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경제 트렌드 기획⑤] AI 검색의 데이터 편중 문제

– 영어 중심 알고리즘이 만든 글로벌 정보 불균형

2025-03-31     임우경 기자
마이크로소프트는 10월 1일, AI 어시스턴트의 진화된 형태인 ‘코파일럿 비전(Copilot Vision)’을 공개했으며, 이는 AI 기술이 사람과 유사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새로운 도약을 의미하고 있다./사진=유튜브 갈무리,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생성형 AI는 글로벌 기술이지만, 그 언어는 글로벌하지 않다. 대다수의 AI 모델은 영어로 학습되고, 영어 기반 웹에서 지식의 토대를 마련한다. 사용자에게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정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는 영어권 데이터를 중심으로 설계된 알고리즘이 비영어권 사용자의 질문을 번역하고, 해석하고, 요약한다. 이 구조는 AI 검색의 민주성을 훼손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에 접근하는 언어의 권력이 이제 AI 시대의 새로운 불평등을 만든다.

AI의 언어는 영어다

GPT, Gemini, Claude 등 주요 생성형 AI 모델의 학습 기반은 영어다. 이는 기술적인 효율성 측면에서는 최적의 선택일 수 있지만, 글로벌 정보 소비자의 현실을 고려할 때 편향된 구조다. AI는 한국어 질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영어로 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답을 구성한 뒤, 다시 한국어로 옮긴다. 이 과정에서 다층적 필터링과 해석이 개입되고, 결과적으로 ‘정보의 맥락성’과 ‘문화적 적합성’은 퇴색된다.

오픈서베이의 조사에서도 확인되듯, 한국 이용자들은 AI를 통해 학습·업무·검색 등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나, 그 기반 정보의 상당수가 ‘로컬이 아닌 글로벌 기준’으로 수집된 것이다. 이는 정보 소비가 아닌, 정보 수입 구조에 가깝다.

질문은 로컬인데, 답변은 글로벌하다

비영어권 사용자는 자국의 문화·정서·상황에 맞춘 질문을 던지지만, AI는 이를 영어권 세계의 데이터와 기준에 따라 해석한다. 그 결과, 지역적 이슈나 맥락에 대한 오해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나 사례’가 생성되기도 한다.

예컨대, 한국의 주거 정책에 대한 질문에 미국 부동산 제도를 예로 들거나, 한국 교육제도에 대한 질문에 일본 사례를 혼용하는 답변이 나타나는 것은 이와 같은 구조적 언어 편향의 전형적인 사례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AI 검색 시스템이 ‘로컬 정보를 번역해 해석할 능력’보다는 ‘글로벌 데이터를 재활용하는 능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방증이다.

정보의 불균형은 지식 자산의 편중을 낳는다

AI 검색이 일상화될수록, 사용자들은 자신이 속한 언어권의 정보보다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더 신뢰하게 된다. 이는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있어 ‘정보 종속’ 상태를 강화한다. 특히 학습과 취업, 정책 분석, 기술 연구 등 고급 정보 탐색에 있어, 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AI 검색을 통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순간, 비영어권 사용자는 플랫폼 내부에서 ‘정보 소비의 2차 사용자’로 전락한다.

이 구조는 단지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 접근의 공정성, 국가 간 디지털 격차,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지식 자산의 집중 현상까지 야기한다. 결국 AI가 중심이 되는 정보 생태계에서 비영어권 사회는 ‘데이터의 공급자’가 아닌 ‘결과의 소비자’로 머무르게 된다.

오픈AI의 샘 알트만 CEO가 17일(현지시각) 발표한 차세대 경량화 모델 ‘o3-미니(o3-mini)’ 출시 소식은 AI 기술의 진화와 시장 경쟁의 본질을 엿보게 한다. 사진=X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AI의 언어 주권, 기술보다 제도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 문제는 단지 더 많은 한국어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진짜 과제는 AI가 어떻게 로컬 맥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가에 있다. 언어별 알고리즘 편향을 감지하고, 데이터 학습 구조를 다중언어·다중문화 기반으로 설계하는 ‘AI 다언어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또한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답이 생성되었는지 설명하는 투명성 확보 역시 중요하다.

글로벌 플랫폼에 의존하는 AI 기술 환경에서, 한국을 포함한 비영어권 국가는 정보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어 기반의 생성형 AI 기술 및 정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의 평등은 데이터의 다양성과 연결되어 있으며, 데이터의 다양성은 언어의 평등에서 출발한다.

AI는 중립적이지 않다

AI 검색은 글로벌하지만, 그 안의 데이터와 해석은 중립적이지 않다. 영어가 기본값이 된 검색 생태계는 비영어권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구조적 차별을 강요하며, 정보 격차를 지식 격차로 전환시키고 있다.

AI가 글로벌한 만큼, 그 언어도 글로벌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번역의 문제가 아니라, 해석의 권력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