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Mobility Insight ③] ‘움직임’의 철학을 새롭게 조각하다
Royal Enfield 'Flying Flea' × Mattia Biagi, 예술과 전기모빌리티가 교차하는 감성 전략
[KtN 김상기기자]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Salone del Mobile). 세계가 기능을 넘어 ‘감정’을 요구하는 시대에, 하나의 전기 오토바이가 조형예술로 재탄생했다. Royal Enfield의 전기 바이크 브랜드 Flying Flea가 선보인 <Motototem>은 단순한 탈것이 아닌, 정체성과 감각의 경계를 다시 묻는 존재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조각가 Mattia Biagi와의 협업을 통해 산업디자인, 조형예술, 브랜드 철학이 동등한 무게로 얽힌 ‘감각적 선언체’로 등장했다.
트렌드 ①: 전기모빌리티의 감성화...기술의 조형적 해체
전동화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감성적 언어로서의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전기 오토바이 FF-C6를 기반으로 제작된 <Motototem>은 이러한 맥락을 정밀하게 시각화한 사례다.
Biagi는 고성능 알루미늄 프레임과 마그네슘 배터리 케이스를 석회암, 점토, 청동, 유리, 가죽, 나무 등 비산업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재료로 치환했다. 이는 기술을 부정하거나 폐기하는 것이 아닌, 기술의 표면을 감성적으로 해체하고 그 기저에 잠재된 인간적 내러티브를 소환하는 행위다.
청동 핸들에 남긴 작가의 지문, 제비 문양이 새겨진 타이어, 호두나무로 제작된 시트 등은 오브제와 인간 사이의 감각적 접촉을 회복시키며, 감정과 기억이 이입되는 탈것으로 전기바이크의 정체성을 확장시킨다.
트렌드 ②: 조형언어로 진화하는 브랜드... ‘Flying Flea’의 문화적 전략
Royal Enfield가 Flying Flea를 단순한 EV 브랜드가 아닌 **문화적 플랫폼(cultural platform)**으로 설정한 점은 시사적이다. “Flying Flea는 단순한 전기 오토바이가 아니라, 창조적 실험의 무대”라는 공식 발언은, 향후 브랜드 전략이 기술의 우위가 아닌 상징의 구축에 집중될 것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Motototem은 ‘토템’이라는 고대적 상징을 차용하면서, 이동수단을 초월한 의미화의 장치로 작동한다. 이는 단순히 ‘예쁜 오토바이’가 아닌, 기술과 예술, 기억과 물질, 속도와 정체성의 다층적 접합체를 보여주는 고차원적 기획이다. 특히 194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중투하된 원조 Flying Flea에 대한 석재 연료탱크 오마주는, 브랜드의 역사적 서사를 감각적으로 재활성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트렌드 ③: 예술과 기술의 위계 붕괴... 경계 없는 조형의 시대
Motototem은 예술품인가, 오토바이인가? 이 질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조각가와 브랜드는 위계 없는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FF-C6가 탑재한 퀄컴 스냅드래곤 기반 커넥티비티, AI 기반 라이딩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은 완벽하게 유지되었지만, 이 기술은 더 이상 전면에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기술은 ‘보이지 않게 설계된 감정적 기저’로서 존재하며, 조형적 감각과 유기적으로 엮인다. 기술의 보이지 않음, 즉 ‘기능의 은닉’은 오히려 감정의 작동을 강화시키며, 인간이 인지하지 못했던 기계의 정서적 면모를 환기한다. 이는 ‘조형적 친밀성(Affective Proximity)’이라는 신조어로 정의될 수 있다. 기술이 예술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이 기술을 감정으로 번역하는 시대다.
모빌리티는 무엇을 전달하는가... 기능에서 정체성으로
Motototem은 지금의 모빌리티 산업에 결정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엇을 타고 있는가?” 그것이 단지 속도와 거리, 연료와 스펙의 총합이라면, 지금 이 오브제는 설 자리가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점점 더 정체성의 외연으로서의 이동수단을 원한다. 움직임의 궤적에 감정이 서려야 하고, 운전의 경험은 자기표현과 미적 공명으로 이어져야 한다.
Royal Enfield는 기술을 가장 잘 다루는 브랜드가 아니라, 기술을 가장 감각적으로 번역하는 브랜드로 전환을 시도 중이다. 이는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들이 ‘하이엔드 기술’보다 ‘하이엔드 감정’을 설계하는 데 집중하는 최근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모빌리티의 미래는 감정의 언어로 쓰여진다
Motototem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지만, 동시에 미래 전기 모빌리티가 어떤 철학과 미학적 틀 안에서 진화해야 하는가를 제시한 선언적 시도다. 이것은 단순한 제품 론칭이나 아트콜라보가 아닌, 기술-정체성-예술의 감각적 삼위일체로서 기록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속도가 아닌 감각으로 움직이며, 효율이 아닌 기억으로 달린다. Royal Enfield는 그 변화의 서사를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재설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