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기획] ‘데이터로 약을 만든다’는 선언이 말하는 것
GSK, 제약산업의 AI 전환점과 경제 전략의 재설계
[KtN 박준식기자] “AI는 기술인가, 경제 전략인가?” 2025년, 제약산업의 경쟁력은 분자 개발력도, 임상 운영력도 아닌 데이터의 구조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도구의 진화가 아니라, 제약기업 전체의 전략 패러다임을 바꾸는 신호다.
글로벌 제약사 GSK가 공개한 AI 전략은 ‘기술을 도입한 조직’과 ‘기술로 재설계된 조직’ 사이의 결정적 차이를 드러내며, 의료 AI 시대의 새로운 경제 질서를 예고한다.
기술에서 전략으로: AI는 ‘업무도구’가 아닌 ‘조직 운영 시스템’이다
GSK는 2019년부터 AI를 단순한 혁신 수단이 아닌, 조직의 핵심 구조로 재정의해왔다. 이 회사는 머신러닝을 통해 유전자 분석, 조직 이미지 판독, 병리학적 예측 모델 등 전 영역을 재구성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데이터 수집의 목적 자체가 모델 개발을 위한 설계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GSK는 이를 위해 별도 조직 ‘Onyx’를 설립해, 데이터를 AI 친화적으로 생산·정제하는 전담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는 제약사로서는 이례적일 정도의 구조적 투입이며, 단순히 데이터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를 ‘설계하고 생성하는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최고의 분자도, 잘못된 환자군에 쓰이면 의미가 없다. AI는 바로 그 정밀성을 가능케 한다." 킴 브랜슨, GSK AI 총괄 부사장
제약경제의 새로운 분기점: 데이터는 더 이상 ‘부수 자료’가 아니다
전통적 제약산업은 신약후보물질과 임상 설계 능력으로 경쟁력을 판단해왔다. 하지만 AI 기반 신약개발은 그 공식을 바꾼다. 이제 핵심은 “어떤 데이터를 얼마나 전략적으로 설계·운용할 수 있는가”이다. 즉, 데이터가 자산이 아니라, ‘구조화된 경제자본’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GSK는 자사 AI 모델을 통해 B형 간염 치료제 ‘Bepirovirsen’의 임상 데이터를 사전 설계하고, 반응 가능한 환자군을 AI로 추출했다. 이 방식은 임상 성공률을 높일 뿐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과 실패를 최소화하며 R&D 투자 대비 수익률(ROI)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되었다.
의료 AI의 윤리, 곧 경제성의 조건
AI는 강력하지만, 불투명하다. 특히 규제 영역에서는 모델의 설명 가능성, 투명성, 예측의 책임성이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 GSK는 이에 대응해 FDA와의 조기 협의, 내부 윤리 기준 내재화, 알고리즘 검증 프로토콜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이 아니라, “신뢰 가능한 기술은 시장 지속성의 필수 요건”이라는 기업 철학의 반영이다.
AI의 윤리는 곧 경제의 리스크 관리 전략이며, 신약 개발에서 ‘속도보다 정합성’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화하고 있다.
AI를 활용한 자가, 산업을 지배하지 않는다. AI를 ‘조직화’한 자만이 지배한다
오늘날 다수의 제약사들은 AI 기술을 외부 솔루션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GSK는 그 기술을 조직 DNA로 통합했다. 이 차이는 곧 경쟁력의 차이로 이어진다. 기술은 평준화되지만, 조직이 기술을 다루는 방식은 평준화되지 않는다.
특히 의료 산업처럼 윤리, 규제, 데이터 해석, 비용 통제, 임상 결과라는 복잡한 조건이 얽힌 분야에서는 기술 자체보다, 그것을 감당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의 통합도가 절대적 차이를 만든다.
‘의료 AI’는 기술산업이 아니라, ‘경제 인프라 산업’이다
AI는 조직 구조를 재편하며, 제약 산업의 자산 분류 체계를 바꾸고 있다. 데이터는 이제 재무자산 못지않은 전략자산으로 기능한다. 의료 AI의 윤리적 기준은, 기업의 브랜드·주가·규제 리스크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경제 변수다.
GSK 우리에게 묻는다.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 기술로 기업을 설계할 것인가.
기술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조직 설계의 시대’다
GSK는 기술 자체보다 ‘조직의 해석 능력과 통합 능력’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 산업에서 AI는 단지 자동화나 효율화를 넘어서, 데이터 주도 경제 전략의 총체적 구현물로 작동한다. AI를 ‘쓸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를 기반으로 '경제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