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트렌드 기획②] 중앙은행의 금 매입 전략과 통화질서 전환

‘달러 이탈’의 실체, 금을 향한 집단적 리밸런싱

2025-03-31     임우경 기자
2024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4년,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매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세계금위원회(WGC)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24년 연간 순매입량은 1,050톤을 넘어서며,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1,000톤을 초과하는 기록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단순한 외환보유 다변화를 넘어서, 통화 질서 전환이라는 구조적 움직임을 반영한다.

금은 이제 단순한 ‘위험회피형 자산’이 아닌,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중심축으로 다시 호출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금 축적은 ‘달러 이탈’이라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흐름 속에서 제도권 내부의 리셋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준다.

금을 축적하는 중앙은행들, 그 전략적 의도는 무엇인가

2024년 기준, 가장 공격적인 금 매입을 단행한 국가는 중국과 러시아였다. 중국은 연속 16개월 이상 금 보유를 증가시켰고, 러시아는 서방의 금융제재를 회피하는 동시에 자국 통화 루블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금 축적을 가속화했다. 인도, 카타르,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도 금 매입에 적극적이며, 이들 국가는 공통적으로 미국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외환보유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전통적 목적을 넘어, ‘지정학적 대응 자산’으로서의 금의 재위치를 상징한다. 달러가 제재 수단으로 활용되는 세계에서, 금은 외교적 중립성과 비정치적 속성을 갖춘 최후의 가치저장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달러 통화 블록’의 태동…금 기반 가치정렬 구도

2024년 하반기, 브릭스+(BRICS+)는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며 금과 연동된 무역 정산 구조 도입을 논의했다. 이들 국가는 SWIFT 대체망 개발과 함께 금을 중심으로 한 ‘준기축자산 체계’를 모색 중이다. 이는 단순한 제재 회피 목적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화질서의 대체 프레임워크 구축 시도에 가깝다.

특히, 브라질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금을 중심으로 한 다자 간 청산 시스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금이 디지털통화 이전의 과도기적 기축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금은 이제 새로운 통화 시스템에서 ‘신뢰의 기준’으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통화정책의 권력이동…중앙은행 전략의 재정렬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여전히 기준금리 조정과 통화량 조절에 주력하는 반면, 일부 신흥국은 통화 신뢰 확보와 지정학적 자산 방어를 위해 실물자산 축적 전략으로 금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통화정책이 점차 이원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금 보유 확대는 장기적으로 외환시장과 자산시장 모두에 구조적 영향을 미친다. 실물기반의 가치축적이 강화될수록, 기존 금융 중심 자산의 가치 변동성과 금에 대한 상대적 신뢰도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금이 ‘정책자산’으로서 다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뜻한다.

KtN 리포트

2025년 현재, 중앙은행의 금 축적은 단순한 보유량 증대를 넘어서고 있다. 그것은 국제통화체제의 전환기, 즉 달러 단극 구조의 해체와 다극 질서로의 이행을 반영하는 전략적 행위다. 금은 디지털 자산과는 다른 결로, 실물성과 제도적 수용성을 모두 갖춘 ‘제도권 외 기축자산’으로 작동하고 있다.

달러는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 금은 이 새로운 시대의 균형추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금값은 단순한 상승이 아니라, 세계 경제가 새로운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