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⑩] 큐레이션의 시대, 패션의 언어가 재편된다

Above The Clouds, SS25 컬렉션으로 재정의한 '스타일 편집권'의 권력

2025-04-08     임민정 기자
사진=Above The Clou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패션이 더 이상 단일 브랜드의 메시지로 전달되지 않는 시대, ‘스타일의 편집권’은 창작의 중심이자 브랜드 정체성의 새 좌표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봄/여름, Above The Clouds가 선보인 SS25 룩북은 이 같은 전환의 징후를 정밀하게 포착한다. 하우스 내부에서 직접 촬영하고 스타일링한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의류 구성 이상의 층위를 담고 있으며, ‘감각의 다중성’과 ‘브랜드 언어의 큐레이션화’라는 새로운 패션 문법을 제시한다.

룩북의 해체, 감각의 재조립: 브랜드 큐레이션 시대의 도래

Above The Clouds의 이번 시즌 룩북은 패션 하우스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연출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외부 콘텐츠 에이전시에 의존하던 전통적 방식과 결을 달리한다. 이 컬렉션은 단일 브랜드의 자산이 아닌, 여러 브랜드의 상이한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조합함으로써 오히려 더 명료한 하나의 감성을 구축한다.

마르니(Marni), 아워 레거시(Our Legacy), ERL, 에크하우스 라타(Eckhaus Latta), 카미엘 포트헌스(Camiel Fortgens), 칠드런 오브 디스코던스(Children of the Discordance) 등, 글로벌 신진·컬트 브랜드들이 하나의 내러티브 안에서 충돌하고 공존하는 방식은, 스타일링이 단순한 미학적 선택이 아닌 문화적 큐레이션 행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스타일링이나 패션 필름 이상의 미학적 진화를 제안한다. 패션이 더 이상 ‘디자이너의 창작’으로만 규정되지 않고, ‘편집자의 시선’을 통해 재맥락화되는 구조적 전환이 이 컬렉션 안에 내포되어 있다.

부드러운 불안, 거칠어진 온기: 시대의 감정을 입다

이번 시즌의 키워드는 '부드럽지만 거칠다'는 역설적 감정이다. 마르니의 해체적 테일러링은 지나치게 구조적이지 않으면서도 내러티브를 품고 있으며, 오버사이즈 니트는 감각의 여백을 만드는 동시에, 빈티지 워싱 데님과 조응하며 일상의 구체성에 뿌리 내린다.

아워 레거시의 실크 셔츠와 투명한 탱크탑, 그리고 미묘하게 흐트러진 실루엣은 ‘정제되지 않은 세련됨’이라는 개념을 시각화한다. ERL의 워프된 캘리포니아 감성은 90년대의 레트로가 아닌, 현세대의 ‘감정의 레이어’를 담아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에크하우스 라타와 카미엘 포트헌스, 그리고 칠드런 오브 디스코던스가 만들어낸 '감각의 충돌 구조'다. 시어 소재의 밀착 상의는 조형적 아우터와 조우하며 신체의 윤곽을 지우고, 자수 레이어드는 미니멀한 실루엣 위에 복잡성을 부여한다. 이질적인 것들이 거칠게 만나는 이 과정은, 어쩌면 지금의 시대가 요구하는 감정적 리얼리즘일 수 있다.

사진=Above The Clou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스타일 편집권’이 새로운 창작이 되는 순간

Above The Clouds의 전략은 독립 브랜드들이 창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상업성과 감각성 사이에서 새로운 언어를 구축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큐레이션이 하나의 ‘창작 행위’로 기능하며, 브랜드는 더 이상 고립된 정체성을 주장하기보다, 타인의 언어를 조합해 새로운 스펙트럼을 구현하는 유기체적 존재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여러 브랜드를 스타일링한 것이 아니라, 감각 간의 대화 구조를 연출한 것이다. ‘상업적 타협’이 아닌 ‘감각적 설계’로 구현된 이번 룩북은, 소비자에게도 ‘하나의 브랜드’가 아닌 ‘하나의 감정’을 파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것은 브랜드 중심 소비에서 감각 중심 소비로의 전환을 반영하며, 향후 패션계 전반에 걸친 ‘미디어-스타일링-정체성’의 재정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창작의 미래는 ‘재구성 능력’에 달려 있다

Above The Clouds의 SS25는 단순한 시즌 컬렉션이 아니다. 이질적 브랜드의 언어를 해체하고 재조합함으로써, 오늘날의 패션이 어떻게 ‘감각의 구조화’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통찰 있게 드러낸다.
브랜드 정체성이 단일 서사가 아니라 큐레이션된 감성의 총합으로 작동하는 현재, 패션 하우스들은 자신만의 창작 언어보다 감각을 엮어내는 능력, 즉 ‘편집의 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