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트렌드 기획②]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공세 초고령화 시대의 금융 패권, ‘실적 드라이브’인가 ‘지속 성장 전략’인가
퇴직연금 수탁고 50조 돌파, 실적의 이면
[KtN 박준식기자] 하나은행이 2024년 하반기 기준 퇴직연금 수탁고 50조 원을 돌파하며, 연금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8% 증가한 수치로, 경쟁 금융사들과 비교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 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 확대는 눈에 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격적 성장의 이면에는 ‘실적 중심’ 전략이 내포한 구조적 불안과 고객 중심 원칙의 약화라는 복합적 문제가 교차하고 있다.
영업점 KPI, 연금도 예외 아니었다
퇴직연금 확대 전략은 하나은행의 리테일 영업망 전반에 걸쳐 압박식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연결되어 있다. 실제 복수의 현장 관계자들은 “IRP 계좌 유치를 위한 실적 압박이 과거 펀드나 보험 판매 시절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상품 권유가 고객의 자산 구조보다 은행 실적 중심으로 기획된다”고 증언한다. 이는 과거 DLF 사태 이후 강조되어온 ‘고객 이해도 기반 판매 원칙’과 충돌하는 지점이며, 연금 상품의 장기성·안정성이라는 본질과도 괴리된다.
‘DC 전환’ 유도, 기업고객 중심의 외형 확장
하나은행은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확정기여(DC)형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기업 컨설팅을 강화해왔다. DC형 전환은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대신, 금융사가 고객 자산의 운용 주체가 되는 구조다. 하나은행은 투자상품 추천, TDF(타깃데이트펀드) 라인업 강화, 외부 위탁 운용 확대 등으로 수익성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투자 리스크에 대한 안내가 충분한지, 그리고 고위험군 자산 편입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초고령화 금융’과 자산관리 전환의 과제
퇴직연금 시장은 단순한 수탁 경쟁을 넘어, 향후 고령자 금융환경의 핵심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IRP 가입자의 다수가 50대 중후반 이상이며, 향후 연금 수령 단계로 진입하는 시점에서의 포트폴리오 구성 역량이 은행의 핵심 신뢰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연금 자산 운용에 있어 충분한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했는가. 단기 수익성에 치우친 구조라면, 향후 대규모 민원 리스크나 고령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성장 전략은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KtN 리포트
하나은행의 퇴직연금 공세는 실적 중심의 ‘속도전’인가, 아니면 초고령 사회에 대응한 ‘전략적 전환’인가. 현재의 외형 확장은 단기 실적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신뢰 기반의 장기운용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 회복과 금융사 지속 가능성 모두 위협받을 수 있다. 금융사의 연금 전략이 진정한 ‘고객 기반’ 위에서 설계되고 있는지, 지금이야말로 그 본질을 묻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