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보은 인사인가 시스템 파괴인가

킨텍스 감사 인사를 둘러싼 고양시의 정치 리스크

2025-04-03     박준식 기자
이동환,  보은 인사인가 시스템 파괴인가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국제 전시산업의 중심지로 도약을 꿈꾸는 고양시에서, 그 심장부라 할 수 있는 킨텍스에 ‘정치적 보은’ 인사 논란이 터졌다. 이동환 고양시장이 선거캠프 회계 담당자이자 측근 인사의 친동생을 감사로 선임한 것을 두고, 지역 정치권은 “공공시스템의 근간이 흔들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 이 도시는 단순한 인사 논란이 아니라, 공공성과 통치 시스템의 균형을 되묻는 거대한 갈림길 위에 서 있다.

정무 감시 자리, ‘선거 회계 책임자’가 앉았다

2025년 3월 말, 킨텍스는 주주총회를 통해 새로운 감사를 선임했다. 주목할 인물은 감사로 선임된 엄씨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이동환 시장 선거캠프의 회계를 담당했고, 이동환 시장이 고양시병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시절 비례대표 1순위로 추천한 엄성은 고양시의원의 친동생이다.

이 인사의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 친연성’이다. 정무적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자리에 시장 측근이 앉는 구조는, 민주적 시스템의 신뢰 기반을 근본부터 흔든다. 더욱이 엄씨는 당시 선거에서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서면경고를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불법 선거 회계 관여 논란이 있었던 인물이 다시 공공기관 감사로 임명되는 구조는, 정치와 행정 사이의 경계를 무화시킨다.

‘글로벌 고양’의 심장, 인사 리스크에 노출되다

킨텍스는 현재 제3전시장 착공에 들어갔다. 2028년 완공 예정인 이 시설이 완비되면, 고양시는 총 17만㎡에 달하는 전시 면적을 보유한 아시아 거점 전시 도시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곳은 라스베이거스 CES, 베를린 IFA, 바르셀로나 MWC 같은 세계적 전시회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예정이다.

이러한 인프라 확장은 단순한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다. K컬처밸리, 일산테크노밸리, 고양방송영상밸리 등과의 연계를 통해 고양시는 콘텐츠 산업, 관광, 스마트시티 기술이 집약되는 동북아 전시·경제 허브로 재편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그 중심축에 있는 킨텍스의 감사직이 ‘정치적 보은 인사’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절차적 실수를 넘어 ‘도시 전략’ 전체의 근간을 뒤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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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불통 리더십’, 시스템 피로 누적

이동환 시장 취임 이후 고양시정은 잦은 해외출장, 본회의 불참, 뇌물수수 의혹 등으로 줄곧 정치적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시민사회의 반발은 물론, 내부 관계자들조차 인사와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단절을 지적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 인사는 강행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재고 요구가 있었음에도 시장은 귀를 닫았다.

정치 리더십에서 중요한 것은 판단력만이 아니다.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하고, 사회적 신뢰를 축적하는 방식 또한 통치의 핵심이다. ‘불통’이 반복될수록 시스템은 정치화되고, 견제 없는 인사는 곧 제도 무력화로 이어진다. 현재 고양시가 직면한 것은 ‘감사 1인의 적절성’이 아니라, 행정의 거버넌스 구조 전반에 대한 신뢰 위기다.

지방권력, 공공성과 사익 사이의 경계에서

이번 킨텍스 감사 인사 논란은 한국 지방정치의 고질적 문제, 즉 인사가 권력자 개인의 정치적 이해에 종속되는 구조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공공기관의 감사는 행정과 재정, 제도 운영 전반을 감시하는 시스템의 최후 보루다. 여기에 정치적 충성도만으로 자리를 채운다면, 지방정부의 공공성은 허구가 된다.

지역의 성장 전략은 결국 시민의 신뢰 위에 세워진다. 이 신뢰는 전문성, 투명성, 공정한 절차에서 비롯되며, 그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보은 인사’다. 고양시의 이번 사례는 공공성과 사익 사이, 권한과 책임 사이에서 지방 권력이 어디에 서야 하는지를 근본적으로 되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