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Interior Trend ⑤] 에르메스의 ‘부유하는 미래’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감각의 볼륨으로 재구성된 에르메스 홈의 전환적 상상력

2025-04-09     임민정 기자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감각의 볼륨으로 재구성된 에르메스 홈의 전환적 상상력. 사진=Hermè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민정기자]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의 중심, La Pelota 공간. 하얀 공간 위로 떠오르는 다채로운 구조물과 빛의 아우라가 에르메스(Hermès)의 홈 컬렉션을 감각적으로 부유시켰다. 이번 전시에서 에르메스는 지난 몇 년간 구축해온 유기적 조형언어에서 과감히 벗어나, 색채와 구성의 볼륨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미래적 실험장을 선보였다. 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샤를로트 마코 페를르망(Charlotte Macaux Perelman)과 알렉시스 파브리(Alexis Fabry)의 손끝에서 구현된 이 설치는, 에르메스의 역사적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하되 그 문법을 해체하고 다시 구성한 시도로 읽힌다.

트렌드 ①: 유산 중심의 정체성에서 조형적 상상력으로의 이행

에르메스는 오랜 시간 천연 재료의 촉감과 전통적 공예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홈 컬렉션을 구축해왔다. 그러나 2025년 컬렉션은 그 축을 전환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공간에 떠 있는 것 같은 설치 구조’와 색채로 감싸진 오브제들의 비현실적 감각이다. 이는 단순한 비주얼의 변화가 아닌, 기능 중심의 오브제를 감각 중심의 조형물로 치환하는 브랜드 철학의 방향성 전환을 예고한다.

지난해 벽돌과 목재, 돌을 중심으로 구성된 어두운 설치와 비교하면, 이번 컬렉션은 정반대의 빛과 색채, 그리고 공기의 밀도로 구성된 실험적 장면을 펼친다. 이를 통해 에르메스는 ‘물건의 아름다움’에서 ‘공간을 매개하는 감각의 조형’으로 이행하고 있다.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감각의 볼륨으로 재구성된 에르메스 홈의 전환적 상상력  사진=Hermè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트렌드 ②: 색채 조합의 예술성... 모더니즘 회화의 오마주

컬렉션 전반에 흐르는 디자인 언어는 20세기 모더니즘 회화와 바우하우스 양식에 대한 오마주로 읽힌다.

▶디자이너 토마스 알론소(Tomás Alonso)가 제작한 투명 사이드 테이블은 피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컬러 블로킹 회화를 연상시키며,

▶아메르 무사(Amer Musa)의 캐시미어 블랭킷은 다채로운 원형과 격자가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추상주의와 기하학의 조우를 감각적으로 실현했다.

▶가죽으로 제작된 꽃병과 바구니는 형태적으로는 단순하나, 서로 다른 가죽 텍스처의 조합을 통해 오브제의 조형성과 브랜드의 정체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아르데코 스타일의 반복 패턴이 새겨진 33피스 도자기 테이블웨어는 시각적 질서를 강조하며, 전체 컬렉션에 조형적 일관성을 부여한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기능을 넘어선 오브제의 조형성을 중심으로 한 감각의 구조화라고 볼 수 있다.

트렌드 ③: 부유하는 전시 구조 ... 가벼움, 밀도, 그리고 색의 흐름

전시 공간의 구조적 실험도 주목할 만하다. 제품들은 하얀 공간 안에 ‘부유하는 알코브(alcove)’에 배치되어, 전통적인 테이블 위 전시에서 벗어나 공간 자체가 오브제를 감싸는 듯한 감각적 무게배분을 구성한다. 이는 제품과 공간, 관람자의 시선이 서로 중첩되며 생성되는 시각적 여운을 유도하고, 제품이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닌 ‘거닐며 감각하는 조형언어’로 작동하도록 한다.

아래에서 빛나는 다채로운 색조의 조명은 오브제의 표면을 반사하며, 각 제품이 고유의 ‘색의 아우라’를 가지도록 설계되었다. 이로 인해 관람자는 전시된 오브제뿐 아니라, 그 주변의 빛, 기류, 여백과도 미세한 감각적 접속을 경험하게 된다.

2025 밀라노 디자인 위크, 감각의 볼륨으로 재구성된 에르메스 홈의 전환적 상상력. 사진=Hermè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에르메스, '정체성의 심화'가 아닌 '감각의 확장'으로

2024년을 기점으로 에르메스 홈 컬렉션을 10년간 이끌어온 페를르망과 파브리는, 이제 ‘전통의 심화’가 아닌 감각의 외연 확장이라는 새 지점을 향하고 있다. 에르메스가 보여주는 이번 실험은 단순한 미적 전환이 아니라, 럭셔리 인테리어의 개념을 ‘정체성의 상징’에서 ‘개인 감각의 증폭 장치’로 이동시키는 철학적 제안이다.

‘브랜드 아카이브’에 기대어 지속해온 고급 브랜드들의 보수적 내러티브에 도전하며, 감각적 실험과 역사적 기반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한다.

럭셔리 인테리어의 새로운 패러다임... 감각 중심의 조형화

2025년 에르메스 홈 컬렉션은, 오브제를 통해 공간을 조각하고, 공간을 통해 감각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구성해낸다. 움직이지 않지만 부유하고, 실용적이지만 시적이며, 브랜드적이지만 개별적이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향후 럭셔리 인테리어가 나아갈 구조적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능을 넘어선 정체성, 감각의 시각화, 조형성과 철학의 공존. 지금, 에르메스는 물건을 디자인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감각을 설계하는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