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기획③] 기술 권력의 시대: AI 인프라가 흔드는 경제의 중심축

‘성장’이 아니라 ‘우위’를 겨루는 구조… AI는 지금, 산업보다 빠르게 경제를 재편하고 있다

2025-03-29     최기형 기자
세계경제는 더 이상 통화정책이나 무역지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사진=MBC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세계경제는 더 이상 통화정책이나 무역지표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제 기술, 특히 인공지능(AI)이 정책보다 빠르게 작동하며, 산업보다 먼저 구조를 바꾸고 있다. 그 중심에는 AI 인프라 투자 전쟁이 있고, 이는 단순한 기술 확산이 아닌, 경제 권력의 주도권을 결정짓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Stargate 프로젝트’와 AI 인프라 전쟁의 서막

올해 초, 미국은 5,000억 달러 규모의 ‘Stargate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했다. Open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공동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역사상 최대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으로, 단순한 기술 개발이 아닌 국가 전략의 경제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AI 인프라 투자 경쟁은 지금 ‘정책’을 대체하는 새로운 경쟁의 언어가 되고 있다. 더 이상 금리와 재정 지출이 주도하지 않고, ‘누가 더 빠르게 계산하고, 더 넓게 학습하며, 더 효율적으로 연결하는가’가 경제 주도권의 핵심이 된 것이다.

기술이 시장을 흔든다: AI 리스크와 자산 재편

AI는 단순히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금융시장의 밸류에이션을 직접적으로 흔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저비용 AI 플랫폼 ‘DeepSeek’가 급성장하면서, 미국 주요 기술주 지수가 1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 손실을 경험했다. 이는 기술의 변화가 단지 기업의 경쟁력 차원을 넘어, 자본 이동과 자산 재편의 직접적 트리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이제 ‘산업 리스크’가 아니라, ‘경제 리스크’의 전면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정책은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다: 규제보다 앞선 알고리즘

가장 큰 문제는, 기술의 속도가 정책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EU, 중국 모두 AI 관련 규제를 마련하고 있지만, 정책 설계와 실행은 기술 진보 속도에 현저히 뒤처져 있다. 이로 인해 시장은 일종의 ‘규제 공백지대’에 놓여 있으며, 이는 투자와 성장의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통제 불가능한 위험 요인을 구조화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와 초대규모 모델은 기존 산업 규범을 무력화시키며, 노동시장, 교육, 금융, 행정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는 재편을 촉진하고 있다.

국가 vs 플랫폼: 경제 권력의 새로운 축

전통적으로 경제 권력은 국가 단위에서 행사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데이터, 알고리즘, 인프라를 소유한 ‘초국가적 기술 플랫폼’들이 새로운 권력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
AI는 물리적 국경을 무력화하고, 법보다 빠르게 사용자 기반과 인프라 영향력을 확대한다. 이로 인해 정부는 기술 기업의 행위에 뒤따라가는 수동적 행위자가 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의 기본 단위가 ‘국가’에서 ‘네트워크’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경제 정책은 통화, 재정, 무역뿐 아니라 ‘연결성’, ‘데이터 주권’, ‘모델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매개변수를 고려해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기술은 이제 경제의 도구가 아니라, 구조다

지금까지 기술은 경제를 ‘지원’하거나 ‘변화’시키는 외부 요인이었다. 그러나 2025년의 AI는 다르다. 기술 그 자체가 경제의 중심 구조로 자리 잡고 있으며, 정책과 시장, 사회를 동시에 다시 쓰고 있다. 이제 경제는 더 이상 ‘정책-산업-시장’의 순차적 흐름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술-자본-정책’이라는 새로운 구조, 혹은 ‘연산력과 인프라를 가진 자가 지배하는 체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기술을 활용한 경제’를 말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경제가 기술의 일부가 되어가는 이 시대에, 어떤 질서를 설계할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우리는 경제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기술이 이끄는 방향에 무력하게 따라가는 중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