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A] 기억으로 떠오른 푸른 수평선 – 허은선의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
[KtN 임민정기자] 하늘은 바다를 닮고, 바다는 기억을 품는다. 짙푸른 감각의 밀도가 화면을 채우고, 수직으로 놓인 황금의 정적은 기억을 관통하는 이정표처럼 자리한다. 허은선(HUH EUN SUN)의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는 사라진 기억의 수면 위에 떠오르는 존재의 흔적들을 정제된 시각 언어로 기록한 회화다.
작품의 창작 계기와 철학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는 허은선이 존재의 흔적과 시간의 층위를 색과 질감으로 풀어낸 시리즈의 결정판이다. 작품은 “기억은 수직으로 침잠하며, 다시 수평으로 펼쳐진다”는 허은선의 명제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한 시도다.
푸른 색조는 하늘과 바다를 모두 상징한다. 이는 곧 시간성과 감각의 이중 은유로 작동한다. 작가는 “푸른 감각은 존재와 부재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진하게 발화된다”고 말한다. 작품 속 파란 층은 시간의 흐름, 감정의 변이, 기억의 퇴적을 의미하며, 그 위로 자리한 금박의 직선 구조는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핵심을 상징한다.
작품 제목에 담긴 의미
제목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는 중첩된 감각의 상징적 결합이다. 하늘과 바다, 위와 아래, 현실과 기억이 혼재된 상태를 ‘푸른 감각’으로 하나로 묶으며, 그 안에 깃든 ‘기억(Remembrance)’은 정서적이고 철학적인 핵으로 기능한다.
허은선에게 있어 기억은 정적인 저장이 아닌, 흐름 속에서 새롭게 구성되는 감각의 구조다. 본 작품은 그러한 기억의 ‘재생성’ 과정을 시각화한 시도이며, 동시에 “사라진 것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존재론적 통찰을 담고 있다.
작품의 구성과 구도적 특징
▶색의 레이어링: 화면 전체는 다양한 농담의 블루로 층을 이루며, 위와 아래가 명확히 나뉘지 않은 흐름을 형성한다. 이는 감각과 기억이 층위적으로 쌓이며 동시에 교차함을 시사한다.
▶수직의 금박 구조: 화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직선 형태의 금박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되며 시간의 흐름 또는 기억의 단편처럼 느껴진다. 이 구조는 정적이면서도 리듬감을 형성하며, 감각의 고정점 역할을 한다.
▶물성의 흐름: 캔버스에는 물감을 흘려내린 흔적들이 남아 있어, 감정의 이동 경로처럼 보인다. 세로 방향의 흐름은 중력을 암시하며, 기억이 의식의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예술적 기법과 허은선의 독창성
허은선은 안료와 금박을 병치시키는 방식으로, 감각과 물질, 흐름과 고정, 시간과 흔적의 다층적 관계를 구축한다.
▶혼합 재료 기법(Mixed technique with gold leaf): 푸른 안료의 유동성과 금박의 고정성이 충돌하면서, 시각적 긴장과 철학적 균형을 형성한다.
▶여백과 충만의 병치: 화면의 농도 차, 색의 번짐, 그리고 여백은 동양화의 미학과도 닿아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미감이 아니라, 감각이 생성되고 흩어지는 과정을 드러내는 서사적 장치다.
▶기억의 시각화: 수직의 금박 배열은 개인의 기억 단위를 표상하는 방식으로 읽힌다.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면서도, 각기 다른 주변의 색채와 결합되며 서로 다른 ‘감각의 깊이’를 만들어낸다.
작품의 전시
갤러리 A의 온라인 전시 주제는 ‘기억의 물성, 침묵의 서사’로, 감정과 감각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남긴 흔적들을 시각적으로 환기시키는 작업들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는 전시의 중심축에 해당하며, 감각적 기억이 어떻게 물질화되고, 다시 해체되며, 또다시 재구성되는지를 가장 밀도 있게 구현한 작품이다.
허은선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예술 세계 안에서 ‘기억’을 정제된 조형 언어로 풀어낸다. 특히 반복과 흐름, 층위의 사용은 회화적 서사 너머로 관객을 이끈다.
관객과의 연결, 감정의 여운
관객은 이 작품 앞에서 정적인 시선을 넘어서게 된다. 단순한 형태를 응시하면서도, 자신 속에 잠재된 어떤 기억의 파편, 혹은 감정의 레이어가 끌어올려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금박의 이정표는 관객 각자의 기억과도 연결될 수 있는 열려 있는 상징이며, 흐르는 안료의 질감은 고정되지 않는 감정의 불확실함을 상기시킨다. 작품은 말 없이도 이야기한다. 침묵 속의 울림은, 관객 자신의 내면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작품명: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
작가: 허은선 (HUH EUN SUN)
크기: 213x204cm
재료: 캔버스에 금박과 혼합 기법 (mixed with gold leaves on canvas)
제작 연도: 2019
가격: 2억 6천
작가 노트 요약:
“기억은 수평적으로 누워 있지 않다. 수직으로 침잠하고, 감각의 겹을 뚫고 다시 떠오른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기억의 방향성과 감정의 물성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고 싶었다.” – 허은선(HUH EUN SUN)
The Sea in the Sky – Remembrance는 푸른 감각의 밀도와 금박의 침묵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존재와 기억의 구조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허은선은 이 작업을 통해 감정의 파형을 회화적 구조로 환원하며, 기억이 물성으로 존재할 수 있음을 강렬하게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