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기획①] 감성의 구조를 재단하다

A Ma Maniére, ‘For The Love’ 나일론 컬렉션으로 드러낸 스트리트웨어의 철학적 진화

2025-03-27     임우경 기자
정제된 감성의 시대, 패션은 '왜' 입히는가. 사진=A Ma Maniér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지금, 패션은 기능과 트렌드를 넘어 철학과 공동체의 언어로 진화하고 있다. A Ma Maniére는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라는 개념에 다시금 물음을 던지며, 단순한 스타일 제안이 아닌 감정의 미학을 정교하게 설계한 나일론 캡슐을 공개했다. 나이키와의 협업 스니커를 둘러싼 이번 “For The Love” 프로젝트는, 옷이 전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컬래버 그 이상’을 제안하는 서사적 패션의 전개

A Ma Maniére는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진정한 고급은 과시가 아닌 절제에서 온다는 사실을. 이번에 공개된 나일론 프로그램은 유럽 생산의 블랙 리몬타 나일론으로 제작된 4피스 구성—코치 재킷, 리버서블 봄버, 테크 팬츠, 카고 팬츠—으로 이루어졌으며, 기능성과 구조적 미감을 균형감 있게 포착하고 있다. 각각의 피스는 브랜드의 커스텀 “A” 모노그램 안감으로 마무리되며, ‘For The Love’라는 테마를 시각적 언어로 해석한다.

하지만 이 컬렉션이 진정 주목할 만한 이유는, 디자인보다도 그것이 전제하는 ‘맥락’에 있다. 공동체, 기억, 상실, 그리고 사랑—이 감정의 언어들을 스트리트웨어라는 장르 안에서 새롭게 구조화한 작업이다. 스니커와 함께 매치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이번 룩은, 기능성 의류라는 외형 너머에 감성적 통일성을 기획한 하나의 ‘복합적 스토리텔링’으로 보아야 한다.

정제된 감성의 시대, 패션은 '왜' 입히는가. 사진=A Ma Maniér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감성 소비 시대, 패션은 어떻게 메시지가 되는가

‘옷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에 대해, A Ma Maniére는 이번 프로젝트로 강하게 응답한다. 블랙 리몬타 나일론의 밀도 높은 질감과 절제된 구성은 ‘사랑’을 물성화하는 데 있어 탁월한 선택이었고, 리버서블 봄버는 양면의 서사를 실루엣으로 시각화한 결정체다. 나일론이라는 기술적 소재에 감정적 상징성을 덧입히는 방식은, 오늘날 스트리트웨어가 사회적 이슈를 수용하고 재해석하는 하나의 문화 장르로 진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러한 흐름은 ‘패션의 인간화(humanization)’라는 현재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핵심 키워드와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소재는 기술에서 감정으로, 로고는 브랜드가 아닌 목소리로 전환되고 있다. 그 중심에서 A Ma Maniére는 소비자에게 묻는다—지금 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정제된 감성의 시대, 패션은 '왜' 입히는가. 사진=A Ma Maniér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의 ‘고급’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이번 컬렉션은 브랜드 고유의 미니멀한 전략과 정서적 내러티브를 융합한 사례로,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가 도달할 수 있는 표현의 깊이를 다시 설정한다. 과시적 로고플레이 없이도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방식, 기능성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감성을 침투시키는 기술적 균형은 고급 패션 전략의 교본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 감성 중심의 전개는 일견 지나치게 폐쇄적이거나 엘리트적 문법으로 느껴질 수 있으며, 대중성과의 균형 면에서 일정한 거리감을 내포한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정제된 감성의 시대, 패션은 '왜' 입히는가

A Ma Maniére는 이번 “For The Love” 컬렉션을 통해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감각이 아닌 감정, 스타일이 아닌 메시지, 과장이 아닌 구조. 하이엔드 스트리트웨어라는 장르가 본격적으로 ‘서사적 미학’의 시대에 진입했음을 선포하는 선언이었다. 소비자는 더 이상 브랜드를 입지 않는다. 그들이 입는 것은 태도이며, 그 태도는 감정의 구조를 따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