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기획①] “광장을 제압하려는 정치, 통치가 조율 아닌 진압이 될 때”

오세훈 천막 철거 지시와 2025년형 권력 정치의 위험한 징후

2025-03-25     박준식 기자
오세훈의 리더십 전략, ‘도심 통제’와 이미지 구축의 이중 플랜  사진=2024 11.05  JTBC News  오세훈 유튜브 영상 갈무리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광장은 시민의 정치가 시작되는 공간이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정치에서 광장은 ‘제압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민주당 천막당사 철거 지시는 단지 행정 집행이 아니라, 권력의 리더십 철학을 드러내는 선언이다. 정치는 왜 자꾸 물리적 해결에 의존하는가. 2025년, 정치 리더십의 작동 방식이 변하고 있다.

정치 공간의 주도권 싸움, 광장은 다시 전장化된다

광화문은 물리적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의 상징이며, 민주주의의 열망과 긴장이 수시로 교차하는 공간이다. 오세훈 시장의 철거 명령은 이 공간을 공공의 질서가 아닌 ‘정치적 우선권’의 대상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매우 정치적인 행위다.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설치한 것은 헌정 위기와 헌재 지연에 대한 실천적 저항의 표현이었다. 이에 대한 서울시의 반응은 행정적 질서 회복이라는 명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광장을 둘러싼 상징 권력의 탈환 시도가 숨어 있다. 즉, 이는 단지 시설물 문제가 아니라 ‘공간을 점유함으로써 의미를 통제하려는 권력 작동 방식’이다.

오세훈의 리더십 전략, ‘도심 통제’와 이미지 구축의 이중 플랜

오세훈 시장은 단지 시장이 아니다. 그는 대권 후보군이며, 보수의 정통성과 수도권 확장 전략을 동시에 견인하고 있는 인물이다. 이번 천막 철거 지시는 극우 지지층의 ‘질서 정치’ 수요에 부응하면서, 행정력과 단호함을 강조하는 중도 어젠다 전략의 교차 지점으로 기능한다.

이 조치는 단순히 ‘시정 관리’가 아니라, 대선 전초전에서의 리더십 프로토콜 설계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 공간을 통제하고, 그 과정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정치 행위로서의 행정'이 어떻게 이미지 전략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준다.

시민권을 구조적으로 축소하는 통치 언어의 부활

“불법시설”, “대집행”, “질서 회복”이라는 언어는 권위주의 시대의 행정 통제 화법과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용어들이 2025년의 정치 공간에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권력은 점점 더 시민의 참여를 ‘비효율’로 간주하고, 그 목소리를 ‘질서 위반’으로 번역하고 있다. 이는 정치의 기술이 설득이 아니라 제거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이며, 민주주의 체계 안에서 ‘조율을 생략한 통치’가 일상화되는 위험한 징후다.

통제형 리더십의 귀환, 그리고 한국 정치의 후퇴 가능성

최근 몇 년간, 정치적 위기의 순간마다 나타나는 통치 방식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행정력을 통한 갈등 차단, 물리력 동원 가능성 언급, 공공질서의 이름으로 표현의 자유 제한. 이 모든 조치는 결국 ‘시민이 권력을 신뢰할 수 없는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정치 리더십이 위기 대응 능력을 보여주려 할수록, 공론장의 크기는 작아진다. 이것은 단기적 승부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 시스템의 복원력 자체를 약화시키는 자기 부정이 된다.

지금은 광장을 철거할 때가 아니라, 리더십의 방식을 되돌아볼 때

오세훈 시장의 결정은 하나의 행정 조치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가 다시 광장을 ‘통치의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지를 묻는 결정이며,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어떤 리더십이 부상할 것인지에 대한 예고편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권력이 광장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곧 그 리더십의 본질을 드러낸다. 철거는 힘이 아니라 판단이다. 공간을 지배하려는 리더십은, 결국 공동체를 분열시키는 정치로 귀결된다. 진짜 대선 주자라면, 철거보다 설득을, 배제보다 조율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정치의 품격은 바로 거기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