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트렌드] ‘하이브리드 시대의 K-팝’…로제·Bruno Mars·G-Dragon·KiiiKiii, 다층 음악 생태계
[KtN 홍은희기자] K-팝의 새로운 정의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로 향하는가. 2025년 13주차 써클차트는 더 이상 장르나 국적이 아닌, 음악 소비 구조와 감성의 교차점에서 K-팝을 정의하고 있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은 더 이상 ‘한국에서 만들어진 음악’이라는 단일 정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국적·장르·세대·유통 플랫폼의 경계를 흐리는 오늘의 흐름 속에서, 차트는 단순한 인기 지표가 아니라 음악 산업의 지형과 방향성을 드러내는 진단 도구가 된다. 2025년 13주차 써클차트가 보여준 풍경은 바로 그 다층적인 진단을 위한 구체적 사례였다.
이번 주차 차트에서 주목할 이름은 로제(ROSE), Bruno Mars, G-Dragon, KiiiKiii(키키)다. 이 네 아티스트의 이름은 서로 다른 세대, 국적, 음악 언어를 대표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새로운 구조 속에서 살아남는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글로벌 콜라보의 진화: 로제와 Bruno Mars의 ‘APT.’, 감성의 결합이 시장을 이끌다
글로벌K-pop차트에서 23주 연속 1위를 기록한 ‘APT.’는 K-팝의 정의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곡은 로제의 정규 1집 rosie의 선공개 싱글이자, 세계적 팝스타 Bruno Mars와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정통 발라드의 감성 위에 Bruno Mars 특유의 리듬과 텍스처가 덧입혀지면서, 이는 단순한 피처링이 아닌 ‘하이브리드 작법’의 정수로 기능한다.
특기할 점은 ‘APT.’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해외 시장을 상정한 구조로 설계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과거 K-팝이 제작 후 해외 수출을 고려했던 방식과는 다르다. 'APT.'는 생산, 유통, 소비의 전 과정이 글로벌 시장에 맞춰진, 이른바 K-글로벌 팝의 상징으로 읽힌다.
G-Dragon의 ‘Ubermensch’, 레거시 아이콘의 변주와 철학적 서사
13주차 써클차트의 또 다른 중심축은 G-Dragon이다. ‘TOO BAD (feat. Anderson .Paak)’는 디지털차트와 스트리밍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그 영향력을 다시금 증명했다. 특히 이 곡이 실린 정규 3집 Ubermensch는 단순한 컴백 앨범이 아니라 ‘철학적 정체성’과 ‘음악적 실험’의 교차점에 위치한다.
Anderson .Paak과의 협업은 리듬과 소울의 조화뿐 아니라, G-Dragon이 기존 K-팝 서사에서 벗어나 어떻게 독자적인 예술적 서사를 구축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자신을 초인(Ubermensch)으로 정의하며, 아이돌 출신 아티스트의 존재론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 흐름은 K-팝 스타의 자율성과 철학성에 대한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KiiiKiii(키키), 신진 세대의 감성 주권 선언…Z세대의 리테일 전략
G-Dragon이 과거의 영광을 재구성하는 반면, 키키(KiiiKiii)는 새로운 세대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운다. 데뷔 앨범 UNCUT GEM은 리테일 앨범차트와 앨범차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며, 젊은 세대의 감성 지형을 관통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타이틀곡 ‘I DO ME’는 ‘남이 뭐라 하든 나를 믿고 간다’는 주체적 선언으로, Z세대 여성 청중의 적극적 지지를 얻었다. 주목할 점은 리테일 차트에서의 강세가 단순한 팬덤 지지 차원을 넘어, ‘소유를 통한 감정 소비’라는 새로운 음악 소비 방식의 반영이라는 것이다. 이는 피지컬 앨범의 의미가 단순한 물리적 음반을 넘어, 정체성과 소속의 상징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멀티 플랫폼의 전략가들: 텐과 조째즈
또 다른 흐름은 ‘비정통적 플랫폼’의 부상이다. 텐(TEN)의 ‘STUNNER’는 다운로드차트 1위에, 조째즈의 ‘모르시나요(PROD.로코베리)’는 BGM·벨소리·통화연결음·노래방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며 4관왕에 올랐다.
이러한 결과는 음원 소비가 여전히 플랫폼의 다변화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조째즈의 성공은 노래방, 벨소리, 통화연결음과 같은 레거시 플랫폼이 여전히 감성적 접근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음악의 ‘듣는 공간’이 아닌 ‘함께 머무는 생활 공간’으로의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K-팝은 장르가 아닌 구조다
2025년 13주차 써클차트는 K-팝을 ‘Korean Pop’이라는 고전적 정의가 아니라, ‘하이브리드 구조 속에서 작동하는 글로벌 감성 플랫폼’으로 재정의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로제·Bruno Mars의 협업은 국경을 지우고, G-Dragon은 정체성을 심화시키며, 키키는 세대의 감정 자율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조째즈와 텐은 플랫폼 전략의 중요성을 입증한다.
이러한 흐름은 K-팝이 더 이상 특정 국적이나 소속사 중심의 산업 구조가 아니라, 글로벌 음악 생태계 속에서 자율성과 상업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열린 구조’임을 시사한다. 써클차트는 단순한 성적표가 아닌, 이 복합 구조 속에서의 경쟁과 적응, 그리고 진화의 방향을 가늠하는 정교한 미러다.
K-팝은 지금, 구조와 서사의 싸움 속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더 이상 누구의 국적도, 장르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직 ‘어떻게 말할 것인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