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기획③] 정당의 책임과 정치 윤리의 단절: 1호 당원 제명과 '위헌 정당' 논쟁의 구조적 본질

윤리 없는 권력 구조, 정당은 어디에 서 있는가

2025-04-07     최기형 기자
'보수'가 무너진 자리: 이념의 실종과 정치적 도의의 붕괴. 사진=더불어민주당,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 윤석열의 파면 이후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구조적 공백은 대통령이 아닌 정당이었다. 헌재의 결정이 헌법에 기반한 제도적 단죄였다면, 이후의 정치적 시간은 ‘정당의 도덕성과 책임’이라는 시험대였다. 그러나 이 시험에서 국민의힘은 단 한 차례도 통과하지 못했다.

정당의 존재 근거는 헌법 제8조가 명시하듯,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고 헌정질서를 수호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의 국민의힘은 이 기본 명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파면된 지 10일이 넘도록 1호 당원 제명은커녕, 그를 옹호하고 보호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면된 권력을 품은 정당, 헌정질서의 동반 파괴자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거 통합진보당 해산 당시 이석기 제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위헌 정당의 근거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유추가 아니라, 현행 헌정 질서 내에서 국민의힘의 존재 자체가 위법적 상태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한다.

윤석열은 파면과 동시에 ‘헌정질서 파괴자’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를 유지하는 정당은 본질적으로 헌법이 단죄한 권력과 결탁한 조직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석열과의 정치적 연대, 공적 동행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헌재가 내란 수괴로 판시한 인물과 정당의 동일화는, 단지 비윤리적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해산 사유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위반이다.

'보수'가 무너진 자리: 이념의 실종과 정치적 도의의 붕괴

파면 이후 국민의힘 내 중진 의원은 “삼일장 치렀으면 됐다”고 말했다. 그 발언은 진정한 애도의 대상이 ‘윤석열’이었는지, ‘무너진 권력’이었는지를 드러낸다. 지금 국민의힘이 지키고 있는 것은 국가도, 보수의 철학도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감정 잔재이며, 정치의 윤리를 비워낸 껍데기에 불과하다.

이른바 '1호 당원’의 상징성은 단지 인적 관계를 넘는다. 그것은 정당이 어떤 질서를 지향하며, 어떤 규범을 따라 작동하느냐를 가늠하는 상징적 기준점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은 그 기준에서 철저히 탈락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전략적 침묵이 아니라, 헌정질서 복원의 역사적 기회에서 스스로를 배제한 결정이다.

‘대선 체제’로의 전환, 반성과 결별 없는 정당 정치.  사진=국민의힘,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민주주의는 '정당'에서 완성된다: 제명 없는 정치, 윤리 없는 민주주의

전현희, 김민석, 박찬대, 김병주 최고위원을 비롯한 민주당 최고위 인사들이 반복적으로 강조한 것은 명확하다. 1호 당원 제명 없이는 개헌도, 대선 참여도, 정치 복귀도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은 정략적 요구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스스로를 복원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특히 ‘재보궐선거 원인 제공 정당의 공천 금지’는 과거 보수진영 스스로 수차례 발의한 법안이기도 하다. 이번 대선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국민의힘이 후보를 낸다면, 그것은 법리와 윤리를 동시에 배반하는 결정이자, 정당 시스템의 존재 의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선언에 가깝다.

이재명 대표는 “이 나라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놀이터인가?”라고 물었다. 이는 단순한 분노의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 시스템을 구성하는 행위 주체로서의 정당이, ‘국민의 대표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보루로 변질된 현실을 정면으로 고발한 것이다.

정당의 책임은 제도다. 제명 없는 정당은 민주주의의 위협이다

국가 시스템의 복원은 단순히 대통령의 공석을 메우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스스로 윤리를 회복하고, 헌정질서를 존중하며, 책임의 문법을 다시 쓰는 과정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 첫걸음조차 내딛지 못하고 있다.

1호 당원의 제명은 선택이 아니라 정당이 ‘정당’으로 존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것 없이는 그 어떤 개헌 논의도, 그 어떤 경제 해법도, 그 어떤 대선 출마도 국민에게 신뢰를 얻을 수 없다. 헌재가 판시한 윤석열의 내란은 제도에 의한 단죄로 끝났지만, 정치에 의한 책임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당이 책임을 지지 않으면, 국민은 그 정당을 해산시킨다. 이제 남은 것은 정치가 먼저 움직일지, 아니면 다시 광장이 정치를 움직일지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