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트렌드 기획①] 예능 브랜드의 심층 구조: ‘이영자 1위’가 의미하는 정서 권력의 전환
감정소비 시대, 브랜드파워는 서사의 밀도로 측정된다
[KtN 홍은희기자] 2025년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결과는 단순한 수치의 집계가 아닌, 감정 권력의 재편성과 콘텐츠 소비 정서의 지각변동을 드러내는 계기다. 이영자가 유재석과 강호동을 제치고 브랜드평판 1위를 기록한 이번 순위표는 예능 산업의 구조적 재편이 시작되었음을 예고한다. 변화는 개인의 이미지 전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대중이 요구하는 ‘예능인의 존재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데 있다.
예능 브랜드는 ‘웃음’보다 ‘관계’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과거 예능인의 브랜드는 명확했다. 프로그램을 주도하는 화법, 유행어 생산, 무대 위의 우위를 차지하는 물리적 존재감 등은 곧바로 브랜드 가치로 환산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브랜드소비와 브랜드이슈가 각각 22.95%, 14.36% 하락한 반면, 브랜드소통(10.65% 상승)과 브랜드확산(1.70% 상승)은 반대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예능인의 브랜드가 더 이상 콘텐츠의 ‘재미’나 ‘화제성’에 의존하지 않음을 방증한다. 관계 기반의 지속 가능한 감정소비가 새로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즉, 대중은 더 이상 예능인을 웃음을 ‘제공하는 자’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일상을 공유하고, 감정을 해석해주며, 자신과 같은 고민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예능인에게서 찾는다. 이는 정서적 파트너십이 미디어 브랜드 가치를 대체하고 있는 현상이다.
이영자 1위: 브랜드의 복귀가 아닌, 서사의 진화
이영자의 브랜드평판지수는 6,864,199로 전월 대비 252.37%라는 폭발적 상승을 기록했다. 단기간 내 상승률로는 전례가 드물다. 그러나 이 수치는 단순한 일시적 관심이 아니다. 이영자는 오랫동안 ‘생활 기반의 서사’를 구축해왔다. 그는 ‘먹방’의 대중화 이전부터 식문화와 감정의 접합을 실험했으며,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는 매니저와의 관계, 일상적인 고민, 혹은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태도를 통해 ‘공감 중심의 연출’을 체현해왔다.
이번 분석에서 드러난 키워드—‘고백하다, 초대하다, 기부하다’—는 그녀의 브랜드가 지닌 감정적 실천의 축이다. 이는 단순한 출연자가 아니라, 공적 공간에서의 ‘정서 기획자’로서 자리매김한 결과이며, 브랜드 가치의 중심축이 명백히 감정적 서사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유재석·강호동·신동엽, ‘예능의 기둥’이지만 방향은 다르다
유재석은 여전히 높은 커뮤니티지수(2,820,209)와 브랜드평판지수(6,544,186)를 유지하며 구조적 신뢰의 상징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의 브랜드는 고도로 ‘안정화된 신뢰’ 위에 존재하며, 감정의 급류보다는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으로 설명되는 유형이다. ‘기술자형 브랜드’가 가진 한계이자 가능성이다.
강호동은 전월 대비 52.6% 상승했지만, 참여지수와 미디어지수가 낮게 형성된 점은 단순한 반등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방송에서의 감정 표현 방식이 여전히 ‘역동’과 ‘리더십’ 중심에 머물러 있다. 대중은 지금 ‘강한 존재’보다 ‘이해하는 존재’를 요구하고 있으며, 강호동의 브랜드가 감정적 연성화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다.
신동엽 역시 4위로 진입하며 높은 커뮤니티지수(1,209,452)를 기록했으나, 과거 ‘경쾌한 해학’의 상징이었던 브랜드가 현재는 ‘의미 있는 농담’과 ‘지적 언어의 유희’로 점진적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고정된 캐릭터가 아닌, 담론의 방식으로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제시한다.
브랜드 지수의 정치학: 정서 자본의 새로운 작동방식
브랜드평판지수는 단순히 인지도나 노출량을 의미하지 않는다. 브랜드에 반응하는 대중의 방식—참여, 소통, 확산—이 모두 정서적 관계의 층위에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예능 브랜드는 다음의 세 가지 구조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정서 기반의 참여 가치: 소비자 참여는 프로그램 시청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SNS에서의 인용, 공감 멘션, 사적 이야기의 공개 등 감정의 자기투영이 브랜드를 움직인다.
관계의 재현을 통한 소통 가치: 매니저, 가족, 주변인과의 관계를 드러내며 ‘공적 감정’의 형식을 만들어내는 것이 브랜드 소통력을 강화한다.
서사적 확산력: 과거의 ‘밈’ 중심 확산이 아닌, 타인의 경험에 자신의 감정을 대입할 수 있는 확장성—즉 서사의 개방성—이 중심이 된다.
예능 브랜드는 공감의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오늘날 예능인은 ‘감정 매개자’이자 ‘정서 설계자’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웃음의 크기를 조절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사의 밀도와 방향을 가늠하는 일이다. 대중은 예능인에게 더 이상 에피소드의 소비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감정의 구조적 대변이며, 그 안에서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사회적 거울’이다.
이영자의 1위는 단순한 복귀가 아닌, ‘예능 브랜드의 조건’이 전환되었음을 입증하는 사건이다. 브랜드는 콘텐츠의 반복이 아닌 정서의 설계로 완성되며, 예능인은 콘텐츠를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 감정을 증명하는 존재로 다시 정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