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렌드 기획③] 확장하는 재정, 망설이는 금리: 정책 공조는 가능한가

추경과 통화정책 사이, 이중 곡선 위의 경제 운영 리스크

2025-03-29     임우경 기자
이재명 "추경 망설일 때 아냐...조건 자꾸 붙이는 정부 이해 안 돼"  사진=2025 02.05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한국 경제는 ‘정책 간 불협화음’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해 약 10조 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논의 중이지만, 한국은행은 여전히 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같은 목표(성장률 회복)를 추구하지만, 실질적 정책 수단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한편은 재정을 푸는 확장 기조, 다른 한편은 고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긴축 기조가 병존하는 상황은, 한국 경제가 ‘이중 곡선(double bind)’의 경로에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추경의 확장, 정책적 ‘속도’는 있으나 ‘협력’은 없다

정부는 민간소비 진작, 일자리 창출, SOC 확대 등을 통해 내수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성장률 2.0%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 GDP 증가분을 고려할 때, 약 9.8조 원의 세출 추경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확장의 효과가 실제 경제 현장에서 나타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는 정책 집행의 속도(적시성), 둘째는 금리 정책과의 호흡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행은 통화 완화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조차 신중을 기하고 있다.

이는 고금리 상태에서의 재정 확대가 가져올 수 있는 정책 효과의 상쇄 가능성을 높인다. 즉, 재정지출로 소비를 유도해도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유지된다면, 소비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통화당국의 신중함, 그 이면의 전략적 고려

통화당국이 완화정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가계의 부채 총액이 GDP 대비 100%를 넘는 구조에서, 금리 인하는 즉각적인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재과열, 신용대출 증가, 자산가격 상승 등이 예상되며, 이는 통화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킨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지나친 신중함은 경기 회복 국면의 발화점을 늦추고, 재정정책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 간 미세한 균형 조정이 필요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각 부처가 독립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형국이다.

단기 부양 vs 중기 안정: 정책 목표의 괴리

정책적 공조의 부재는 단지 기술적 조율의 문제만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정과 통화가 지향하는 시간축이 다르다는 구조적 괴리가 존재한다.

▶재정정책은 단기 경기 부양과 소비 진작에 초점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과 금융 건전성 관리에 초점

이러한 시차적 충돌은 팬데믹 이후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EU는 이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책 조정 메커니즘(예: 통화정책 지침 협의, 정책위원회 연동 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상시 공조 메커니즘이 사실상 부재한 상태이며, 정책 간 충돌 시 책임 주체가 모호하다는 한계가 있다.

정책 공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이제는 ‘재정과 통화의 병렬적 실행’이 아닌, 전략적 연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시정책 공동지침 마련

– 재정·통화 정책 당국 간 정례 협의체 구성을 통해 목표 지표, 집행 속도, 대응 범위를 공동 조정

정책 시차 조정 알고리즘 개발

– 추경 편성과 금리 인하의 실행 시점을 미세하게 조율할 수 있는 정책 알고리즘 개발 필요

재정정책의 금융연동성 강화

– 정책금융, 저리 융자, 보증 확대 등 재정과 금융의 연계 지점을 확대하여 금리 부담을 간접 완화

금융 리스크 대응 체계 정비

– 금리 인하의 부작용(가계부채 증가 등)에 대한 미시적 보완책을 병행하여 통화완화의 공간을 확보

 

부조화 속에서 설계된 성장전략은 무력화된다

재정이 지출을 확대하고 통화가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면, 정책의 시너지는 사라지고 각자의 효과는 반감된다. 결국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는 없고, 부채와 불신만이 축적된다.

경제정책은 ‘총량’이 아니라 ‘합’이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정책 수단의 크기보다, 그것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대한 설계력이다. 2025년 추경은 이 점에서, 단지 예산의 논리를 넘어서 정책 운영 시스템 전체의 신뢰를 되살리는 시험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