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기획] CRO 산업, 규제를 해석하는 권력인가: 드림씨아이에스 포럼이 드러낸 의료 공공성의 경계

규제 공백과 시장 집중 사이, 민간 CRO가 만드는 의료 인프라의 새로운 질서

2025-04-01     박준식 기자
사진=드림씨아이에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민간 임상시험 수탁기관(CRO)이 단순한 연구 대행조직을 넘어 규제 해석과 임상 전략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드림씨아이에스가 개최한 ‘제1회 첨단바이오재생포럼’은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그러나 민간 주도의 임상 시스템 확장이 효율성만을 기준으로 정당화될 경우, 공공성과 책임 구조의 이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민간 CRO, 규제를 설계하는 새로운 구조

이번 포럼에서 드림씨아이에스는 첨단재생의료법 개정 이후 달라진 임상시험 환경을 주제로, 관련 법 해석과 임상 전략, 병원 협력 구조까지 포괄하는 내용을 제시했다. 문제는 이 같은 활동이 단순한 정보 공유 수준을 넘어서 사실상 규제 해석과 실행 지침을 민간이 주도하는 상황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임상시험은 보건 당국의 규제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공공 의료 행위다. 그러나 현재 CRO 산업은 규제기관보다 빠르게 법을 해석하고, 의료 현장보다 선제적으로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 이는 곧 규제의 실질 권한이 제도 밖, 시장 내부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임은 흐려지고, 권한은 집중되는 구조

현재의 CRO 구조는 정보의 흐름과 행정 절차를 대부분 내부에서 통제하고 있다. SMO(임상시험지원조직)를 통해 연구간호사를 파견하고, RA(규제전략) 조직을 통해 보고 문서를 설계하며, 드림사이언스와 같은 플랫폼으로 전체 임상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구조는 책임의 분산과 정보의 집중이라는 위험한 양면성을 동시에 가진다. 실제 환자와 접촉하는 인력은 CRO의 SMO 인력이고, 임상의 주요 의사결정은 병원이 아닌 CRO 내부의 전략 조직에서 기획된다. 의료행위의 실질 책임이 병원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결정 권한은 CRO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 같은 역할 분산은 결국 책임 회피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최종 책임자인지 불분명해지고, 공공 의료 시스템의 윤리성과 투명성이 구조적으로 위협받게 된다.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후순위로 밀리는 공공성

CRO 산업의 고속 성장 배경에는 ‘속도’와 ‘비용 절감’이라는 시장 논리가 있다. 민간 기업이 규제 대응부터 현장 운영까지 직접 설계하고 실행하는 구조는 분명 효율적이다. 그러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임상시험에서 이러한 민첩성은 언제든 공공성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료 윤리 기준과 환자 보호 체계가 민간 논리에 위탁될 경우, 규제의 공공적 목적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특히 첨단바이오처럼 복잡하고 고위험군 질환 중심의 임상시험에서는, 이러한 시장 중심 구조가 사회적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산업의 중심으로 이동한 CRO,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고 있는가

드림씨아이에스는 기술적 우수성과 산업적 선도력을 바탕으로 전주기 임상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 구조가 의료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그만큼 제도적 감시와 윤리적 책임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도 커졌다.

문제는 현재의 제도 속도가 산업의 확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공공 기관은 여전히 심의와 인가에 머물러 있고, CRO는 실제 현장 운영과 전략 기획을 주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 규제 시스템 외부에서 작동하는 의료 권력’이 형성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CRO가 있다.

기술 이전에 책임, 전략 이전에 공공성

임상시험이 시장 기반으로 재편되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책임의 귀속을 명확히 하고, 공공성의 구조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기업은 전략적으로 움직이지만, 생명과 안전이라는 의료의 본질은 효율로 환산될 수 없다.

CRO 산업이 규제를 해석하고 실행하는 권력을 갖게 된 이상, 단순한 산업 주체로 보아서는 안 된다. 이제는 CRO 자체가 하나의 의료 시스템이자 공공책임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규제 없는 의료 시스템, 책임 없는 정보 구조는 생명 산업에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