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탄복을 입어야 하는 나라,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KtN 박준식기자] 야당 대표가 방탄복을 입고 연설을 해야 하는 나라. 체포된 지도자의 배우자가 공권력의 총기 사용을 요구하는 나라. 그리고 그 모든 일이 ‘충격적인 해프닝’이 아니라, 정치적 현실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나라. 대한민국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치는 본래 말과 논리로 이루어진다. 정책과 비전을 경쟁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정치의 본질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에서 정치란 더 이상 설득과 경쟁의 영역이 아니다. 정치는 공포와 위협의 무대가 되었고, 정치적 상대는 설득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윤석열이 체포되던 날, 김건희는 경호처 직원들에게 "왜 총을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표를 쏘고 싶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총기 발언의 의미: 법치주의의 근본을 흔드는 사고방식
이 발언은 단순한 분노의 표출이 아니다. 그것은 ‘법보다 힘이 우선한다’는 사고방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당한 법적 절차보다 물리력을 앞세워야 한다는 논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으며, 그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공권력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군대는 특정 권력자의 보호막이 아니다. 공권력은 오직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법과 원칙에 의해 운영되어야 한다. 그러나 김건희의 발언은 "공권력이 특정 권력을 지키기 위해 사용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다. 정치적 위기를 맞은 권력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려 할 때, 민주주의는 가장 먼저 무너진다. 법과 제도가 아닌 힘과 폭력이 지배하는 순간, 국가의 균형은 깨지고, 공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개인과 집단을 위한 사병(私兵)으로 전락한다.
방탄복을 입어야 하는 대한민국, 무엇이 문제인가
야당 대표가 방탄복을 입고 연설을 해야 하는 나라에서, 정치적 폭력은 단순한 우려가 아니라 현실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활동해야 하는 현실이 정상인가.
정치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설득의 과정이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적 대립이 곧 생명의 위협으로 이어지고 있다. 설득과 논쟁 대신, 상대를 범죄자로 몰아세우고, 필요하다면 물리력을 사용해서라도 제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것이 정치의 영역에서만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정당화되고, 그것이 공권력과 결합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공포정치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다.
정치적 반대자를 향한 폭력적 위협이 용인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점점 더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오늘의 ‘방탄복’이 내일의 ‘실제 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만들었는가
지금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온 것은 단순히 특정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
첫째, 권력을 사유화하는 태도가 문제다.
공권력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사건들을 보면, 공권력이 특정 권력자의 보호 장치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둘째, 정치적 폭력을 정당화하는 분위기다.
방탄복을 입어야 하는 정치 현실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 폭력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셋째, 법치주의의 후퇴다.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법이 특정 권력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되고,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은 법치가 아니라 독재다.
이 모든 문제들이 겹쳐지면서, 대한민국은 지금 ‘법과 질서’가 아닌 ‘힘과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로 변질될 위험에 처해 있다.
대한민국이 다시 정상화되려면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명확하다. 우리는 다시 법과 원칙이 지배하는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공권력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공권력은 특정 권력자의 사병이 아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은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정치적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이 정당화되는 순간, 민주주의는 붕괴된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
법 위에 군림하는 권력은 반드시 단죄해야 한다. 법이 특정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는 무너진다. 권력이 법 위에서 군림하려는 시도는 철저히 견제되어야 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서 국민은 사라지고, 오직 권력을 유지하려는 욕망만이 남아 있다. 야당 대표가 방탄복을 입어야 하는 현실, 대통령 배우자가 총기 사용을 언급하는 현실. 대한민국은 지금 민주주의의 근본을 시험받고 있다.
우리는 이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다시 법과 원칙이 살아 있는 나라로 돌아갈 것인가. 대한민국의 미래는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