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렌드 기획①] 파면 이후의 정치학: 헌정이 무너진 자리에서, 통치의 정당성은 가능한가

윤석열 파면 이후 ‘대통령 없는 국가’, 권력의 공백과 권한대행 체제의 구조적 위기

2025-04-09     김 규운 기자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논란에 이재명, “한덕수, 자기가 대통령 된 줄 아나” 사진=2025 04.08   , kbs , 대한민국 정부  유트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 2025년 4월, 대한민국은 헌정사의 가장 극단적인 단절을 경험했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며,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내란 수괴’에 국가의 이름으로 퇴장을 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통치는 지속돼야 했지만, 권력의 정당성은 부재했다. 헌법이 상정하지 않은 상황, 국민이 위임하지 않은 체제, 민주주의가 결여된 권력 행사가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았고, 권력은 여전히 제 자리를 찾지 못했다.

‘헌정의 공백기’라는 무명의 시간

파면은 ‘정치적 결단’의 완결이 아닌, ‘헌정 복원’의 출발이어야 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 그 문을 열지 못한 채, 중간지대에 머물러 있다. 헌법은 대통령 유고 시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행정 기능 유지를 위한 장치일 뿐, 민주적 정통성을 대체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한덕수 총리가 행사하는 통치 행위—헌법재판관 지명, 선거일 의결, 특검법 대응 등—은 모두 국민의 직접 위임 없이 이루어지는 ‘정치적 권한의 유예’이자, 헌정질서의 회복을 지연시키는 역설적 행위로 기능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의해 통치되고 있으며, 그 체제는 과연 헌법상 정당한가라는 근본적 질문에 직면해 있다.

‘윤석열 체제의 잔영’과 위임되지 않은 권한의 행위

한덕수 체제가 비판받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그 통치가 국민으로부터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는 데 있다. 특히 최근 헌법재판관 후보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란 직후 안가 회동에 연루된 이완규 법제처장을 지명하면서, “권력의 정통성 부재”는 “윤석열 체제의 연장”이라는 명확한 신호로 읽히고 있다.

정치란 단순한 권한 행사 이전에, 그 권한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묻는 구조다. 대통령의 권한은 ‘일신전속적 권한’으로서, 대리 행사조차 제한되어야 함은 다수 헌법학자의 일치된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권한대행 체제는 그 한계를 넘어서며 사실상의 ‘비상정치’로 전환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절차가 아니라 신뢰에서 시작된다

정치의 본질은 권력의 행사에 있지 않고, 그 정당성을 국민으로부터 확인받는 데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 체계는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권력이 통치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 구조가 선거라는 형식을 통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는 깊어지고 있다.

6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은 단순한 대통령 선출의 절차가 아니라, ‘내란 이후의 국가’가 다시 헌정을 회복할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다. 그러나 이 선거조차 선거법상 논쟁, 선거관리 주체의 위상 문제, 권한대행의 결정권 등 복합적 위기 요인 아래 놓여 있다. 선거가 헌정 회복의 완성으로 기능하려면, 그 시작점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

정치적 책임은 누구도 면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린 순간, 윤석열의 정치적 생명은 종료되었지만, 그가 남긴 권력 구조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 권한대행 체제의 연장은 일종의 ‘유령 권력의 연명’이며, 이 체제 하에서 내리는 정책 결정과 인사는 사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특검 재의, 마은혁 재판관 임명, 선거중립 내각 구성 등은 단순한 정치적 공세가 아니라, 헌정 질서 복원의 최소한의 장치로서 기능해야 한다. 정치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문제는 단순한 권한 남용의 차원을 넘어 헌법적 위기의 지속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비상 체제의 연착륙'을 준비하고 있는가

윤석열의 파면은 결코 최종장이 아니다. 헌정질서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며, 통치는 여전히 위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어지고 있다. 권한대행 체제는 비상 체제를 위한 임시 장치이지, 정치적 권력의 정식 대체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이 임시 권력이 점점 상시 권력처럼 기능하고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다시 흔들고 있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책임의 구조다. 그리고 그 책임은 권력의 행사와 불가분의 관계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현실은 단지 대통령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 있는 통치의 구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다시 정치의 본질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