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트렌드] ‘견인된 민주주의’, 공권력의 정치화와 집회 자유의 이중 잣대
‘질서’라는 이름의 역행… 견인된 것은 트랙터가 아니라 민주주의 트랙터 한 대의 견인, 헌법 가치의 후퇴를 상징하다
[KtN 박준식기자] 집회 현장 인근 인도에 주차된 트랙터 한 대가 새벽 경찰에 의해 강제 견인됐다. 평화적인 농민 집회를 앞두고 벌어진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 주차 단속이 아니었다. 이는 공권력이 정권 비판 메시지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자,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선택적으로 해석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정치적 판단이 행정력의 우선 기준이 될 때, 민주주의는 조용히 견인된다.
‘새벽 5시 트랙터’ 견인, 단순 행정인가 정치적 기획인가
3월 26일 새벽, 서울 남태령 인근 인도에 주차된 트랙터 한 대가 경찰에 의해 기습적으로 견인됐다. 전날 농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외치며 예고한 트랙터 행진은 경찰의 통제로 가로막힌 상태였다. 연이은 경찰의 대응은 단순한 불법 주차 관리가 아니라, 특정 정치적 메시지를 겨냥한 선별적 통제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번에 견인된 트랙터는 이미 신고된 집회 장소 인근에 위치해 있었으며, 시민 통행을 막거나 물리적 위해를 가한 정황도 없었다. 그럼에도 경찰은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6조의 '즉시강제' 조항을 근거로 무력 조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생명·신체의 긴급한 위해가 있을 때만 적용 가능한 조치로, 주차된 트랙터 한 대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심각한 법적 논쟁거리다.
반복되는 자의적 통제… 집회의 자유는 선택사항인가
이번 사안은 단지 ‘주차 단속’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 패턴을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퇴진이라는 구호가 포함된 집회에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경찰의 중립성과 헌법적 책무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헌법 제21조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 주권의 표현 방식으로 보호받아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정치적으로 민감한 집회에만 반복적으로 강경대응이 이뤄지는 구조는, 경찰 권력이 헌법이 아닌 정치적 수요에 따라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질서’라는 이름의 역행… 견인된 것은 트랙터가 아니라 민주주의
서울경찰청 직무대행 박현수 청장이 이번 조치를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경찰은 사후 책임과 법적 정당성을 명확히 해야 할 상황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목도한 것은 ‘공공질서’가 아니라, ‘정치적 불편함에 대한 불관용’이었다.
집회의 자유가 교통소통보다 우선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헌법의 퇴행이다. 경찰이 시민 권리보다 정부 비판의 차단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면, 이는 공권력의 정치화이며 법치주의의 후퇴다.
경찰권력, 헌법 위에서 내려와야 할 때
이번 트랙터 견인 사태는 단지 한 대의 차량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 질서와 공권력의 중립성이라는 본질적 가치에 대한 질문이다. 집회가 정부에 비판적일수록 더 많은 제약을 받는다면, 그것은 민주주의가 형식만 남고 실질은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경찰이 과연 공적 중립성을 지닌 행정기관인지, 혹은 권력의 민감한 방패로 전락했는지에 대한 물음은, 단순히 견인된 트랙터 한 대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법치의 원칙과 민주주의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대한 질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