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프리뷰 기획] 송미리내, 감정의 풍경을 실로 꿰매다
송미리내 작가, 소마미술관 《공원의 낮과 밤》 참여 예정… 감각과 회복의 조형 언어로 주목
[KtN 임민정기자] 오는 4월 11일,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기획전 《공원의 낮과 밤》은 단순한 풍경 재현을 넘어서, 도시 공원이 품은 시간성과 감정 구조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하는 시도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송미리내 작가는 실과 천, 텍스트라는 비회화적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사회적 불안과 인간 내면의 회복 가능성을 탐구해온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도 공원의 낮과 밤이 품은 감정의 미세 진폭을 회화로 직조할 예정이다.
공원이라는 시공간, 감정의 회복지대로 읽다
송미리내는 공원을 단지 도시적 조경이나 휴식의 장소로 보지 않는다. 그녀에게 공원은 기억과 상처, 회복과 소망이 교차하는 감정의 무대다. 팬데믹 이후 일상이 되어버린 고립과 단절, 불안을 조망하며, 공원을 인간성과 연대, 감각의 회복이 재구성되는 장소로 재정의한다.
작품 《저도 두렵지만 결국에는 회복할 거예요》(2024)는 이러한 시선의 상징적 표현이다. 실과 붉은색 천 조각이 얽힌 회화는 공포와 희망 사이의 정서적 진동을 물리적으로 형상화한다. 붓의 터치보다 강렬한 실의 감각, 그리고 촉각적인 기억의 결은 ‘공원의 밤’이 담고 있는 정서적 불안을 시각적 감각으로 승화시키는 회화적 방식으로 나타난다.
실과 텍스트, 붕괴된 감정을 꿰매는 회화적 장치
송미리내의 작업은 실과 텍스트의 조합을 통해 감정의 구조를 시각화한다. 《먼저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해야 비로소 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2025)는 회화 안에서 문장이 하나의 구조가 되고, 실이 색채보다 앞서는 감정선으로 기능한다. 이 회화는 공원의 ‘낮’이 함축하는 자기 회복과 정서 확장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실은 개인적 트라우마를 봉합하는 시각적 꿰맴으로 작용한다.
작품들은 감정을 서사화하면서도 설명에 의존하지 않으며, 정서를 전면에 드러내면서도 감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최근 국내외 미술계에서 논의되는 ‘감정 기반 회화(emotion-driven painting)’의 흐름과 긴밀하게 맞물린다.
'공원의 낮과 밤' 전시 구조 속 송미리내의 위치
이번 전시는 도시라는 추상 구조 속에서 자연의 감각과 인간의 정서를 재조정하는 데 주목한다. 빛과 어둠, 질서와 파편, 인간과 생태의 경계에서 송미리내는 자연을 감각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예술가로 중심에 위치한다. 그녀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의 회복을 통해 자연을 다시 인식하게 만드는 ‘감정의 풍경화’를 구축한다.
이러한 접근은 동시대 미술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감각의 정치학’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감각은 더 이상 개인의 체험에 머물지 않고, 사회의 정서 상태와 문화적 구조를 드러내는 하나의 분석 도구로 기능한다. 송미리내는 실과 천, 문장을 통해 이 감각적 정치를 직조하며, 도시적 무감각의 균열을 회화로써 도려낸다.
K-ART의 감성 전환과 회복적 미학의 확장
현재 한국 동시대미술은 기술 중심의 미디어 아트를 넘어서, 감정 중심의 회화로 중심축을 이동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부상한 ‘감정의 공유’, ‘회복의 미학’, ‘비가시적 기억의 시각화’라는 화두에 송미리내의 작업은 가장 선도적인 응답 중 하나로 기능한다.
그녀의 회화는 단지 회복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회복의 구조 자체를 시각적으로 제안한다. 실과 천이라는 일상적 재료를 통해 감정의 물성을 드러내고, 반복된 텍스트는 그 감정의 윤리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러한 구조는 특히 동시대 여성 작가들이 공유하는 생애 서사, 돌봄의 감각, 실존의 언어와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국제 미술계에서도 공감 가능한 서사로 작용할 가능성을 갖는다.
감정의 풍경을 회화로 직조하는 손
송미리내는 자신의 언어로 ‘회복’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조형적으로 해석해내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연에 축적된 감정의 시간, 회복의 기미, 관계의 가능성을 회화 위에 펼쳐 보인다.
한국의 현대미술이 앞으로 세계와 감정을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를 묻는 시점에서, 송미리내의 회화는 정서적 깊이와 조형적 통찰이 공존하는 한 사례가 된다. 감정을 조형하고 기억을 실로 꿰매는 그녀의 작업은 기술적 자극을 넘어서는 회화의 본질적인 힘을 다시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