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의 성장과 정치적 환경: 아톤 사례로 본 한국 정부의 규제·지원 균형 전략
국내 핀테크 산업의 성장이 던지는 정책적 시사점
[KtN 박준식기자] 최근 한국 핀테크 보안 기업 아톤이 파이낸셜타임즈(FT)와 스태티스타가 발표한 ‘2025 아시아·태평양 고성장 기업 500’에 선정됐다. 이는 기업 자체의 기술 경쟁력과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의 디지털 금융 정책과 핀테크 산업 육성 기조가 맞물려 만들어낸 성과로 볼 수 있다.
아톤은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흑자 경영을 유지하며, 2024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지속 가능성은 정치적 환경과 정부 정책의 변화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 핀테크 산업은 전통 금융권과의 규제 형평성 문제, 금융 소비자 보호 정책, 데이터 보안 강화 등 다양한 정치적·법적 이슈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산업과 정부 정책: 규제와 지원의 딜레마
핀테크 산업은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혁신하는 동시에, 규제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다. 한국 정부는 디지털 금융 혁신을 주요 국가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며, 지난 몇 년간 적극적인 핀테크 산업 육성 정책을 추진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을 들 수 있다. 이 법은 금융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해 신기술 기반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 규제에서 일시적으로 자유롭게 사업을 실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핀테크 스타트업과 IT기업들이 금융권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아톤 역시 이러한 규제 완화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금융 보안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공공·국방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디지털 금융 육성 정책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규제 완화가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강화될 것인가라는 점이다. 최근 금융 당국이 보안·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고 있어, 산업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통 금융권과의 갈등: 핀테크 산업의 성장 한계인가, 기회인가?
핀테크 산업의 성장은 기존 금융권과의 이해관계 충돌을 불러왔다. 한국의 주요 은행과 금융 그룹들은 핀테크 기업이 금융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은 핀테크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규제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권이 정부 규제를 이용해 시장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고 반박한다.
아톤과 같은 핀테크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며 성장하는 동안, 금융 당국은 점차 핀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가 마이데이터 사업 확장 규제와 핀테크 보안 인증 요건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규제 강화 흐름이 지속된다면,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혁신과 규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핀테크 트렌드: 한국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아톤의 글로벌 성장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성과가 아니다. 한국 핀테크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한국 핀테크 기업이 싱가포르, 홍콩, 영국 등의 금융 허브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핀테크 기업을 적극 유치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며, 글로벌 금융 기업들과의 협력을 장려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홍콩은 ‘가상은행’ 제도를 도입해 핀테크 기업이 기존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영국은 금융권과 핀테크 기업 간의 협업을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하며,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 투자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핀테크 기업들은 국내 금융 규제와 소비자 보호 법안에 의해 해외 확장이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정부가 핀테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글로벌 협력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향후 전망: 규제 완화 vs. 강화,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 한국의 핀테크 정책은 ‘규제 완화 vs. 강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기조 속에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 강화 정책이 확대되면, 핀테크 기업들은 금융 보안 요건과 내부 관리 규정 준수를 위해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디지털 금융 혁신 정책이 지속되면,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글로벌 핀테크 시장과의 경쟁을 고려한다면, 한국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정부는 핀테크 산업의 혁신을 지원하면서도 금융 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핀테크 산업은 정치적 선택의 결과
아톤의 성장은 단순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한국 핀테크 산업이 정책 환경과 정치적 흐름 속에서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규제 완화가 지속된다면, 핀테크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반면, 금융 보안과 소비자 보호를 이유로 규제가 강화되면 성장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핀테크 기업이 기존 금융권과 공존할 수 있도록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싱가포르, 홍콩 등과 비교할 때 한국 핀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정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요구된다.
정치적 선택이 핀테크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대다. 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한국 핀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국내 시장에 갇혀 성장의 한계를 맞이할 것인지가 좌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