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트렌드 기획①] R&D 리더십이 재편하는 기술기업의 권력 구조

툴젠 – 기술기업에서 기술운용 플랫폼으로의 진화 대봉엘에스 – 뷰티 산업의 구조적 고도화, 기술과 윤리의 병렬 설계 아톤 – 위협을 먼저 설계하는 보안기술의 전략적 선점 라온시큐어 – 인증 기술의 사회화, 기술의 공공적 확장

2025-03-27     박준식 기자
대봉엘에스와 바스프의 혁신적인 원료와 제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공간에 참가자들이 모여 관심 있게 관람하고 있다. 사진=대봉엘에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지금 기술기업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핵심은 기술력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조직하고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다. 툴젠, 대봉엘에스, 아톤, 라온시큐어는 각기 다른 산업에 속하지만, 모두 R&D 중심의 리더십 재편이라는 동일한 선택지를 꺼내 들었다. 기술의 방향성을 설계할 수 있는 리더, 그리고 그 리더십이 만든 구조. 산업의 다음 장은 이 교차점에서 쓰여지고 있다.

툴젠 – 기술기업에서 기술운용 플랫폼으로의 진화

툴젠은 단순한 바이오 벤처가 아니다. 유전자 교정 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는 최근 유종상 대표이사 내정과 하장협 CFO 영입을 통해 기업 정체성 자체를 전환시키고 있다. 유 대표는 과학자이자 경영자, 전략가로서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대웅그룹에서 연구개발과 오픈이노베이션, 신생 바이오벤처 설계까지 직접 주도해왔다. 이는 단순한 과학기술 전문성이 아니라, ‘기술의 사업화 구조’를 이해하는 리더십이다.

하 CFO는 회계, 투자, 약학의 전문지식이 결합된 인물로, 기술기반 기업에 필요한 자본 전략과 재무 기획을 수직적으로 통합할 수 있다. 이 둘의 결합은 툴젠이 단순한 기술 보유 기업을 넘어, 기술-자산-조직이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R&D 운용 플랫폼으로 재편되려는 신호다.

대봉엘에스 – 뷰티 산업의 구조적 고도화, 기술과 윤리의 병렬 설계

바스프와 공동 개최한 ‘2025 Shifting Beauty’ 심포지엄은 대봉엘에스가 단순한 화장품 원료 공급사를 넘어, 뷰티 기술 산업의 구조적 고도화를 설계하는 전략 기업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지속 가능성’과 ‘고효능’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윤리-기술 복합 구조다.

특히 프리쥬비네이션, 업사이클링 바이오 소재, 그린 DDS기술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K-뷰티 산업의 독립적 R&D 자산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실증한다. 브랜드가 아니라 기술로 설득하는 방식, 그것이 대봉엘에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한 ‘조용한 권력’의 전략이다.

아톤 – 위협을 먼저 설계하는 보안기술의 전략적 선점

아톤은 퀀텀컴퓨터 시대를 대비한 차세대 인증 솔루션 ‘퀀텀세이프가드’를 출시하며, 보안기술을 ‘기능’이 아닌 ‘위협 설계’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다. 양자내성암호, 화이트박스암호 기술을 융합한 이 플랫폼은 “미래의 공격을 먼저 가정하고, 그 위협의 구조에 대응하는 전략적 기술”이다.

특히 기존 인증 시스템과의 호환성, API 확장성 등 기술적 정교함에 더해, 산업 전반의 신뢰 체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톤은 기술이 아니라 ‘인프라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포지셔닝을 바꾸고 있다.

툴젠  하장협 CFO.  사진=툴젠,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라온시큐어 – 인증 기술의 사회화, 기술의 공공적 확장

라온시큐어는 ‘옴니원 CX’와 ‘스마트안티피싱’에 대해 ISMS 인증을 획득하며, 단순한 보안기술 공급을 넘어, 정보보호 체계의 신뢰를 제도화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업은 ‘기술이 뛰어난가’보다 ‘이 기술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납득 가능한가’를 묻고 있으며, 기술 자체보다 이용자 보호 체계와 국가 보안 프레임 안에서 기술을 설계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곧 기술이 단순히 성능이 아니라 ‘공공적 신뢰’의 레이어 안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칙을 보여준다.

기술경제는 지금 리더십을 갈아입고 있다

이 네 기업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같다. “기술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기술을 누가 설계하고, 어떻게 사회에 연결할 것인가?” 이는 단순히 연구 개발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방향성과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감성적 리더십’과 ‘구조 설계 능력’의 결합에 관한 이야기다.

▶툴젠은 과학과 경영의 경계를 지운다.
▶대봉엘에스는 윤리와 효능을 병렬로 묶는다.
▶아톤은 미래의 위협을 기술화하고,
▶라온시큐어는 사회적 수용성을 기술 언어로 풀어낸다.

기술기업이 ‘기술을 가지는 기업’에서 ‘기술을 설계하는 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이다.

기술경제의 미래는 '설계된 리더십'에 있다

기술기업의 미래는 기술력의 우열이 아닌, 그 기술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누구에게 어떤 신뢰의 언어로 제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즉, “무엇을 가졌는가”보다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하느냐”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툴젠, 대봉엘에스, 아톤, 라온시큐어는 그 설계 방식이 달랐지만, 모두 산업의 다음 패러다임이 ‘기술적 설계자’로서의 기업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기술은 도구가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이제 리더십의 언어로 다시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