Dos Cabezas, 1982 (left) and In Italian, 1983 (right)Buchhart, Dr. Dieter, “Excerpts from Dr. Dieter Buchhart,” In Basquiat X Warhol: Painting Four Hands, (Paris, France: Fondation Louis Vuitton, 2023).

[KtN 임민정기자] 2024년 미술 경매 시장은 저가 미술품의 강세와 고가 미술품 시장의 위축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흐름 속에서 구조적 변화를 겪었다. 회화, 판화, 조각 등 각 부문에서 거래 양상이 달라지면서 미술 시장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회화 시장: 저가 작품의 약진과 고가 시장의 침체

2024년 회화 시장에서는 저가 미술품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체 회화 거래의 81%가 5,000달러 이하에서 이루어졌으며, 55%는 1,000달러 이하에서 낙찰되었다. 이는 온라인 경매 활성화와 젊은 컬렉터층의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결과다.

한편, 고가 미술품 시장은 침체를 겪었다. 100만 달러 이상 낙찰된 회화는 757점으로, 2020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이는 프리미엄 작품의 공급 부족과 구매자의 신중한 투자 태도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결과다. 그러나 2024년 말, 르네 마그리트의 L'Empire des Lumières (1954)가 1억 2,160만 달러에 판매되는 등 일부 대형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고가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판화 시장: 온라인 경매 활성화와 함께 지속 성장

판화 시장은 2024년에도 강세를 유지했다. 연간 19만 3,000점이 거래되었으며, 이는 10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1,000달러 이하 작품의 판매가 급증하며, 2020년 이후 7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판화 시장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작품 접근성이 높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등의 판화 작품이 1,000달러 이하로 거래되면서 대중이 미술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었다. 반면, 10만 달러 이상 고가 판화의 거래는 감소하면서 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

조각 시장: 프리미엄 조각의 안정적인 판매

2024년 조각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체 시장 규모는 10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으며, 100만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작품 거래는 150건으로 전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프랑수아 자비에 라렌(François-Xavier Lalanne)의 작품이 두각을 나타냈다.  Herd of Elephants in the Trees (2001)는 1,160만 달러에 거래되며 전년보다 두 배 가까운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또한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등의 작품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다.

반면, 저가 조각 시장에서는 쿠사마 야요이(Yayoi Kusama), KAWS, 뱅크시(Banksy)의 대량 제작된 조각 작품이 1,000달러 이하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며, 대중적인 미술 시장으로의 확장을 견인했다.

2024년 여름, 세계적인 예술가 Yayoi Kusama(야요이 쿠사마)가 런던에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선보이며 현대 미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한다./사진=Yayoi Kusama / Victoria Mir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드로잉 시장: 중국 시장 위축으로 인한 감소

드로잉 시장은 2024년 11억 달러 규모로 축소되며,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특히 중국 전통 회화와 서예 작품의 공급이 줄어들면서 글로벌 드로잉 시장의 하락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작품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Untitled (1982)는 2,295만 달러에 판매되며 역대 최고가 드로잉 기록을 경신했다. 르네 마그리트의 L'Empire des Lumières (1956)도 1,881만 달러에 낙찰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구시대 명작’의 부재: 구(舊) 거장 작품 경매 위축

2024년 올드 마스터(Old Masters) 작품 경매는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 총 낙찰액은 8억 7,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이는 고가의 거장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외적으로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의 Melon entamé (1760년대 작품)는 2,890만 달러에 낙찰되며 예상가(1,300만 달러)를 두 배 이상 초과했다. 하지만 대형 경매 시장에서 티치아노, 렘브란트 등 거장의 작품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이 부문의 성장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태다.

컨템포러리 아트: 유명 작가들의 불균형한 성과

컨템포러리 아트 시장에서는 작가별 성과가 극명하게 갈렸다.

▶성장한 작가: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경매 실적이 전년 대비 22% 증가하며 강세를 유지했다. 11월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는 1980년대 뉴욕 지하철 광고판에 그린 드로잉 31점이 총 900만 달러에 판매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하락한 작가: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는 연간 총 매출이 1억 8,340만 달러로 감소했으며, 요시토모 나라(Yoshitomo Nara), 뱅크시(Banksy) 등의 작가들도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급락한 젊은 작가: 샤라 휴즈(Shara Hughes)와 아베리 싱어(Avery Singer)의 작품 가치는 급락했다. 샤라 휴즈의 Here and There (2007)는 2020년 7만 3,000달러에서 2022년 20만 8,000달러로 급등했으나, 2024년에는 4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젊은 작가들의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뒤 안정화되는 전형적인 시장 패턴을 보여준다.

시장 변화가 시사하는 것: 2025년 미술 시장의 향방

2024년 미술 시장은 고가 미술품 시장의 축소, 저가 작품의 증가, 온라인 경매 활성화라는 세 가지 특징을 보였다. 이는 미술 시장이 점점 대중화되고 있으며, 새로운 컬렉터층이 유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향후 프리미엄 시장이 반등할지 여부는 2025년 경제 회복 여부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저가 미술품 시장의 지속적 성장과 함께 미술 시장의 구조적 변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