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트렌드 기획②] ‘Z세대의 감각 자본’ — 젊은 컬렉터가 바꾸는 미술의 위계

디지털 네이티브는 왜 피카소 대신 바스키아를 사는가

2025-03-25     임민정 기자
오는 11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논란의 작품 코메디언(Comedian)이 다시 한번 세상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진=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무엇을 수집하느냐는 질문은 이제 ‘누구인가’를 묻는 방식이 되었다.” 2024년, 글로벌 미술 경매 시장에서 밀레니얼·Z세대가 차지한 비중은 전체 구매자의 최대 30%에 달했다. 이는 불과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산 이전이 본격화되고 있는 지금, 8,400조 원 규모의 자산이 이들에게 넘어가는 과정에서 미술 시장도 구조적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 세대는 과거의 컬렉터와 다르다. ‘거장의 이름’이나 ‘사적 전통’보다, 자기 세대의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에게 반응한다. 2024년 기준, 바스키아는 1년간 1억 8,3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고가 낙찰 작가 중 네 번째를 차지했으며, 리넛 야돔 보아키(Lynette Yiadom-Boakye), 아베리 시너(Avery Singer), 루시 불(Lucy Bull) 같은 젊은 여성·유색인 작가들이 초현대 미술 부문에서 의미 있는 낙찰가를 기록했다. 반면 루벤스는 1,300억 원 규모에 그쳤다.

'문화 자본'의 재배열: 명작보다 밈, 유산보다 공감

이들이 선호하는 오브제는 기성 컬렉터들과 다르다. 정통 회화보다 팝아트, 디지털 미디어, 패션과의 접합성이 강한 작품, 나아가 스니커즈·에르메스백·코믹북까지 경매장에서 수집 대상이 된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바나나’(2019)는 2024년 6,200만 달러에 낙찰되며 Z세대 컬렉터의 취향을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떠올랐다.

이들은 ‘소장 가치’를 유산이 아닌, 내러티브와 맥락의 공유 가능성으로 본다. 무엇이 아름답고 가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기존 세대의 문화적 위계와 충돌한다. 이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 아니라, 미술의 정의 자체를 바꾸는 철학적 충돌이다.

최근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장 미셸 바스키아의 1982년작 '젊은 부랑자로서의 예술가 초상'이 2,02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사진=인스타그램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접근 가능한 예술'을 향한 열망

Z세대는 접근 가능한 예술을 원한다. 수십억 원의 원화 대신 리미티드 프린트, 온라인 플랫폼 기반의 합리적 가격대 작품에서 수집을 시작한다. Avant Arte 같은 플랫폼은 600달러 안팎의 첫 구매 가격을 제시하면서도, 이후 수년간 5만 달러 이상의 컬렉션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설계한다. 3만 명 이상이 이 경로에 동참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입문용’이 아니다. 가벼운 구매가 반복되며 시장의 새로운 구조를 만든다. 중저가 작품의 확산은 단기적인 거래량 증가를 넘어, 예술 향유 방식 자체를 평준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소유는 이제 특권이 아니라 참여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미술은 다시, 다수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감각의 장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새로운 수집층은 과연 시장을 바꿀 수 있을까? 결국 고가의 가격대를 움직이는 건 여전히 소수의 자산가다. 그러나 시장은 더 이상 단일한 피라미드가 아니다. 감각, 사회적 감수성, 디지털 파급력은 이제 미술의 ‘2차 가치’를 만든다. ‘누가 그렸는가’보다 ‘누가 공유하는가’가 중요해진 시대, 예술은 다시금 대중성과 연대의 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KtN 리포트

Z세대는 ‘작가의 이름’을 거래하지 않는다. 그들은 감각의 교환, 세대의 공감대, 디지털 정체성을 기반으로 미술을 수집한다. 피카소를 넘어서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문법으로 미술을 쓰는 법을 알고 있는 세대다. 그들의 선택은 단기 유행이 아니라, 미술이 살아남기 위한 다음 진화의 전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