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②] 복고는 브랜드의 미래가 될 수 있는가

GUCCI, 2025 FW에서 펼쳐진 아카이브 전략과 시간성의 정치학

2025-03-25     임우경 기자
사진=구찌(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가을/겨울 시즌, 구찌(Gucci)는 다시 한 번 ‘기억의 복식’을 무대에 올렸다. 1960~70년대 이탈리아 상류층 스타일을 재해석한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복고가 아니다. 브랜드가 어떻게 시간을 다루는가, 어떤 과거를 소환하고 무엇을 삭제하는가는 단지 스타일링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 전략의 중심축이 된다.

구찌의 이번 컬렉션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감각을 이어가면서도, 더욱 절제되고 정제된 복고 문법을 통해 ‘브랜드 시간성(time-consciousness)’을 주도한다. 이는 브랜드가 과거를 현재화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미래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한 구조적 복식 전략이다.

아카이브는 물리적 저장이 아니라 감성적 편집이다

구찌가 호출한 70년대 무드는 단순히 실루엣이나 텍스타일의 반복이 아니다. ‘아카이빙’이라는 개념은 이제 더 이상 박물관적 보존을 의미하지 않는다. 구찌는 과거의 일부 요소를 선별적으로 편집하고, 그것을 현대적인 감수성과 디지털 감각으로 재조합한다.

플로럴 프린트, 벨 슬랙스,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의 조합은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색상 대비, 소재의 질감, 룩북의 촬영 방식은 2025년의 소비자 시선을 겨냥해 철저히 조율되었다. 특히 쇼룸과 룩북은 실제 아카이브 공간을 본뜬 디지털 세트로 구성돼, 패션의 시간성이 시공간의 감각 안에서 다시 연출되고 있다는 인상을 남긴다.

브랜드는 어떤 과거를 선택하는가: 시간성의 정치학

여기서 주목할 점은, 과거의 호출이 단순한 ‘향수 자극’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구찌가 호출하는 과거는 철저히 브랜드가 정제한 기억이며, 그 기억의 편집 방향은 곧 브랜드 철학의 정치적 선택이다.

가령, 이번 시즌은 ‘잊힌 귀족성’을 강조하는 대신, 보다 현대적 젠더 실루엣과 미니멀한 라인으로 절제된 복고를 설계했다. 이는 복고의 표면은 유지하되, 그 이면의 사회문화적 코드 즉, 누가 무엇을 입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권력구조적 접근을 제거하거나 새롭게 설정했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사진=구찌(Gucci),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 브랜드의 시간 활용은 곧 정체성의 편집 행위이다

복고는 더 이상 단순한 유행의 회귀가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가 시간을 다루는 방식, 다시 말해 “기억을 어떻게 정치화하고 감성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다. 구찌는 이번 시즌을 통해 복고가 단순히 과거를 향한 퇴행이 아니라, 정체성의 시간적 재구성임을 증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MZ세대 이후 세대에게 더 유효하다. 이들은 직접 경험하지 못한 시대를 감성적으로 소비하며, 동시에 그 기억을 ‘새로운 문화 자본’으로 삼기 때문이다. 구찌는 이 지점을 정교하게 활용해, 복고를 미래의 전략 자산으로 전환하고 있다.

GUCCI의 2025 FW는 아카이브의 디지털화, 복고의 정치화, 시간성의 감성화라는 세 가지 축을 통해 ‘브랜드 복식 전략의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설계도로 기능한다. 패션은 단순히 스타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정체성을 편집하는 행위임을 이 쇼는 명확히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