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기획②] 디자이너 8인의 철학과 전략: 조형, 서사, 기술의 삼중 구조

LVMH 프라이즈 결선 진출자별 창작 문법의 해부

2025-04-03     임우경 기자
사진=LVMHPriz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LVMH 프라이즈 결선에 오른 8인은 단순한 트렌드 선도자가 아니다. 이들은 각각 고유한 조형 언어와 철학적 기조, 그리고 기술적 전략을 통해 글로벌 패션 생태계에서 ‘무엇을 말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이들의 브랜드를 단순한 양식적 비교가 아닌, 구조적 해석의 틀로 읽어내고자 한다.

1. Alainpaul (France)

조형 전략: 미니멀리즘과 기하학의 절제된 긴장
서사 구조: 도시적 단절, 감각의 무채화
기술 접근: 직선적 재단과 음영 중심의 컬러 블록

 

프랑스 출신 Alain Paul은 동시대 도시의 소외감을 텍스타일의 '공백'으로 번역한다. 형태는 간결하지만 구성은 복잡하며, 조형적 리듬을 통해 ‘정적 내러티브’를 구축한다. 고요한 실루엣 속에 긴장된 기하학을 숨겨놓은 그의 접근은, 현대 도시 감각의 '차가운 시詩'에 가깝다.

2. All-In (USA / Norway)

조형 전략: 테크노-크래프트의 충돌과 융합
서사 구조: 포스트 디지털 시대의 유동 정체성
기술 접근: 디지털 자수, 기능성 섬유와 구조 실험

 

Benjamin Barron과 Bror August Vestbø가 이끄는 All-In은 디지털 기반 감각과 장인정신의 하이브리드다. 실루엣은 전통적 테일러링을 바탕으로 하되, 비대칭과 다층 구조를 통해 유체적인 형태를 추구한다. 장식 요소는 장식적이지 않고, 테크놀로지를 통해 새롭게 조직된 신체 이미지의 구성물로 기능한다.

3. Francesco Murano (Italy)

조형 전략: 드레이핑과 조각적 실루엣의 극대화
서사 구조: 시간의 질감, 신화적 형상화
기술 접근: 고전적 패턴의 현대적 재구성

 

Murano는 조형성을 패션의 주축으로 삼는다. 의복은 움직이는 조각이며, 신체를 둘러싼 시간의 층위로 구성된다. 과장된 어깨선과 유려한 곡선은 단지 미적 수단이 아니라, 감정과 신화적 상징의 물리적 구현체다. 이탈리아 고전주의 전통과 현대 구조주의가 공존하는 드문 사례다.

4. Soshiotsuki (Japan)

조형 전략: 전통 복식 해체와 탈구조 재구성
서사 구조: 역사적 잔상과 감정의 흔적
기술 접근: 모노톤 중심, 실루엣의 비대칭적 재구성

 

Soshiotsuki는 일본 전통과 현대 패션의 틈을 조형적으로 건드린다. 기모노의 절제된 선과 현대적 실루엣의 탈구조화를 통해 ‘불안정성의 미학’을 전면화한다. 절제된 색감과 소재 선택은 서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역사적 정서의 침전물을 품고 있다.

5. Steve O Smith (UK)

조형 전략: 앤드로지니와 대담한 절개
서사 구조: 젠더 해체와 사회적 신체 이미지 비판
기술 접근: 기능성과 낭만주의의 이중주

 

영국 디자이너 Steve O Smith는 젠더 이분법의 해체를 감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능하다. 예리한 커팅과 흐릿한 실루엣의 경계는 사회적 규범이 신체에 투사되는 방식을 되묻는다. 실용적 소재에 감정적 실루엣을 결합하며, 옷의 ‘표면’이 담을 수 있는 의미를 확장시킨다.

6. Tolu Coker (UK)

조형 전략: 컬러 블록과 프린팅을 통한 서사적 구성
서사 구조: 다문화 감각, 정치적 정체성의 직조
기술 접근: 전통 기법과 현대적 시선의 병치

 

나이지리아계 영국 디자이너 Tolu Coker는 ‘옷을 입는다’는 행위 자체를 문화적 기억과 정치적 저항의 매체로 이해한다. 컬러, 텍스처, 서체 등을 조형 요소로 사용해 서사를 구축하며, 각각의 룩이 내러티브 시퀀스로 읽히도록 유도한다. 감각과 신념이 결합된 설계다.

7. Torishéju (UK)

조형 전략: 불규칙한 실루엣과 조형적 장식성
서사 구조: 디아스포라의 미학, 역사적 기억의 시각화
기술 접근: 혼성적 텍스타일 믹스, 수작업 중심의 미학

 

Torishéju Dumi는 실루엣 해체를 통해 ‘비정형의 권위’를 구현한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기억과 비감정적인 재현 방식을 결합한 그의 작업은, 직물 자체가 사회적 구조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제시한다. 신체는 더 이상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맥락을 담는 그릇이다.

8. Zomer (Netherlands)

조형 전략: 환경 기반의 테일러링, 유틸리티 감각
서사 구조: 지속가능성과 탈산업적 미감
기술 접근: 재활용 소재, 저탄소 생산 체계

 

네덜란드 디자이너 Danial Aitouganov의 Zomer는 환경적 의식을 미학적 언어로 구현한다. 실루엣은 절제되어 있으나, 구조적 섬세함이 내재되어 있다. 기능성과 윤리적 구조의 결합을 통해, ‘실용성’이 단순한 효율이 아닌 ‘철학적 설계’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다.

창작자의 시대, 양식보다 철학의 시대

결선 진출자 8인의 전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이 공유하는 핵심은 ‘양식이 아니라 철학’이다. LVMH 프라이즈는 스타일의 경쟁이 아니라, 창작자가 제안하는 세계관의 진정성과 설득력에 집중하고 있다. 이로써 패션은 다시, 조형 예술로서의 위치를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