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헌법 수호자’는 누구인가: 권한대행 인사의 위헌성과 정치적 장악 시도
한덕수의 헌법재판관 지명, 윤석열 체제의 마지막 설계인가
[KtN 최기형기자]2025년 4월, 윤석열 파면으로 드러난 내란 기도의 실체는 권력의 꼭대기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국정 시스템 전반에 걸쳐 설계되고 방조된 구조적 공모였다. 문제는 이제 그 체제가 공식적으로 종료된 이후, 그 유산이 어떻게 다시 제도 내부로 ‘복귀’하고 있는가이다.
이 가운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지명은 단순한 인사 행위를 넘어 헌정 복원기에서 다시 등장한 체제 내부 저항의 징후로 해석된다. 이 지명은 명백히 위헌적일 뿐만 아니라, 권력 공백기를 이용한 제도적 ‘알박기’ 시도이자, 국민주권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권한대행 체제의 경계: 헌법적 침묵이 허용한 것이 아니라, 요구한 것이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한 권한대행 체제를 인정하고 있으나, 이는 통치의 연속성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행정권에 국한된다. 이 체제는 창조적 결정을 위한 구조가 아니라, 보존을 위한 임시 장치다.
따라서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지명과 같은 고차원적 인사 결정은, 국민의 직접 위임을 받은 정통성 있는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과제다. 그것이 헌법 제84조와 제104조의 정신이며, 행정부 권력의 한계를 설정한 정치적 계약이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번 지명은 바로 그 헌법적 계약을 파기한 셈이다. 이는 단순한 권한 오용이 아니라, 권한대행 체제를 방패 삼아 민주주의 대표성 위에 군림하려는 정치적 침탈이다.
윤석열 체제의 유산, ‘헌법재판소 진입’이라는 마지막 방어선
이번 지명에서 가장 우려되는 인물은 이완규 법제처장이다. 윤석열 정부의 법률적 중심축이자, 내란 기도에 법적 명분을 부여하려 했던 실무 설계자로 꼽힌다.
2024년 12월 4일,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된 바로 그날 밤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이력은 단순한 정치적 상징을 넘는다. 이는 사법적 책임 가능성이 제기되는 수준이며, 현재 수사를 받아야 할 잠재적 피의자다.
그런 인물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가 아닌, 심판관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 체제의 자기 방어 기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치적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복귀 시도이며, 윤석열 체제의 마지막 기획이 헌재라는 제도적 요새 안에서 마무리되려는 흐름이다.
한덕수 권한대행, 단순한 행정 수반이 아닌 체제 지속의 중간 매개인가
한덕수 총리는 윤석열 체제의 국무총리로서, 내란 기도 당시의 행정 책임자였으며 현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자격으로 국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권한대행 체제는 본질적으로 비정상 상태의 시간 연장일 뿐이며, 그 안에서 정치적 결정은 최대한 유보되어야 한다. 특히 헌법재판소 재판관 지명과 같은 구조적·장기적 영향력을 갖는 사안은, 대통령 선거 이후 정통성 있는 권력 주체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무언의 요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덕수 권한대행은 대통령 선거를 불과 수주 앞둔 시점에서 국정 체제의 중추를 사실상 '고정'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자신이 속했던 체제의 사후적 방어이자, 차기 권력에 대한 제도적 견제에 가깝다.
알박기 인사인가, 헌정질서에 대한 정치적 보복인가
이번 인사의 시기와 맥락은 단순한 판단 착오로 설명되지 않는다.
▶파면된 대통령이 저지른 헌정 파괴가 아직 수사 단계에 있음에도, 그와 밀접히 연결된 인사를 헌재에 보내려는 시도,
▶윤석열의 정치·사법적 책임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심판할 수 있는 최후의 사법 기관이 같은 체제의 인사들로 구성되려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모든 결정이 정치적 과도기와 권력 공백기라는 시점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은, 명백한 전략이자 정치적 기획이다.
이것이 ‘헌법 수호’를 위임받은 자가 내리는 결정이라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는 그 자리에 없다.
헌법은 침묵하지 않는다. 침묵한 것은 체제 내부자들이다
헌법은 위기 상황에서도 말한다. 대통령이 없는 동안에도 헌법은 살아 있으며, 그 정신은 정치적 유보와 절제를 요구한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번 헌법재판관 지명은 단지 위헌적이라는 법률적 평가를 넘어,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치 권력의 전리품으로 전락시킨 중대한 침해 행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인사의 철회뿐 아니라, 윤석열 체제에서 파생된 인사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민주주의 회복의 재정의다. 헌법을 파괴한 체제가 남긴 인사들이 다시 헌법을 해석하는 자리로 복귀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그 본질을 스스로 부정하게 된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헌재 지명을 즉각 철회하고, 남겨진 과제는 차기 대통령과 국민의 정당한 선택에 맡겨야 한다. 헌법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을 것이며, 침묵했던 권력의 내부자들에 대한 평가 또한 이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