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기획③] 침묵하는 헌재, 정지된 공화국

탄핵 정국 100일, 결정을 미루는 권력은 시스템을 해체한다 국가가 말하지 않을 때, 혼란은 구조화된다

2025-03-28     김 규운 기자

 

[KtN 김 규운기자] 12월 12일,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그로부터 100일이 지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아직 선고 기일조차 잡지 않고 있다. 탄핵 정국은 계속되고 있으나, 공화국의 헌법기관은 침묵 중이다. 지연은 무작위가 아니다. 지연은 선택이다. 그리고 지금의 침묵은, 헌법기관의 책임 회피이자 리더십의 정지 상태를 의미한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헌재는 오늘 선고 기일을 지정하고, 내일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발언했다. 격정적 언어이지만, 그 기저에는 공적 권위의 무책임에 대한 구조적 분노가 자리한다. 공화국의 질서는 침묵 위에 유지되지 않는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은 반드시 결단을 요구받는다.

‘헌법의 시간’은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지금 헌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사회는 무너지고 있다. 국가 리더십은 정지되었고, 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정태호 정책조정위원장은 “헌재의 지연이 환율, 소비심리, 국가신용등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씨티은행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단지 정치 일정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반의 작동 여부와 직결된 문제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선택적 결단’을 유예할 수 없다. 지금의 침묵은 기계적 중립이 아니라 질서 붕괴의 동조가 된다.

결정하지 않는 권력은, 사실상 무책임한 권력이다

헌법재판소는 법률상 독립기관이지만, 헌정 체계 내에서는 최후의 민주적 조율자라는 정치적 책임을 가진다. 그러나 지금, 헌재는 그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8인의 재판관의 손에 공화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며 헌재의 기능 정지를 ‘공공 리더십의 마지막 붕괴’로 진단했다.

헌재가 결정을 미룰수록, 사회적 억측은 증폭되고 있다. 내란, 반역, 쿠데타 같은 단어들이 국회 회의장에서 등장하고, 정치 혐오와 극단적 양극화가 재생산된다. 결정하지 않는 권력은 결과적으로 허위 정보와 정치적 불안을 방조하게 된다. 그로 인해 가장 큰 대가는 ‘민주적 질서 자체’가 치르게 된다.

헌법을 방치하는 순간, 헌법은 사라진다사진=2025 03.24 헌법재판소 헌재 재판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헌법을 방치하는 순간, 헌법은 사라진다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위임’이라는 원칙 위에 서 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는 사실은, 국민의 대표기관이 특정한 위헌 상황에 대해 심판을 요청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헌재가 이 요청을 회피한다면, 그것은 심판이 아니라 무대응에 의한 제도 파괴로 이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은 ‘말하지 않는 권력’, ‘결정하지 않는 사법’, ‘책임지지 않는 정치’라는 삼중 구조 속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정치적 책임은 무기력해졌고, 헌법은 무관심해졌으며, 국민은 방향을 잃었다.

공화국의 시간은 헌법재판소의 손끝에 있다

오늘 헌재가 선고를 미루면, 내일은 정치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공화국은 오로지 ‘책임 있는 결정’의 연속성으로만 유지될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졌다면, 지금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 침묵은 아무것도 지켜내지 못한다.

정치는 이미 마비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 행정부는 재난 앞에 무기력했고, 검찰은 정치화되었으며, 청년들은 공정에서 이탈하고 있다. 이 모든 와중에 헌재까지 침묵한다면, 국가는 말 그대로 ‘정지된 공화국’으로 회귀할 것이다.

지금 헌재의 결단은 판결이 아니라, 민주공화국 존속 여부에 대한 최후의 응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