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경고음인가, 복귀 신호탄인가”..한덕수 ‘기각’ 여야 반응 극과 극
헌재, 국무총리 탄핵 기각…정치권은 ‘尹 탄핵’ 전망 놓고
[KtN 김 규운기자] “탄핵 9전 전패에도…민주당은 왜 한덕수의 복귀를 환영하는가”— 여야 모두 다른 해석, 같은 신호
“한덕수는 살아났다…그렇다면 윤석열은?” — 헌재 판결 이후 더 복잡해진 탄핵의 시간표
헌법재판소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 결정이 정치 지형에 중대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여권은 이를 "야권의 탄핵 중독에 대한 경고"로 해석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기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반면, 야권은 이번 결정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위한 국정 안정 사전 조치"라는 해석을 내놓으며 헌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 ‘헌정 사상 첫 총리 기각’…헌재의 판단은 ‘신중한 절제’
헌재는 24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를 기각하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해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배반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8인(재판관 8명 가운데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그리고 김복형 재판관 5명이 기각 의견, 정계선 재판관이 인용 의견, 정형식·조한창 재판관 2명은 각하 의견)의 재판관 중 단 1인만이 인용 의견을 낸 이례적인 판단이다.
정계선 재판관을 제외한 7인의 재판관은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밝혔고, 이는 곧 ‘12·3 비상계엄’ 탄핵 사유가 법률적 단죄로 이어지기엔 미흡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직무에 복귀하게 되었다. 국회에서 탄핵 소추 의결이 이뤄진 지 87일 만이다.
국회는 한 총리가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세 명을 임명하지 않은 이유로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과 김건희 여사 관련 특검법안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조장, 방치한 점도 이유로 들었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탄핵소추 요건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적용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행위의 사법화에 대한 제동으로 해석된다.
2. 여권의 ‘부활 시나리오’…탄핵 정국 반전의 전주곡
국민의힘과 여권 인사들은 헌재 결정을 환영하며, 향후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헌법논리에 충실한 재판”이라 평가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무책임한 탄핵의 9전 전패”를 지적했다.
여권은 이를 계기로 민주당의 탄핵 정국 구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탄핵소추 이후 87일 만에 복귀한 한 총리의 등장은, 여권 입장에서 국정 정상화의 상징적 장면으로 인식된다.
3. 야권의 ‘기각 해석’…尹 탄핵에 앞선 전략적 선택?
반면 야권은 헌재 결정에 대해 "예상된 결과"라며 법리보다 정치적 고려에 무게를 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정공백을 우려한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염두에 둔 상태에서 2인자인 한 총리의 복귀를 용인했다는 시각이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마은혁 재판관 미임명 자체가 탄핵사유로 분명해졌다”고 주장했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번 결정을 “윤 대통령 탄핵 인용에 앞선 국정안정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는 헌재가 ‘윤 심판’을 앞두고 행정부의 완급조절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표는 오늘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명백하고 고의적으로 헌법기관 구성이라는 헌법상 의무를 어겼는데 탄핵에 이를 정도는 아니라는 판결을 국민이 납득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제 내란수괴 윤석열만 남았다"며 "헌재는 오늘 바로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당장 만장일치로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4. 분열된 재판관 의견…尹 탄핵은 여전히 미지수
재판관 간의 견해차가 명확히 드러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각과 각하가 나뉜 가운데 인용은 단 1표에 불과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동일한 법적 판단 기준이 적용될 수 있지만, 해석 여지와 개별 판단의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이 같은 방향으로 결론날 것이란 보장은 없다. 헌재가 정치적 영향보다 법률적 논리와 헌정 질서 수호를 우선시할 것인지 여부가 향후 심판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5.정치의 사법화와 ‘탄핵 피로’…다음 국면은?
헌재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탄핵을 정치투쟁의 도구로 삼는 양 진영 모두에 경고를 보내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탄핵이 빈번하게 남용되거나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한다면, 국정의 연속성과 법치의 균형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
정치권은 이제 법의 판단에 따른 후속 행보에 집중해야 하며, 민생과 국정 안정이라는 본연의 책임으로 돌아가야 한다. 여야 모두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원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