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기획③] 제2계엄의 그림자: 통치 시스템이 민간을 향할 때
이재명 대표 “윤석열 복귀는 제2의 계엄을 의미한다”
[KtN 박준식기자] 2024년 대한민국은 '계엄령'이라는 단어가 다시금 공적 담론의 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례적인 해였다. 단순한 정쟁적 수사처럼 들릴 수 있으나, 지금 대한민국의 통치 구조는 과거 군사정권의 명령 체계를 떠올리게 할 만큼 위계적이고 집중적이며, 무엇보다도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윤석열 복귀 프로젝트’라는 명명 아래, 제2의 계엄령 가능성이 공론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금, 이 구조는 단지 우려가 아니라 제도 내부에 내재된 구조적 가능성이다.
계엄은 가능하다: 헌법과 법률이 남겨둔 '비상 시스템'
현행 헌법 제77조와 제78조는 계엄의 선포를 대통령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계엄은 긴급 상황에서 국토의 일부 또는 전체에 군사적 통제를 허용하는 국가 비상권력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도 계엄 선포의 사유로 포함하고 있다.
핵심적인 우려는, 이 비상권한이 실제로는 군령-군정 체제로의 이행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경로로 기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그랬듯, 계엄은 단순한 통제가 아닌 정치적 지배체제의 전환 장치로 활용되어왔다. 그리고 지금, 탄핵 정국과 권한대행 체제라는 공백 구조가 그 ‘전환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주고 있다.
‘복귀 시나리오’의 전개 방식: 계엄 선포, 통제, 제거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복귀는 제2의 계엄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 현 상황은 실제로 계엄령 구조를 작동시킬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첫째, 헌법재판소의 기능 정지로 인해 탄핵 결정이 지연되며 법적 통치 정당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둘째, 국회의 통제력 상실과 행정부 권한대행 체제는 비상조치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확대시킨다.
▶셋째, 사회 혼란과 시민 저항의 증가는 계엄 발동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 모든 구조가 맞물릴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복귀하자마자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 언론인, 시민단체 관계자 등에 대한 물리적 통제, 임의 구금, 정보 검열 등의 조치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는 민주주의 체제가 ‘통치 명분’ 하에 무너지는 전형적 과정이다.
디지털 통제와 계엄의 결합: 21세기형 군정 시나리오
전통적 계엄은 탱크와 군 병력, 검열과 물리적 억압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지만, 오늘날의 계엄은 디지털 통제 기술과 결합해 훨씬 더 정교하고 은밀하게 작동한다. 검열은 물리적 폐간이 아니라 알고리즘 차단으로, 구금은 물리적 연행보다 금융과 통신 차단으로 이뤄질 수 있다.
정부가 통신망, 데이터, 금융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계엄은 물리적 위압보다 정밀한 ‘사회적 폐쇄’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시민의 움직임, 여론의 흐름, 정보의 확산은 전산상 차단되고, 물리적 감시는 알고리즘과 결합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 지점에서 윤석열 복귀 시 계엄이 단지 상상만의 결과가 아니라, 현실적 통치 시나리오로 기획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분석은 더욱 현실성을 얻는다.
군, 사법, 행정의 ‘통합 명령 체계’ 구상
계엄령이 실제로 작동할 경우, 행정부는 군과 경찰을 통합 지휘하게 되고, 사법부는 계엄법 하에서 통제된다. 특히 내란죄, 국가안전법 등 비상시 활용 가능한 포괄적 법률 조항은 시민의 정치적 표현과 집회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더욱이 사법부가 이미 대통령의 ‘방패’로 기능하고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비판까지 더해진다면, 계엄 이후의 통치 질서는 사실상 민간 영역의 민주주의를 정지시키는 수단으로 기능할 위험이 높다. 이는 물리적 탄압보다 훨씬 무서운, 정치 권력이 법제도를 경유해 시민의 권리를 중단시키는 방식이다.
헌법의 언어로 위헌을 기획할 수 있는 체제
지금 대한민국은 헌법의 언어로 위헌을 기획할 수 있는 정점에 다다르고 있다. 탄핵이 지연되고, 재판관이 임명되지 않으며, 권한대행이 침묵하는 지금, 비상 체제는 이미 구조적으로 성립하고 있는 셈이다.
계엄령은 특정인의 명령이 아니라, 헌정 시스템이 허용한 틈에서 작동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가 실현되기 전, 시민 사회와 언론, 정치권은 그 ‘전환의 징후들’을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