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트렌드 기획] 사법은 판단했고, 권력은 실패했다

이재명 무죄 판결이 드러낸 ‘검찰 권력화’의 구조,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치사법 위기 정치와 사법의 경계선에서: '사필귀정'이라는 판결이 던지는 구조적 의미 정치형사화의 임계점, 사법의 중립성과 검찰 권한의 책임성에 대하여

2025-03-27     박준식 기자

 

[KtN 박준식기자] 정의는 스스로 실현되지 않는다. 그것은 권력에 의해 왜곡될 수 있는 공간 속에서, 오직 ‘제도화된 저항’만이 가능케 하는 결과다. 2025년 3월 26일, 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핵심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결은 단지 한 정치인의 안팎을 넘어, 검찰권력의 자의적 작동과 사법의 마지막 자율성 사이에서 법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입증한 분기점이었다.

정치형사화된 사회, 검찰은 언제부터 정치를 수행했는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검찰은 ‘사법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의 실행기구’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그 정점이었다.
수사 방식, 기소 타이밍, 공소장 구성, 언론 플레이까지. 그 모든 과정은 법률적 정합성보다는 정치적 타격을 설계하는 전략에 가까웠다.

그러나 법원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형사 절차의 핵심은 혐의가 ‘입증’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 원칙 앞에서, 검찰은 정치적 설득에는 성공했지만, 법률적 증명에는 실패했다. 이 순간이야말로 사법이 정치를 거부한 사건, 그리고 동시에 검찰이 권력으로부터 얼마나 오염됐는지를 드러낸 결정적 장면이었다.

무죄라는 말의 정치적 무게

무죄 판결은 형사 절차의 결과이지만, 오늘날 한국에서 무죄는 정치적 선언이 되었다. 정치 검찰이라는 말은 더 이상 은유가 아니다. 검찰의 수사는 정치의 도구가 되었고, 피의자 신분은 곧 정치적 낙인이 되었다.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시작된 수사는 법률적 근거를 갖춘 처벌이 아니라, 여론을 매개로 한 정치적 사형제도로 기능한다.

이재명 대표는 살아남았다. 그러나 살아남기까지 검찰권의 칼날이 얼마나 무차별적으로 휘둘러질 수 있는지, 이 판결은 우리 모두에게 경고한다.

 

사법의 구조적 경계: 어디까지가 판단이고, 어디부터가 순응인가

이번 판결은 단지 하나의 사건에 대한 ‘사필귀정’이 아니다. 그것은 사법부가 정치 권력과 행정부 권력, 특히 검찰권력으로부터 어떤 거리와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사건이었다.

한국은 유독 검찰이 강한 나라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한 기관이 사법 시스템을 넘어, 정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현실은 어떤 민주주의에도 위협이다. 그리고 그 검찰이 특정 권력 하에서 정적을 상대로 한 압박의 도구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법치주의라 부를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바로 그 위험의 문턱에서, 사법이 한 발자국 물러난 사례다.

정치는 실패했고, 사법은 가까스로 균형을 지켰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사법의 승리’로만 볼 수 없다. 이는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검찰이 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행사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그 권력에 대한 최종 저항선이 사법부였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그러나 동시에, 무죄는 무고함의 증명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입증되지 못한 죄’일 뿐이며, 그에 따른 정치적 타격과 여론 왜곡은 되돌릴 수 없다. 그 점에서, 검찰권의 행사 방식 자체에 대한 구조적 재검토는 불가피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검찰 공화국과 사법 민주주의의 경계에 서 있다

오늘 우리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이 판결은 법원이 사법권을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정치가 사법을 장악하려 하고, 검찰이 정치에 개입하려는 구조를 안고 살아간다.

이 사건은 하나의 끝이 아니라, 구조의 시작을 의미한다.

▸ 검찰은 수사권의 독립이 아니라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 사법부는 독립성과 함께, 정치화된 판결이라는 의심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 시민은 ‘정의’라는 말을 누가 말할 자격이 있는지를 어떻게 분별할 것인가.

 

이 모든 질문 앞에서, 우리는 지금 한 번의 무죄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를 다시 써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정의는 증명이 아니라 구조다. 그 구조가 다시 움직였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단지 한 사람의 무죄가 아니라 한 사회의 민주주의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는 드문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