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트렌드 기획①] ‘에이전트 웨이브’의 서막…인터넷 주도권을 둘러싼 대리인의 전쟁
사용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실행되는 웹… AI는 이제 묻지 않는다, 곧장 행동한다.
[KtN 임우경기자] AI 에이전트(Agent)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응답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해석하고, 브라우저 상의 실제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기술이 실현 단계에 접어들었다. 아마존, 애플, 구글 등 테크 거인들이 연이어 AI 에이전트 개발에 뛰어들면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개척한 이 생태계는 지금 새로운 권력 지도 속에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AI의 진화가 인간의 질문에만 답하는 단계를 넘어서, 이제는 인간의 ‘행동’을 대체하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노바 액트’가 여는 실행형 웹…아마존, 에이전트 기술의 선도자로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아마존이다. AWS는 최근 ‘노바 액트(Nova Act)’라는 실행형 AI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텍스트 분석이나 추천 기능을 넘어, 사용자의 브라우저 내 실제 작업—예를 들어 이메일 정리, 웹 검색, 콘텐츠 작성까지—를 자동으로 수행한다. 기술의 핵심은 ‘명령 인식’이 아닌 ‘맥락 이해’에 있다. 사용자가 명확한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상황과 패턴을 기반으로 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2023년 말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아마존 AGI SF 연구소의 첫 산출물로,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AI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개발에 진입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클라우드 시장을 장악한 AWS가 이제는 AI 에이전트 시장의 실행 인터페이스까지 통제하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오픈AI·앤트로픽·구글…에이전트 전선은 이미 형성돼 있었다
AI 에이전트 경쟁은 아마존의 참여 이전부터 시작됐다. 오픈AI는 ‘오퍼레이터(Operator)’를 통해 대화형 모델을 실행 에이전트로 전환하려는 실험을 꾸준히 이어왔고, 앤트로픽은 ‘컴퓨터 사용(computer use)’이라는 기능을 통해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사용자 행위 통제에 접근하고 있다.
구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다 피차이 CEO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을 지원해야 할까”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띄웠다. 이는 단순한 기능 논의가 아니라, 구글이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표준 제정’을 주도하려는 의도와도 직결된다. AI 시대의 HTTP 프로토콜을 누가 설계할 것인가—기술 기업 간 권력 이동의 본질이 이 질문에 숨어 있다.
애플의 접근: ‘멀베리’ 프로젝트와 생활 밀착형 AI
애플은 한층 전략적이다. ‘프로젝트 멀베리(Project Mulberry)’라는 코드명으로, 건강 관련 AI 에이전트를 개발 중이다. 단순 건강 기록이 아니라, 실시간 신체 반응, 습관, 패턴 분석 등을 통해 사용자의 생활을 능동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의 감정 상태나 건강 위험을 예측하고 행동을 제안하는, ‘인간 맞춤형 에이전트’에 가깝다.
주목할 점은 애플이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사용자의 높은 신뢰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헬스케어 중심의 에이전트는 기술 신뢰성을 제고하면서도 사용자 친화적 내러티브를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이다.
‘브라우저를 대체할 존재’로서의 에이전트…인터넷 인터페이스의 재편
이제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기술 기능을 넘어서 하나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혁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자는 브라우저와 앱을 통해 ‘직접’ 클릭하고 탐색하며 웹과 소통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이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한다. 사용자는 ‘의도’를 전달하면, 에이전트가 그것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인간과 웹의 관계가 ‘수동적 탐색’에서 ‘대리적 수행’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적 구조는 인터넷의 사용 방식뿐 아니라, 플랫폼 지배 구조 자체를 뒤흔든다. 에이전트를 장악한 기업이 사용자 경험의 전 과정을 통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구글의 검색 엔진, 애플의 iOS, 아마존의 클라우드 모두가 이제 에이전트를 통해 새롭게 매핑된다.
기술의 진보인가, 플랫폼 주권의 확장인가
AI 에이전트는 분명 기술의 정점으로 향하는 진보적 지표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를 위한 기술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지금의 흐름은 개별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AI가 아닌, 플랫폼 생태계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거대 기술의 권력을 상징한다.
이 지점에서, 사용자의 자유와 자율성은 기술 발전의 부산물로 남게 되는가, 아니면 주체적 선택의 중심에 설 수 있는가. 또한, 이 대리인이 개인의 도우미인지, 혹은 특정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감시형 관리자’인지에 대한 윤리적·정치적 논의가 필요해진다.
에이전트 웨이브는 기술적 진보 이상의 것이다. 이것은 브라우저의 재편이며, 인터넷 권력의 재배치이자, 사용자의 일상을 설계하는 주체에 대한 전쟁이다. 디지털 미래의 ‘누가 누구를 대신하는가’의 질문은 지금, 가장 근본적인 기술 담론의 출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