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트렌드] Art Paris 2025: 문화 정체성과 글로벌 유통의 교차점

파리 미술 생태계의 ‘정치적 미학’과 Art Fair의 새로운 전략적 구조 “예술은 국가의 정체성을 생산하는 무형의 외교 장치이며, 시장은 그 외교를 유통하는 실질의 제도다.”

2025-04-02     임민정 기자
Art Paris는 프랑스 예술계의 뉴 페이스들과 현대 및 모던 아트를 아우르는 다양한 작품들로 가득 찼다./사진=Art Paris 2024,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2025년 4월, Art Paris는 27회를 맞아 파리 그랑 팔레에서 170개 갤러리를 집결시켰다. 그 규모의 확장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행사가 보여준 미술제도의 진화된 전략과 미학적 통치 구조다. 프랑스 예술 생태계 내부의 자원 분배와 제도화 과정, 그리고 세계 미술 시장과의 복합적인 긴장과 접속은 Art Paris를 단순한 페어가 아닌 문화 권력의 실험장으로 만들었다.

전략적 정체성: ‘코스모폴리탄 지역주의’의 제도화

기획자 기욤 피앙스는 Art Paris의 방향성을 ‘코스모폴리탄 지역주의’라고 명명한다. 이는 전통적 ‘프랑스성’에 고립되지 않으면서도, 다국적 시장 논리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 생태계 전략이다. 이 전략은 매년 특정 국가나 지역을 집중 조명하는 테마 섹션을 통해 구현되어 왔고, 2020년 이후부터는 생태, 공예, 망명, 유토피아 같은 사회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 주제화된 기획으로 전환되었다.

이러한 방향성은 예술의 윤리성과 전시의 정치성을 동시에 조직해내며,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미술 제도가 어떻게 세계적 교섭력을 만들어내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기준 폐기물 배출량 10톤으로 축소된 친환경 운영 모델은, Art Paris가 ‘작품’뿐 아니라 ‘운영 시스템’ 자체를 미학의 대상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술시장의 재분배 구조: Emerging과 Establishment의 이중 전략

이번 행사의 주요 특징은 170개 갤러리 중 60%가 프랑스 기반, 40%가 해외 갤러리라는 점에서 확인된다. 그러나 단순한 비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의 계층적 구성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중심부는 모던 및 동시대 정통 갤러리가 차지하지만, ‘Promesses’ 섹션을 통해 신생 갤러리와 젊은 작가들이 발굴되고 있으며, 가격대 5천 유로 이하의 작품들이 젊은 컬렉터를 대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 이중 구조는 고가 수집과 신진 투자, 두 시장의 병행 전략으로 Art Paris의 수익성과 미술 생태계 재생산 기능을 동시에 강화하는 구조다.

또한 이번 해부터는 판화 및 출판사(예: Dilecta, MEL 등)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예술의 물성이 한정된 오브제에서 인쇄물, 복제 가능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미술 유통의 민주화를 시도하는 흐름으로, 프랑스식 미술제도의 ‘공공적 지향’을 반영한다.

여성 작가와 구상 회화: 제도적 재서사의 정점

Art Paris 2025는 여성 작가의 제도적 서사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보여준다. <Her Art Prize>의 신설은 단순한 ‘할당’의 논리가 아닌, 여성 작가의 작품을 시장과 제도의 핵심 장치로 편입시키는 공식적 절차를 제시한다. 특히 수상 규모(30,000유로)와 파트너십(부쉐론, 마리끌레르)은 이 상이 단기 이벤트가 아닌 문화 브랜드를 통한 제도화의 신호임을 보여준다.

또한 <Immortelle>이라는 구상 회화 중심 테마 섹션은 단순한 ‘양식의 복귀’가 아닌, 이미지와 현실, 서사와 재현 사이의 이념적 긴장을 복원하려는 시도다. 장 엘리옹에서 토마 레비-라스네까지, 회화의 ‘지속성’은 양식이 아니라 ‘시선의 권력’을 계승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이는 현대미술에서 지나치게 추상화된 정체성과 전시 소비 구조에 대한 내부 비판적 제스처이기도 하다.

2024년 4월, 세계 미술 애호가들의 이목이 프랑스 파리에 집중된다. "아트 파리(Art Paris)" 미술 박람회가 그랑 팔레 에페메르에서 4월 4일부터 7일까지 화려하게 개최될 예정이다.  /사진=Galerie Pauline Pavec, ART PARIS 2024 / K trendy NEWS DB ⓒ케이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파리의 위상: Art Basel Paris 이후의 미학 전략

Art Paris의 또 다른 전략은 ‘경쟁과 차별화의 이중 전략’이다. FIAC의 공백 이후 Art Basel이 파리에 상륙하며 글로벌 미술 헤게모니를 재편하는 가운데, Art Paris는 ‘봄 시즌의 독립적 기준점’을 자처한다. 이는 Art Basel의 초국적 브랜드 전략에 대응해 프랑스 중심의 독립적 큐레이션, 지역 생태계 기반 운영, 진입 장벽이 낮은 가격 전략으로 차별화되며, 두 개의 페어가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를 만든다.

Art Paris는 이제 ‘Art Fair’라는 개념 자체를 재정의한다. 그것은 더 이상 작품 판매의 장이 아니라, 제도적 가치의 실험장, 이미지 권력의 재배치 구조, 문화 정체성의 교섭 무대다.

예술제도의 재구성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Art Paris는 질문을 던진다. 예술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누가’ 선택되고 ‘무엇이’ 기준이 되는가?

‘지역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획은 더 이상 지방주의나 고립이 아닌, 글로벌 유통을 위한 전략적 로컬로 기능한다. 여성 작가의 제도화는 ‘다양성’이라는 소비 담론이 아니라, 문화권력 내부의 비대칭 구조에 대한 균열 실험이다. 그리고 구상회화는 ‘양식’의 유행이 아니라, 이미지 정치의 비평적 복원이다.

예술은 다시 ‘현실’을 묻고 있다. Art Paris는 그 질문을 유통 가능한 언어로 제도화하는 새로운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