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트렌드] 수익 중심 전환의 신호탄…자비스가 보여준 중소 제조업의 가치 재정립

내실 중심 성장과 주주환원 전략의 결합, 한국 제조업의 구조 전환을 가늠하다

2025-03-27     박준식 기자
비파괴 검사 기술의 확장성과 분산형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사진=자비스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4년, 비파괴 검사장비 전문기업 ㈜자비스(대표이사 김형철)는 전년 대비 31.4% 증가한 37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또한 각각 48.4% 상승,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러한 실적은 단순한 외형 성장이나 일회성 반등에 그치지 않는다. 이면에는 수익구조의 개선, 글로벌 수요 포착, 기술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등 복합적인 전략이 유기적으로 작동한 결과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자비스는 동종 중소형 제조업체들과 구별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 제고(Value-up)’ 전략을 공고히 하며, 기존 제조업의 관성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재무 전략과 주주환원 기조를 동시에 전개하고 있다.

비파괴 검사 기술의 확장성과 분산형 포트폴리오의 안정성

자비스의 주력 기술은 산업 및 식품용 비파괴 검사장비로, TGV(Through Glass Via), SMT, PCB, 이차전지 등 다층 산업에 걸쳐 응용된다. 특정 산업 사이클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가 형성돼 있어 매출의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실제로 2024년 국내 매출은 전년 대비 58% 증가했고, 해외 매출 역시 18% 늘어나며 포트폴리오의 지리적 확장성과 기술의 범용성이 동시에 입증됐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형 제조업이 기존 단일 품목, 특정 거래처 중심의 수직적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수평적 분산 모델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술력을 축으로 하되, 특정 산업이나 특정 수요처에 종속되지 않는 경영 모델은 향후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글로벌 공급망 환경 속에서 점차 보편화될 가능성이 크다.

수익구조 중심의 전환과 자본시장과의 전략적 소통

자비스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실적과 병행하여 자본시장을 향한 전략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 3월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자본잉여금 전입을 통한 이익잉여금 결손 보전’ 안건이 승인됐다. 이는 향후 현금 배당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자, 주주환원 정책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으로 읽힌다.

이러한 행보는 기존 중소 제조업이 통상적으로 취해온 유보 중심 재무 전략과는 분명한 결을 달리한다. 상장 이후에도 보수적 현금 운용에 머물렀던 다수 기업들과 달리, 자비스는 자본시장과의 신뢰 구축, 재무제표 구조 정비, 주주와의 관계 강화라는 세 축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중소 상장사의 자산 활용 구조에 변곡점이 생기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은 더 이상 ‘기술을 갖춘 제조사’라는 정체성에 머무르지 않고, 수익성과 시장 신뢰를 동시에 추구하는 복합적 경제 주체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확장, 고부가가치화, 그리고 ‘TGV’ 시장의 전략적 선점

글로벌 사업 확장 역시 자비스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다. 단순한 수출 확대를 넘어서 현지 수요에 맞춘 기술 최적화와 유통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기술 표준화와 규제 대응 역량도 강화 중이다. 특히 TGV 시장을 차세대 성장 영역으로 선점하려는 전략은,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기술 리더십 확보라는 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연결된다.

TGV 기술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고정밀 산업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분야로, 기존 검사장비 기술과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기술 이전과 제품 다양화가 용이하다. 이 분야에 대한 자비스의 선제적 진입은 성장 탄력성을 유지하면서도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한국 중소 제조업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하다

자비스가 보여준 2024년의 성과와 그 이면의 전략은, 단순한 실적 개선의 사례를 넘어 현재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구조적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술력에 기반한 제품 혁신, 분산된 포트폴리오 구성, 수익 중심의 재무 전략, 그리고 자본시장과의 정제된 소통. 이 네 가지 요소는 기존의 ‘기술은 있으나 가치는 낮은’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소 제조업의 생존전략은 이제 단순한 기술 축적에 그치지 않는다. 자산의 효율적 운용, 이익의 환원 가능성, 기업가치의 재평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시장 확장이라는 종합적인 프레임이 필요하다. 자비스는 이 새로운 모델을 가장 선도적으로 실험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주목할 만하다.

자비스가 그리는 미래는 단지 한 기업의 청사진이 아니다. 이는 한국 제조업 전반에 내재된 구조적 전환 욕구를 대변하는 전략적 사례로, 향후 유사한 중소 제조기업들이 벤치마크하게 될 ‘성장과 가치의 결합 모델’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