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묵의 ‘희희낙락 대통령 놀이’, 리더십 공백이 만들어낸 상징
‘사치’라는 말의 반전(反轉) 최상목 권한대행 체제에서 드러난 통치 리더십의 구조적 공백
[KtN 박준식기자] 정치에서 ‘언어’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며, 지도자의 정치 철학이 반영되는 매개체다. 지금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내뱉은 “거취는 사치”라는 한 문장은, 그 어떤 국정 브리핑보다도 현 정부의 리더십 구조가 어디에서 균열되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권한은 있으나, 책임은 없다
최상목은 헌정사상 유례없는 내란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권한대행’이라는 체제 자체가 이미 비상 정국의 정지된 시간 속에서 작동하는 체제이며, 그 안에서 요구되는 정치적 언어는 단순한 행정 용어가 아니라 국정의 무게를 감당하는 상징적 책임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퇴는 사치”라는 발언은 이 구조의 핵심 문제를 드러낸다.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유예하는 리더십. 이 구조는 결국 통치 주체가 자기 부재를 정당화하고, 현실 정치의 중핵에서 도피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기제가 된다.
‘희희낙락 대통령 놀이’, 리더십 공백이 만들어낸 상징적 장면
퍼스널컬러 진단, 떡메치기 체험, 지역 순회 사진행사. 이 모든 일정은 국가 위기 상황에서 권한대행이 할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스케줄 문제가 아니라, 위기 리더십의 개념 자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등장한 정치 퍼포먼스다.
국민은 지금 상징을 원한다. 갈등을 수습하고 제도적 복원을 예고하는 담대한 리더십의 언어를 원한다. 그러나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정의 상징이 아닌 ‘행사장 풍경 속 미소’로만 소비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치’다.
비상국면에서 ‘말’은 곧 통치다
위기 정국에서 통치 언어는 전략이자 리더십이다. “사치”라는 단어는 통상 사적 욕망이나 사유화된 낭비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것을 ‘책임 회피’에 사용하는 순간, 권위의 언어가 희화되고, 통치의 무게가 무너진다.
게다가 이 말은 권한대행이 스스로를 정당화하면서 동시에 국민의 질문과 야당의 비판을 ‘사치스러운 논쟁’으로 격하시키는 효과까지 갖는다. 정치에서 말은 상대를 배제하는 기술일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은 그 기술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했고, 이는 국정의 중심에 있는 자가 국민과의 대화를 폐기하는 선택으로 읽힌다.
대한민국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 경고음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단순히 한 명의 권한대행에 대한 비판으로 그쳐선 안 된다. 본질적으로 현행 헌정 체제에서 권한과 책임이 분리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그 공백을 보완할 정치·제도적 안전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이 사태를 통해 권한대행제의 정치적 정당성과 기능, 그리고 통치 언어의 윤리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권한대행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그의 언어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사치’라는 말로 사치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금 이 순간, 정치적 사치는 고통받는 국민의 질문을 무시하는 것이다. 사치는 국정을 체험형 퍼포먼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사치는, 국민이 묻고 있는 책임의 정치를 ‘논의할 가치조차 없는 일’로 밀어내는 것이다.
정치는 말로 설계된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비상 정국은, 무책임한 언어가 어떻게 국정을 가볍게 만들 수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치’의 정치학: 위기 책임 회피의 언어적 수단화
감각정치의 함정: 실질적 국정 리더십보다 이미지 소비에 집중
권한과 책임의 단절: 권한대행 체제의 구조적 리스크
상징 부재 리더십: 통합·안정의 메시지를 생산하지 못하는 권위의 공백
정치 언어의 윤리 실종: 국민과의 신뢰 연결 고리를 스스로 절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