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만 원도 아까운가”… 전동보조기기 보험 예산 외면한 고양시, 누구를 위한 합리인가
-조례는 있는데 예산은 없다, 고양시 복지의 이중성 -2023년 조례 제정, 2024년 시행 예고. 그러나 2025년에도 예산은 ‘0’. 복지정책은 문서에만 남았다.
[KtN 박준식기자] 고양특례시의회 신인선 의원이 발의한 「고양시 장애인등을 위한 전동보조기기 보험 가입 및 지원 조례」는 2023년 11월 17일 제정되며 지방자치의 복지적 책무를 되새기게 했다. 시는 조례의 시행일을 2024년 1월 1일로 명시하며 정책 실행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적 여유를 확보했다. 그러나 조례가 제정된 지 1년이 지나도록, 그리고 두 번의 예산 편성 기회를 지나도록 본예산과 추경 모두에서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조례의 핵심은 장애인, 노인 등 전동보조기기 이용자가 사고 발생 시 제3자에 대한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책임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원하는 것이다. 고양시에 거주 중인 830명 이상이 직·간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이며, 보험 가입에 필요한 예산은 연 2,400만 원 수준이다.
금액 규모만 놓고 보면, 시 예산 중 단 한 줄로도 처리 가능한 수준이다. 그러나 ‘미반영’이라는 단어는 반복되고 있다. 2025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서도 이 사업은 조정 사유에 ‘재원교부 및 국도비 미지원 등’을 이유로 들며 또다시 제외됐다.
장애인 복지, ‘선언’에만 머무는가
신인선 의원은 해당 조례의 발의자이자, 집행부와 시행시기를 조율했던 당사자다. 신 의원은 “예산이 수반되지 않는 조례는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합리적 복지를 말하는 민선 8기에서 이 정책이 배제된 것은 복지의 정의를 다시 묻게 한다”고 밝혔다.
정치의 책임은 ‘제정’에 그치지 않는다. 실질적인 집행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조례는 행정의 신뢰를 훼손하고, 시민의 체감복지를 후퇴시킨다. 특히 전동보조기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장비에 가깝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험 지원은 정책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깝다.
예산정치의 민낯… 소수자를 향한 정치적 관심은 유효한가
고양시의 예산 편성 과정을 살펴보면, 전시성 행정 혹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대한 기획은 적극적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소액 복지정책은 쉽게 후순위로 밀려난다. 동일한 추가경정예산안에서 일부 사업은 8억 원, 2억 원씩 조정되며 반영된 반면, 장애인을 위한 2,400만 원은 단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는 단지 ‘재원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며, 복지의 우선순위에 대한 행정 철학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예산의 크기는 결국 ‘관심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정책 실효성을 담보하는 감시, 의회의 기능이 절실할 때
신 의원은 이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관련 부서에 강도 높은 질의를 예고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정책 항목의 복원을 넘어, 고양시 복지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적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예산은 곧 정치다. ‘합리적 복지’란 구호가 실현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금 같은 예산 편성의 관성과 태도를 점검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단 2,400만 원’으로 전동보조기기를 사용하는 이들의 안전망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두 해 연속 무산된 지금, 고양시 복지정책의 실질성과 우선순위에 대한 시민의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