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유통의 반격, 플랫폼 락인 시대에 맞서는 디지털 리테일 전략

데이터 주권 확보와 고객 생태계 재설계… 리테일 기업의 재편 시도

2025-03-26     박준식 기자
 포인트 전쟁에서 생태계 전쟁으로… 통합 멤버십의 전략적 가치.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폐쇄형 쇼핑 플랫폼의 부상은 카드사나 통신사, 결제 플랫폼을 넘어 전통 유통업체에게도 새로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결제 데이터에 기반해 락인 구조를 설계하는 디지털 플랫폼들이 빠르게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도 더 이상 단순 판매자로 머물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은 지금, ‘고객 생태계’를 다시 설계하며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에 맞선 유통 대기업의 전략 전환

이마트는 최근 앱 ‘쓱(SSG)’을 중심으로 온라인·모바일 통합 커머스를 가속화하며, SSG PAY, 통합 멤버십, AI 기반 큐레이션 등 자체적인 락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동일한 고객 데이터를 수집·활용해 하이브리드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폐쇄형 결제 플랫폼이 구사하는 방식과 일정 부분 구조적 유사성을 보인다.

롯데ON은 구매 히스토리, 장바구니 이력, 행동 패턴 등을 실시간 분석해 맞춤형 기획전과 상품을 추천하는 **‘개인화 커머스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쇼핑몰을 넘어 데이터 기반의 고객 행동 예측으로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리고, L.POINT를 활용한 통합 보상 구조도 고도화 중이다.

포인트 전쟁에서 생태계 전쟁으로… 통합 멤버십의 전략적 가치

GS리테일은 GS25·GS더프레시·랄라블라 등 오프라인 채널을 하나로 묶는 ‘GS&포인트’ 생태계를 강화하면서, 그 중심에 앱 중심의 리워드 구조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GS PAY와 연동해 결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쿠폰과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구조를 강화했다.

이 같은 흐름은 모두 고객 데이터를 소유하고, 고객 이탈을 방지하는 구조적 락인(잠금) 생태계를 지향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과거에는 포인트와 쿠폰이 혜택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고객의 데이터, 행동, 구매 맥락 자체를 붙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속도와 콘텐츠… 유통 대기업의 숙제

그러나 전통 유통기업들이 갖는 고질적인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첫째는 전략 실행 속도의 차이다. 대규모 조직 구조와 복잡한 의사결정 체계는 민첩한 실험과 전환을 어렵게 한다. 둘째는 고객 경험의 콘텐츠화 부족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소비 경험 전반을 설계하는 데 반해, 전통 유통은 여전히 ‘상품 중심 사고’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히 온라인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디지털 소비자들은 콘텐츠 기반의 큐레이션, 혜택을 넘는 브랜드 경험, 개인화된 피드백을 기대하고 있으며, 유통 기업들은 이러한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경험 설계 전략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객 데이터의 주권을 누가 쥐는가… 리테일 전쟁의 본질

지금의 리테일 경쟁은 단순한 판매 채널의 경쟁이 아니다. 고객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고, 구매와 혜택, 경험까지 설계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확보하는가의 문제다. 이 점에서 모빌리언스카드와 같은 폐쇄형 플랫폼은 빠른 속도로 고객 락인을 실현하는 한편, 전통 유통은 복잡한 인프라 구조 안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궁극적으로 유통 대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투자, 조직의 민첩성, 콘텐츠의 질적 고도화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플랫폼 전쟁은 이제 ‘판매자’의 경쟁이 아닌, ‘경험 설계자’의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